서양철학, 불교 논리학에 도전하다 · 세친의 유식(唯識, 인식에 나타나는 대상을 중심으로 세계를 설명하는 불교 사상) ④

부분 없는 알갱이가
어떻게 큰 물체를 만들까?

극미(極微, 더 나눌 부분이 없다고 가정한 물질의 최소 단위)가 모이면 큰 물체가 된다고 합니다. 중앙의 한 극미를 여섯 극미가 둘러싸면 서로 어느 부분에서 만날까요? 세친은 두 가지 배치의 결과를 묻습니다.

『유식이십론』의 여섯 방향 극미 논증04
극미 하나부분이 없다는 가정
방향별 접촉서로 다른 만남
같은 자리덩어리가 넓어지지 않음

방향을 나누면 부분이 생기고,
한 곳에 포개면 크기가 늘지 않습니다.

부분이 전혀 없는 것들이
어떻게 공간을 차지하는 물체가 될까요?

접촉의 방향과 겹침을 표현한 사고 실험입니다. 현대 물리학의 원자 구조나 크기를 설명하는 그림이 아닙니다.

챔피언 · 원전의 논증을 제시합니다

세친의 유식학

『유식이십론』의 극미·접촉·집합 논쟁

도전자 · 연속성과 접촉을 따져 묻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

점과 연속체의 차이에서 반론을 제기합니다.

세친의 실제 논증과 원전의 익명 상대를 먼저 읽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자연학』 제5·6권에 근거해 새로 구성한 문답은 실제 역사적 만남이나 직접 인용이 아닙니다.

지난 논쟁 뒤에 나타난 질문

바깥에 실제 물체가 있다면,
그 물체는 어떤 것일까요?

사회자
제3회에서 세친은 업(의도적 행위와 그로 인해 남는 영향)이 바깥 물질을 바꿀 수 있다면 인식도 바꿀 수 있지 않느냐고 물었습니다. 이어 『유식이십론』은 경전이 감각 대상에 관해 말하는 뜻을 논한 뒤 새로운 쟁점으로 옮겨 갑니다. 정말 인식 밖에 독립된 물체가 있다면, 우리가 지각하는 대상의 구성은 무엇입니까?[1]
사회자
원전의 선택지는 세 갈래입니다. 하나의 전체가 부분과 별개로 존재한다는 주장,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작은 극미 하나하나가 대상이라는 주장, 극미들의 화합(和合, 여러 요소가 결합해 한 덩어리를 이루는 일)이 대상이라는 주장입니다. 첫째에는 승론(勝論, 물체·성질 등의 범주를 논한 인도 철학 전통)의 견해가 등장합니다. 셋째에는 여러 불교 논사들의 극미론이 논의됩니다. 서로 다른 철학적 상대를 한 학파로 합치면 원전의 논쟁이 흐려집니다.[1][2]
세친원전의 세 갈래 질문을 재구성
부분들 외에 있는 하나의 전체를 어떻게 따로 붙잡습니까? 극미 하나씩은 지각되지 않는데 어떻게 직접 지각의 대상이 됩니까? 그러면 마지막 설명이 남습니다. 여러 극미가 모이면 보이는 덩어리가 된다는 말은, 그 극미들이 어떻게 서로 만난다는 뜻입니까? 먼저 하나의 극미와 그 이웃을 생각해 봅시다.[1]
생각그림 01 · 외부 대상의 세 후보
설명의 경로
상대의 주장눈앞의 물체는 인식 밖에 실제로 존재한다.

하나의 전체

부분과 별개의
하나의 물체

부분 외의 전체를
어디서 잡을까?

개별 극미

작은 것들이
각각 대상

보이지 않는 것을
직접 볼 수 있나?

극미의 집합

여럿이 결합한
큰 물체

결합하고 커지는
원리는 무엇인가?

세 후보는 세친이 외부 대상 설명을 검토하는 실제 논리적 분기입니다. 이번 편은 특히 세 번째 설명을 집중적으로 따집니다.

챔피언의 중심 논증

여섯 방향에서 만나면,
하나의 극미는 여섯 부분이 될까요?

사회자
극미 한 개를 가운데 놓고 위·아래·앞·뒤·왼쪽·오른쪽에 각각 한 개씩 놓아 봅시다. 여기서 합(合, 극미들이 서로 만나는 관계)은 단순히 수를 세는 문제가 아닙니다. 실제로 만난다면 어떤 자리가 다른 자리와 구별되는지 설명해야 합니다. 세친은 이웃이 만나는 곳을 나누는 경우와 모두 같은 곳에 있다고 보는 경우를 대조합니다.[1][2]
세친현장 한역의 극미 논증을 재구성
여섯 이웃이 각각 다른 방향에서 중앙의 극미에 닿으면, 중앙의 극미에는 방분(方分, 방향에 따라 구별되는 부분)이 생깁니다. 부분이 없다던 극미에 만나는 방향만큼 구별이 생긴 셈입니다. 모든 극미가 중앙 극미와 정확히 같은 자리에 놓인다고 하면 어떻습니까? 일곱 개가 있어도 공간은 넓어지지 않습니다. 그런 방식으로 아무리 더해도 눈에 보이는 큰 물체를 설명하기 어렵습니다.[1]

세친의 극미 게송을 한국어로 풀어 쓴 문장 · 직접 인용 아님

여섯과 만나는 자리가 다르면
그 극미는 여섯 부분을 가집니다.
모두 같은 자리에 놓인다면
집합의 크기도 극미 하나만 합니다.

현장 한역 『유식이십론』의 여섯 방향 접촉 게송과 그 뒤에 붙은 산문을 읽고 논리의 두 갈림길을 설명했습니다. 고대 극미와 현대의 물리학 원자는 다른 개념입니다.[1][2]

생각그림 02 · 방향별 접촉과 같은 자리
크기와 부분의 딜레마
접촉 위치가 다르다면위·아래·앞·뒤 등
방향의 구별이 생김
모두 같은 곳에 있다면겹칠 수는 있어도
집합이 넓어지지 않음
왼쪽은 구별되는 여섯 만남, 오른쪽은 모든 극미가 같은 장소를 차지한다는 설명입니다. 실제 입자를 촬영하거나 관찰한 이미지가 아닙니다.

논증이 의지하는 조건은 ‘극미가 부분 없이 하나의 실체로 존재한다’는 상대의 주장입니다. 방향이라는 관계의 차이가 극미 내부의 물질적 부분을 뜻하는지는 별도의 논쟁거리입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제기하는 진짜 도전

아리스토텔레스도 부분 없는 점들로
연속적인 선을 만들 수 없다고 말합니다.

도전자 · 『자연학』 제5권 3장 · 제6권 1장

아리스토텔레스

접촉과 연속을 구별하여 논증의 범위를 묻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자연학』에 근거한 가상 대담
나 또한 연속적인 선이 크기 없는 점들만으로 만들어진다는 설명에 반대합니다. 접촉과 연속은 구별해야 합니다. 점이 아무 부분도 없는데 점의 끝과 다음 점의 끝을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 묻게 됩니다. 하지만 그대가 극미의 결합 이론을 무너뜨린다고 해서 외부에 있는 모든 크기와 연속체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극미를 전제로 삼지 않는 다른 물체 설명은 어떤 근거로 배제할 생각입니까?[3][4]
사회자
『자연학』 제5권 3장에서는 함께 있음·접촉·연속을 구분하고, 제6권 1장에서는 연속적인 길이를 부분 없는 점으로 조립할 수 없다고 설명합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여기에서 세친의 일부 논리적 출발점에 동의하면서도 그 비판에서 어디까지 결론을 이끌어낼 수 있는지 묻는 강한 도전자입니다. 이 대담은 실제 역사적 만남이나 아리스토텔레스의 유식 비판이 아닙니다.[3][4]
세친원전의 반론 범위를 설명한 재구성
지금 상대는 외부 대상을 하나의 전체, 개별 극미, 여러 극미의 집합으로 설명했습니다. 나는 각각의 설명이 실제로 성립하는지 살핍니다. 특히 부분 없는 극미들을 조합하여 공간적 크기가 생긴다는 주장이 충분한 설명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다른 종류의 물체 이론이 있다면 그 전제와 지각되는 방식을 따로 검토해야 합니다.[1]
세친의 공격은 분할 불가능한 극미의 결합 이론을 겨냥합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그 비판을 외부 세계 전체의 부재 증명으로 확대할 수 있는지 묻습니다.
공통된 문제의식과 서로 다른 결론을 함께 살펴봅니다.

실제 불교 논쟁 상대의 새로운 답변

극미는 만나지 않고,
덩어리만 서로 만날 수 있을까요?

사회자
카슈미르의 비바사사(毘婆沙師, 불교 교설을 분석한 설일체유부 계열의 논사)들은 극미 자체에는 방향에 따른 부분이 없으므로 극미끼리 직접 접촉한다고 하지 않는다고 답합니다. 그러나 모여서 이루어진 덩어리에는 방향이 있으니 덩어리끼리 접촉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이들은 『유식이십론』 안에 실제로 등장하는 논쟁 상대입니다.[1][2]
세친비바사사에 대한 원전의 재반문
극미들 말고 별도로 존재하는 집합이 없다면, 극미가 접촉하지 않는데 그 집합에서는 대체 무엇이 접촉하는 것입니까? 집합끼리도 접촉하지 않는다고 다시 물러선다면 극미가 부분이 없어서 만날 수 없다는 설명도 근거를 잃습니다. 방향에 따른 부분이 있는 집합에서도 접촉을 부정하기 때문입니다.[1]
생각그림 03 · 두 극미 배치의 결과를 바꾸어 확인
선택형 추론 실험
출발점부분 없는 극미 여럿으로 크기 있는 물체를 만든다고 가정합니다.
부분 없는
극미
이웃과 만나는 방식서로 다른 여섯 접촉 위치
기준 1방향의 구별
기준 2부분의 존재
기준 3덩어리의 크기
여섯 방향에서 만나는 배치입니다. 접촉 위치를 구별하면 부분 없는 하나라는 극미의 정의에 새로운 문제가 생깁니다.
두 배치 모두에 남는 설명 책임을 비교합니다. 버튼은 실제 물질의 성질을 측정하거나 한 이론을 실험적으로 증명하지 않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접촉 개념을 명확히 하라는 가상 재질문
한 가지를 더 묻겠습니다. 방향의 관계가 여러 개라는 사실에서 극미의 구성 부분도 여러 개라는 결론이 바로 나오겠습니까? 상대가 접촉을 보통의 표면끼리 닿는 방식과 다르게 정의한다면, 먼저 그 새로운 정의와 물체가 커지는 원리를 설명하도록 요구해야 합니다.[3]
세친원전의 그림자·가림 논증을 현대어로 재구성
그래서 원전은 그림자와 가림에도 주목합니다. 방향에 따른 구별이 아예 없다면 햇빛을 받은 쪽과 그늘이 진 쪽을 어떻게 나누겠습니까? 다른 극미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는 자리도 어디에서 설명하겠습니까? 그림자와 가림이 집합에만 속한다고 답한다면, 집합과 개별 극미의 관계를 다시 규정해야 합니다.[1][2]

논증 판단 · 어떤 결론까지 성립할까?

‘부분 없는 하나’와
‘크기 있는 여럿’은 함께 설명될까요?

사회자
원전의 논증을 한 줄로 줄이기보다 각각의 가정을 확인해야 합니다. 여섯 이웃이 다른 자리에서 닿는다면 방향별 구별이 생깁니다. 완전히 같은 장소에 포개면 집합이 더 넓어질 이유가 사라집니다. 집합만 접촉한다는 구제책에는 낱개가 만나지 않는데 집합은 왜 만나느냐는 질문이 돌아옵니다. 그림자와 가림도 이 관계를 시험하는 문제입니다.[1]

논증 판단 · 두 배치의 비교

세친이 극미의 접촉 위치를 둘로 나누어 묻는 핵심 이유는 무엇일까요?

선지마다 전제와 결론 사이에서 빠진 설명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여섯 방향의 난점
방향별로 접촉하면 부분 없는 극미에 여러 접촉 위치가 생깁니다.

집합의 난점
모두 한곳에 겹치면 눈에 보일 만큼 큰 물체가 되는 원리를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남은 논쟁
특정 극미론의 실패가 외부 대상 일반의 부재를 곧바로 증명하지는 않습니다.

사회자
이번 편에서 검토한 것은 분할 불가능한 극미가 독립적으로 존재하고 그 결합만으로 크기 있는 외부 대상을 만든다는 설명입니다. 세친은 그 설명에 강한 내적 반론을 제기했습니다. 그러나 그 반론의 적용 범위를 벗어난 물체 이론이 모두 무너졌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고대 극미는 현대 물리학의 원자·소립자와 구별해야 합니다.[1][4]

다음은 지각이 제공하는 근거

‘지금 보았다’는 판단은
바로 보는 순간에 생길까요?

다음 편 · 『유식이십론』의 현량 논쟁05

지금 보았다는 판단은,
보는 순간에 생길까?

극미론을 비판받은 원전의 상대는 더 직접적인 근거를 내놓습니다. “나는 지금 이 대상을 보고 있다.” 세친은 현량(現量, 추론 이전의 직접적인 인식)과 그 뒤에 일어나는 판단의 시간 차이를 따집니다.[1]

“지금 보고 있다”라고 판단할 때에도
처음 대상을 본 인식이 그대로 남아 있을까요?

제5회는 준비 중입니다.

세친의 세계에서 이어갈 여섯 질문
  1. 01마음 밖에 사물이 없다면, 왜 우리는 같은 것을 볼까?
  2. 02지옥의 옥졸은 왜 고통을 받지 않을까?
  3. 03업이 물질을 바꾼다면, 인식도 바꿀 수 있을까?
  4. 04부분 없는 알갱이가 어떻게 큰 물체를 만들까?이번 편
  5. 05지금 보았다는 판단은, 보는 순간에 생길까?
  6. 06다른 마음을 안다면, 유식은 무너질까?

제1~4회를 이어 읽을 수 있습니다. 제5·6회는 후속 주제입니다.

원전 · 참고 문헌 · 가상 대담의 범위

세친의 원전 주장, 실제 인도·불교 논쟁 상대, 서양 철학자의 저술에 근거한 가상 질문을 구분합니다.

[1] 현장 한역 『유식이십론』 전문
세친, 『유식이십론』 · 현장 한역 · 대정신수대장경 제31권 제1590호

외부 대상의 세 후보를 나열한 게송, 여섯 방향의 접촉을 묻는 게송, 카슈미르 비바사사의 재반론에 응답하는 게송, 그림자·가림에 관한 게송과 각각 뒤따르는 산문을 직접 확인했습니다. 번역·대담의 문장은 원전의 직접 인용이 아닙니다.

[2] 학술 해설 · 해당 절 직접 확인
『스탠퍼드 철학백과』, 「세친」 4.2절 ‘감각 대상에 대한 반론’

감각 대상에 관한 세 후보, 부분 없는 극미들이 서로 다른 접촉면을 가져야 하는 문제, 공간적 크기의 형성 문제를 다룬 4.2절을 읽었습니다. 이 항목은 현대 연구자의 논증 해설이며, 게송과 산문에 관한 직접 근거는 [1]의 현장 한역입니다.

[3] 서양 도전자의 저술 · 접촉 개념
아리스토텔레스, 『자연학』 제5권 3장 · Hardie·Gaye 번역

접촉·연속·나란히 있음의 정의 차이를 확인했습니다. 원전의 쟁점에 적용한 가상 질문은 편집부 구성입니다.

[4] 서양 도전자의 저술 · 연속체
아리스토텔레스, 『자연학』 제6권 1장 · Hardie·Gaye 번역

연속적인 선은 부분 없는 점만으로 구성될 수 없다는 실제 논증을 확인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역사적으로 세친의 논의를 반박했다는 뜻은 아닙니다.

이번 편의 범위
고대의 분할 불가능한 극미가 결합해 물체를 만든다는 설명의 논리적 난점을 다룹니다. 현대 과학의 원자론에 관한 실험 결과나 외부 세계 일반의 부재 증명으로 제시하지 않습니다.

세친의 논증을 따라

여섯 방향의 접촉을 검토한 뒤,
직접 지각을 살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