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교육부가 공개한 2026년 북아메리카 일반계 철학 시험지(26-PHGEAN1)의 두 번째 논술 문제는 L’artiste sait-il ce qu’il fait ?입니다. 여기에서는 “예술가는 자신이 하는 일을 알고 있는가?”로 옮깁니다. 작품을 만드는 방법을 아는지, 자신의 선택을 이해하는지, 만들어 낸 작품의 의미까지 아는지 살펴보며 하나의 논술을 완성합니다.[1]
문헌으로 만나는 교수
톰 레디(Tom Leddy)는 산호세주립대학교 철학 교수로, 미학과 예술철학을 연구합니다. 일상의 미적 경험을 다룬 《The Extraordinary in the Ordinary: The Aesthetics of Everyday Life》(2012)를 썼으며, 칼레 푸올라카와 함께 스탠퍼드 철학 백과사전의 「듀이의 미학」을 집필했습니다. 이 글에서는 그 해설 가운데 작품을 만들고 그 결과를 경험하는 과정에 관한 설명을 참고합니다.[4][5][2]
편집자의 설명
아래의 ‘교수’는 레디 등의 연구문헌을 참고해 편집부가 구성한 가상 설명자입니다. 교수·사회자의 대사, 사례, 독자의 예시 초고, 완성 논술은 모두 편집부가 썼습니다. 실제 인터뷰나 교수의 참여·감수를 뜻하지 않습니다. 존 듀이의 창작론과 먼로 비어즐리의 예술가 의도에 관한 논의는 해당 문헌을 밝힌 대목에서 소개하며, 편집부가 제안하는 열 가지 접근과 예시 답안을 연구자의 실제 발언으로 귀속하지 않습니다.
01
시험 문제는 무엇을 묻고 있나요?
사회자
예술가는 작품을 만들겠다고 마음먹었으니 당연히 자신이 하는 일을 알고 있지 않나요?
교수
무엇을 안다는 뜻인지 먼저 나눠 봅시다. 도자기를 만드는 사람은 가마의 온도를 조절하는 법을 익힙니다. 이것은 재료와 제작 기술에 관한 앎입니다. 그릇의 입구를 비대칭으로 만든 이유를 설명한다면 자신의 선택과 목적에 관한 앎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완성된 그릇을 본 관람자가 어떤 특징에 주목하고 어떤 뜻을 읽는지는 또 다른 문제입니다. 예술가가 자기 일을 안다고 하려면 이 모든 것을 미리 알아야 하나요?
사회자
만드는 방법을 안다는 주장과, 작품에서 가능한 해석을 모두 안다는 주장을 구별해야겠군요.
교수
그렇습니다. 오늘 질문에서는 제작하는 방법, 표현하려는 의도, 작업 중 나타나는 변화, 완성된 작품의 의미와 효과를 나누어 살펴보겠습니다. 한 가지를 안다는 근거로 다른 것도 모두 안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예술가가 작업할 때 어떤 앎을 쓰고, 만들면서 무엇을 새로 배우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작품의 의미를 이해하는 것과 관람자의 해석을 자기 뜻대로 정하는 것도 구별해야 합니다. 아는 능력과 결정할 권한은 같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회자
‘예술가’는 화가만 가리키나요?
교수
음악가, 시인, 무용가, 영화감독도 포함할 수 있습니다. 다만 글에서는 한두 가지 작업을 구체적으로 따라가며 논증을 검토하세요. 피아노 연주자가 음의 세기와 속도를 조절할 줄 안다는 사실은 연주에 관한 앎의 근거가 됩니다. 그 소리를 듣는 사람이 어떤 개인적 기억을 떠올릴지는 별도로 살펴야 합니다. 그렇다고 관객의 반응을 전혀 예상할 수 없다고 단정해서도 안 됩니다. 표현 관습과 앞선 공연의 반응을 참고해 일부 반응을 예상하는 경우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번 논술의 구분
제작 기술을 아는 것, 그 기술을 말로 설명하는 것, 앞으로 생길 결과를 예상하는 것은 서로 다릅니다. 결과를 모두 미리 알지 못했다는 사실만으로 작업할 때 아무것도 몰랐다고 결론 내릴 수는 없습니다.
02
첫 초고에는 어떤 문제가 있나요?
사회자
독자의 입장에서 쓴 예시 초고를 준비했습니다. 어떤 근거를 보충하고 어느 대목을 고쳐야 하는지 짚어 주세요.
독자의 예시 초고 · 교정 전
“예술가는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 알고 있다. 화가는 그림을 그리고 작곡가는 음악을 만들기 때문이다. 많은 예술가는 오랜 시간 연습하며 기술을 익힌다. 따라서 예술은 우연히 생기는 일이 아니라 계획에 따라 이루어진다. 하지만 때로는 의도하지 않은 작품도 탄생한다. 예술가는 새로운 영감을 얻어 생각을 바꾸기 때문이다. 결국 예술가는 자신의 활동을 알면서도 모른다고 할 수 있다. 예술은 자유롭고 다양하기 때문이다.”
교수
고칠 대목이 세 군데 있습니다. 먼저 그림과 음악을 만든다는 사실만으로 그 작업을 안다고 결론 내립니다. 어떤 기술과 판단이 필요한지 보여 주어야 합니다. 다음으로 기술을 익혔다는 사실에서 우연이 개입하지 않는다는 결론으로 넘어갑니다. 숙련된 사람에게도 예상 밖의 결과가 생길 수 있으므로 근거가 더 필요합니다. 마지막의 “알면서도 모른다”는 말은 각각 무엇을 안다는 뜻인지 밝히지 않습니다. ‘안다’의 대상을 바꾸어 가며 답한 뒤 그것을 모순처럼 제시한 셈입니다.
사회자
기술을 익혔다는 사실이 어떤 주장을 뒷받침하는지 살피고, 계획을 바꾼다는 사실도 따로 설명해야겠군요.
교수
각각의 앎이 작업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도 보여 주세요. 익힌 기술로 무엇을 조절할 수 있고, 재료가 예상과 다르게 반응하면 무엇을 다시 판단하며, 완성된 작품의 해석에는 어떤 근거가 필요한지 연결해야 합니다. “예술은 자유롭고 다양하다”는 결말도 앞에서 설명한 내용과 연결되어야 합니다. 자유로움과 다양성이 예술가의 앎을 어떻게 설명하는지 지금 초고에는 나와 있지 않습니다.
03
만드는 동안 무엇을 새로 알게 되나요?
사회자
처음 계획과 실제로 생긴 결과가 다르면, 예술가가 처음에 알고 있던 것이 틀렸다고 봐야 하나요?
교수
한 학생이 종이에 두 가지 색을 섞어 바닷가 풍경을 그린다고 해 봅시다. 붓을 움직인 뒤 색이 생각보다 어두워졌다면 학생은 새 색을 덧칠하거나 화면의 중심을 바꿀 수 있습니다. 처음 계획은 작업의 출발점이고, 눈앞에서 나타난 색은 다음 판단의 자료입니다. 제작하는 사람은 계획을 실행하면서 동시에 결과를 보고 다시 선택합니다.
사회자
계획을 바꾼 이유를 말로 설명해야 그 학생에게 앎이 있다고 인정하나요?
교수
설명은 판단을 살피는 한 가지 자료입니다. “어두워진 색이 저녁 풍경에 어울려서 구성을 바꾸었다”고 말한다면 선택의 이유를 알 수 있겠지요. 그런데 색의 미세한 차이를 말로 모두 풀어내기 어려워도, 주변 색과 비교하며 다음 붓질을 조절하는 능력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 감각적 숙련도 작업에 관한 앎에 포함됩니다. 판단할 줄 아는 것과 그 판단을 유창하게 설명하는 것을 같은 능력으로 보아서는 안 됩니다.
사회자
초고의 “영감을 얻어 생각을 바꾼다”는 설명에는 어떤 내용을 더 적어야 하나요?
교수
‘영감’이라는 말만으로는 무엇이 달라졌는지 알기 어렵습니다. 예상 밖의 색을 발견하고, 그 색이 그림의 다른 부분과 어울리는지 비교하고, 새 구성을 선택하는 과정을 적어 주세요. 그러면 처음에 몰랐던 것을 작업하면서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설명할 수 있습니다. 이 사례에서 계획의 변경은 눈앞의 결과를 살피고 판단을 고친 과정입니다.
문헌과 연결하기
톰 레디와 칼레 푸올라카의 「듀이의 미학」 제2.3절은 존 듀이의 《경험으로서의 예술》(1934)을 설명하며, 예술가가 계획하고 선택하고 고쳐 만드는 활동과 그 결과를 경험하는 과정의 관계를 다룹니다. 편집부는 이 설명을 참고해, 창작 중의 조정도 작품을 만드는 과정에 포함된다는 논증을 구성했습니다. 위의 학생과 바다 그림은 이를 살펴보기 위해 만든 가상 사례입니다.[2]
04
예술가는 작품의 의미까지 알고 있나요?
사회자
작가가 어떤 뜻을 담으려 했는지 안다는 사실과, 작품의 의미를 안다는 주장은 어떻게 다른가요?
교수
사진작가가 빛이 들어오는 좁은 문틈을 화면 가운데 두고, 사람이 보이지 않는 복도를 촬영했다고 합시다. 작가는 고독을 표현하려고 그 구도를 골랐다고 설명합니다. 한 관람자는 어린 시절 살던 집을 떠올리며 안도감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다만 그 감정만으로 사진의 의미가 곧 ‘편안함’이라고 입증되지는 않습니다. 사진을 해석하려면 사람이 없는 복도, 문틈의 밝기, 빛이 향하는 방향처럼 실제로 보이는 표현을 근거로 삼아야 합니다. 예를 들어 ‘닫힌 공간에서 밖으로 나갈 가능성’이라는 해석을 제안했다면 문틈과 빛이 그 해석을 얼마나 뒷받침하는지 살펴야 합니다.
사회자
그렇다면 작가의 설명은 작품을 해석할 때 어느 정도 근거가 되나요?
교수
그 문제에는 서로 다른 입장이 있습니다. 이번 예시 논술에서는 작가의 설명을 구도와 제작 배경을 이해할 자료로 삼되, 작품에 나타난 표현과 함께 검토하는 방법을 택하겠습니다. “고독을 표현하려 했다”는 설명은 작가의 의도를 알려 줍니다. 그 의도가 작품에 어떻게 실현되었는지, 다른 해석도 가능한지는 사진을 보며 더 논증해야 합니다. 가능한 해석을 알아보는 일과 모든 관람자가 그 뜻만 받아들이도록 정하는 일도 다릅니다. 해석을 지배하지 못한다는 사실만으로 작품의 의미를 전혀 모른다고 결론 내릴 수는 없습니다.
문헌과 연결하기
윌리엄 윔새트와 먼로 비어즐리는 1946년 「의도의 오류(The Intentional Fallacy)」에서 작품을 해석하고 평가하는 기준을 작가의 의도에서 찾는 태도를 비판했습니다. Michael Wreen의 「비어즐리의 미학」 제9절은 이러한 반의도주의와, 의도를 다른 해석 자료와 함께 고려하는 중간 입장을 구별합니다. 위 대담과 아래 완성 논술은 후자의 방법을 채택한 편집부의 예시입니다. 이를 비어즐리나 레디 자신의 입장으로 소개하지 않습니다.[3]
05
열 가지 접근은 어떻게 비교하나요?
사회자
지금까지 숙련, 작업 중의 발견, 작품의 해석을 살펴봤습니다. 서로 다른 대상을 다루는 이 세 입장은 어떤 기준으로 비교하나요?
교수
같은 사례에 각 입장을 적용해 보세요. 한 입장이 설명하는 부분과 다른 입장이 보충하거나 반박하는 부분을 찾을 수 있습니다. 먼저 이번 논술의 중심이 될 세 입장을 정리해 봅시다.
접근 1
1. 숙련과 목적. 예술가는 악기의 소리를 내는 법과 글의 운율을 다루는 법을 익히고, 표현하려는 방향을 정할 수 있습니다. 바이올린 연주자가 원하는 음색에 맞추어 활의 압력을 바꾸는 경우를 생각해 보세요. 이 입장은 기술과 목적에 따른 선택에서 예술가의 앎을 찾습니다. 다만 그런 숙련이 있다는 근거만으로 완성될 작품의 모든 특징까지 미리 안다고 주장하면 논증이 부족해집니다.
접근 2
2. 발견과 변화. 제작 중에 재료·소리·몸의 움직임이 예상과 다르게 나타나면 예술가는 새 가능성을 발견하고 계획을 바꿀 수 있습니다. 어두워진 색을 보고 바다 그림을 저녁 풍경으로 고치는 사례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이 입장은 예술가의 앎이 작업하면서 달라질 수 있음을 설명합니다. 예상 밖의 결과가 있었다는 사실과, 그 결과를 살필 기준이 전혀 없었다는 주장은 구별해야 합니다.
접근 3
3. 작품과 해석. 예술가가 표현하려던 뜻과 작품에서 근거를 찾아 제안할 수 있는 해석을 비교합니다. 고독을 표현한 복도 사진에서 다른 가능성을 읽는다면 구도와 빛을 근거로 설명해야 합니다. 이 입장은 예술가의 자기 설명이 작품 해석의 충분한 근거인지 묻습니다. 관람자의 개인적 느낌을 곧바로 작품의 뜻으로 삼거나, 여러 해석이 가능하다는 이유로 모두 똑같이 타당하다고 말해서도 안 됩니다.
사회자
바다 그림으로 두 입장을 비교해 보겠습니다. 숙련을 강조하면 학생이 색을 조절하는 능력을 보게 되고, 발견을 강조하면 처음 계획을 바꾼 과정을 보게 됩니다. 계획을 바꾸었다는 사실이 첫 번째 입장을 반박하나요?
교수
첫 번째 입장이 “숙련이 있으면 모든 결과를 미리 안다”고 주장한다면 반박이 됩니다. 그러나 “숙련을 바탕으로 결과를 살피고 조절할 수 있다”는 주장이라면 두 번째 입장과 함께 설명할 수 있습니다. 학생은 색을 다루는 기술을 쓰면서, 실제로 생긴 색을 보고 처음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구성을 배웁니다. 두 입장은 기존의 기술과 작업 중에 얻는 이해가 어떻게 이어지는지 보여 줍니다.
사회자
그렇다면 세 번째 입장은 앞의 두 입장 중 어떤 주장을 제한하나요?
교수
제작 과정에 관한 앎을 작품 해석 전체에 대한 앎으로 확대하는 대목에서 제한합니다. 작가가 색을 조절하고 구도를 고친 이유를 안다고 해도, 다른 해석이 타당한지는 작품의 표현을 근거로 따져야 합니다. 거꾸로 관람자가 새로운 해석을 제안했다는 이유로 작가의 제작 기술이나 의도에 관한 앎이 사라지는 것도 아닙니다. 어떤 주장을 반박하는지 정확히 밝혀야 세 입장의 토론이 가능합니다.
더 살펴볼 일곱 가지 접근
접근 넓히기
다음 관점들은 앞의 세 입장을 다른 조건에서 검토하는 확장 자료입니다. 각 관점이 다루는 질문과 예를 비교하고, 자신의 논증에 필요한 것을 골라 보세요.
접근 4
4. 몸에 밴 기술과 말로 하는 설명. 연주자가 손가락의 힘을 세밀하게 조절하면서도 그 차이를 말로 충분히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를 생각해 봅니다. 무엇을 할 줄 아는 능력과 그 방법을 설명하는 능력을 구별하는 접근입니다. 설명이 서툴다는 이유만으로 작업에 관한 앎도 없다고 판단할 수 있는지 검토하게 합니다.
접근 5
5. 의도한 효과와 실제로 이룬 효과. 사진작가가 관람자의 시선을 문으로 모으려 했지만, 화면 구석의 밝은 물체가 더 눈에 띄는 경우를 가정해 봅니다. 목표를 아는 것과 그 목표를 이루었다고 판단할 근거는 다릅니다. 이 접근은 작가의 의도에 관한 설명을 받아들인 뒤에도, 실제 작품에서 그 효과를 확인해야 하는 이유를 보여 줍니다.
접근 6
6. 선택 당시의 이유와 나중의 설명. 화가가 제작 당시에는 색의 균형 때문에 구도를 골랐다가, 완성 뒤에는 그 구도를 외로움의 표현이라고 설명할 수 있습니다. 나중에 붙인 해석이 처음 선택을 이끈 이유와 같은지 묻는 접근입니다. 제작 메모나 스케치가 있다면 비교해 볼 수 있습니다. 이 구별을 통해 지금의 설명만으로 과거의 의도를 확정하는 일을 피할 수 있습니다.
접근 7
7. 공동 창작에서 각자가 아는 것. 영화의 촬영 담당자는 장면을 어떻게 찍었는지 알고, 편집 담당자는 그 장면을 어디에 놓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각자가 자기 작업을 아는 것과 한 사람이 전체 제작 과정을 아는 것은 다릅니다. 이 접근은 ‘예술가’를 한 사람으로 상정한 답이 공동 작업에도 그대로 적용되는지 검토하게 합니다.
접근 8
8. 우연을 사용하는 규칙. 작곡가가 사용할 음의 범위는 정하되, 음이 나올 순서는 주사위로 정하는 작품을 가정해 봅니다. 이때 작곡가는 순서를 미리 몰라도 자신이 정한 규칙과 그 규칙을 적용하는 방법은 알 수 있습니다. 작업 중 뜻밖의 결과에 대응하는 경우와, 미리 정한 제작 방식에 우연을 포함한 경우를 구별합니다. 결과의 예측 가능성이 앎의 필수 조건인지 시험할 수 있습니다.
접근 9
9. 공개된 뒤 생기는 새로운 쓰임. 축제를 위해 만든 그림이 훗날 다른 행사나 상점의 표지로 사용되는 경우를 생각해 봅니다. 처음 만들 때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아는 것과 이후의 모든 사용 맥락을 예상하는 것은 다릅니다. 관람자의 해석뿐 아니라 작품의 실제 쓰임이 달라지는 상황을 다루며, 나중의 변화를 처음의 무지에 대한 근거로 삼아도 되는지 묻게 합니다.
접근 10
10. 한 사례와 예술가 일반에 관한 주장. 숙련된 연주자의 사례로 확인한 앎이 처음 작품을 만드는 사람이나 다른 장르의 예술가에게도 같은 방식으로 나타나는지 살펴봅니다. 이 접근에서는 주장이 적용되는 사람과 활동의 범위를 검토합니다. 한 사례가 가능한 앎을 보여 주는지, 모든 예술가에게 성립하는 결론을 증명하는지 구별하게 합니다.
사회자
열 가지 접근을 모두 같은 분량으로 논술에 넣어야 하나요?
교수
이번 초고의 문제는 기술을 안다는 사실, 계획이 바뀐다는 사실, 작품을 해석한다는 사실을 제대로 연결하지 못한 데 있습니다. 그래서 중심이 되는 세 입장을 깊게 다루겠습니다. 네 번째 접근으로 말로 설명하는 능력과 숙련을 구별하고, 다섯 번째 접근으로 의도와 실제 효과를 점검하면 그 논증을 보강할 수 있습니다. 다른 접근도 결론을 시험하는 데 쓸 수 있지만, 글에 넣을 때에는 어느 주장을 보충하거나 고치는지 밝혀야 합니다.
06
초고의 세 대목은 어떻게 고치나요?
수정 1 — 작품을 만드는 일이 곧 앎이라는 주장
수정 전: “예술가는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 알고 있다. 화가는 그림을 그리고 작곡가는 음악을 만들기 때문이다. 많은 예술가는 오랜 시간 연습하며 기술을 익힌다.”
수정 이유: 그림이나 음악을 만든다는 활동의 이름만으로 어떤 앎이 있는지 증명할 수 없습니다. 기술을 익혔다는 근거를 살려, 그 기술로 실제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보여 줍니다. 말로 설명하는 능력만을 앎의 기준으로 삼지 않습니다.
수정 후: “예술가는 재료와 도구를 다루는 기술을 익혀, 원하는 소리와 형태에 맞게 작업을 조절할 수 있다. 어떤 효과를 의도하는지 밝힌 설명과, 소리를 듣고 연주를 바꾸거나 색을 보고 붓질을 고치는 행동은 그 앎을 살필 수 있는 근거다.”
수정 2 — 계획과 우연을 함께 설명하지 못한 대목
수정 전: “따라서 예술은 우연히 생기는 일이 아니라 계획에 따라 이루어진다. 하지만 때로는 의도하지 않은 작품도 탄생한다. 예술가는 새로운 영감을 얻어 생각을 바꾸기 때문이다.”
수정 이유: 처음에는 계획만으로 제작을 설명하다가, 뒤에서는 의도하지 않은 결과가 생긴다고 말합니다. 계획과 우연이 작업 중에 어떻게 함께 나타나는지 설명하고, ‘영감’이라는 말에 맡겨 두었던 관찰과 선택을 구체적으로 적습니다.
수정 후: “처음 계획은 작업의 방향을 정하지만, 제작 중에는 예상 밖의 색과 소리가 생길 수 있다. 예술가는 결과를 살피고 어느 부분을 살리거나 바꿀지 판단한다. 이런 수정은 작품을 만들면서 새로 알게 된 것을 다음 선택에 반영하는 과정이다.”
수정 3 — 무엇을 아는지 밝히지 않은 결론
수정 전: “결국 예술가는 자신의 활동을 알면서도 모른다고 할 수 있다. 예술은 자유롭고 다양하기 때문이다.”
수정 이유: ‘안다’와 ‘모른다’가 각각 무엇을 가리키는지 정하지 않았습니다. 자유와 다양성도 앞서 든 근거에서 바로 도출되지 않습니다. 제작에 필요한 앎과 모든 결과를 미리 아는 것을 구별해, 앞의 두 수정에서 설명한 내용으로 결론을 세웁니다.
수정 후: “예술가는 기술과 의도를 바탕으로 작업하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선택이 낳은 결과를 새로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앎이 있다는 사실이 완성될 모습이나 이후의 모든 해석을 미리 안다는 뜻은 아니다. 이처럼 창작에서의 앎은 숙련과 의도, 작업을 살피며 얻는 이해를 포함한다고 답할 수 있다.”
교수
첫 번째 수정은 작업에 어떤 앎이 쓰이는지 설명합니다. 두 번째 수정은 그 앎이 새로운 결과를 만나 어떻게 달라지는지 보여 줍니다. 세 번째 수정은 이 두 설명을 연결하고, 그 근거로 어떤 결론을 내릴 수 있는지 정리합니다. 이제 제작의 사례와 작품 해석에 관한 논의를 보태 하나의 논술로 연결해 보겠습니다.
07
고친 내용을 하나의 논술로 어떻게 연결하나요?
예시 답안 안내
아래 글은 대담에서 검토한 근거를 연결한 편집부의 예시 답안입니다. 공식 정답이나 교수의 실제 집필물은 아닙니다.
완성 논술
예술가는 자신이 하는 일을 알고 있는가?
예술가가 작품을 만든다면 그는 무엇을 하는지 알고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화가는 색과 붓을 선택하고, 음악가는 음의 높이와 리듬을 다룬다. 배운 기술을 바탕으로 어떤 형태를 만들지 계획할 수도 있다. 그런데 작업하는 동안 예상하지 못한 모습이 나타나고, 완성된 작품에 제작자가 생각하지 못했던 해석이 제시되기도 한다. 이런 변화는 예술가가 자기 일을 몰랐다는 증거일까? 이 질문에 답하려면 제작하는 방법과 의도에 관한 앎, 작업하면서 얻는 이해, 작품의 의미에 관한 판단을 구별해야 한다.
우선 숙련된 예술가에게서 제작 방법과 목적에 관한 앎을 확인할 수 있다. 바이올린 연주자는 활의 압력과 속도를 바꾸어 소리를 조절하고, 원하는 표현에 맞는 연주 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 그림을 그리는 사람도 색의 배치와 화면의 구성을 비교하며 다음 작업을 결정한다. 어떤 효과를 의도했는지 설명하는 것은 그 앎을 살필 자료가 된다. 감각의 미세한 차이를 말로 모두 설명하지 못하더라도, 실제 소리와 색을 구별하며 작업을 조절하는 능력에서도 숙련이 드러날 수 있다. 이 사례들은 예술가가 제작 중에 사용할 수 있는 앎이 있음을 보여 준다. 다만 그 근거만으로 완성될 작품의 모든 결과까지 미리 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제작 과정에서 예술가는 실제 결과를 살피며 처음의 계획을 바꿀 수 있다. 한 사람이 밝은 바닷가를 그리려다가 생각보다 짙어진 색을 보고 저녁 풍경으로 방향을 바꾸었다고 해 보자. 그는 그 색을 그대로 사용할지, 바꿀지, 다른 부분과 어떻게 연결할지 판단한다. 처음에는 예상하지 못한 결과를 얻었지만, 그것을 살펴 다음 선택에 반영할 수 있다. 존 듀이가 예술 경험에서 만드는 활동과 그 결과를 경험하는 과정의 관계를 다룬 점도 이러한 논증에 참고할 수 있다. 계획이 달라졌다는 사실만으로 제작에 관한 앎이 없었다고 볼 수는 없다. 이 사례에서는 기존의 기술을 쓰면서 색의 새로운 효과를 이해하고 작업을 수정했다.
작품의 의미를 해석할 때에는 또 다른 근거가 필요하다. 사진작가가 빛이 새어 들어오는 문틈과 비어 있는 복도를 찍으며 고독을 표현하려 했다고 하자. 한 관람자는 그 사진에서 익숙한 집을 떠올리며 안도감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개인적인 감정만으로 사진의 의미가 입증되지는 않는다. ‘닫힌 공간에서 밖으로 나갈 가능성’이라는 해석을 제안하려면 문틈의 밝기, 빛의 방향, 복도의 구도가 그 해석을 뒷받침하는지 설명해야 한다. 작가의 의도는 제작 배경을 이해할 자료가 될 수 있으며, 실제 사진의 표현과 함께 검토할 수 있다. 이렇게 보면 작가가 자기 의도를 안다는 주장과, 작품에서 가능한 해석을 모두 안다는 주장은 다르다. 또한 관람자의 해석을 결정할 수 없다는 사실만으로 작가에게 작품의 의미에 관한 앎이 없다고 결론 내릴 수도 없다.
따라서 예술가는 숙련과 의도를 바탕으로 자신이 하는 일을 알고, 작업을 수정하면서 그 앎을 넓혀 갈 수 있다고 답할 수 있다. 말로 밝힌 의도뿐 아니라 소리와 형태를 구별하고 다음 작업을 조절하는 능력도 그 판단의 근거다. 이러한 앎을 갖는다는 주장은 완성될 모습과 관람자의 모든 해석을 미리 안다는 주장까지 포함하지 않는다. 작품의 의미에 관해서는 작가의 설명과 실제 표현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 예술가의 앎은 처음의 계획이 끝까지 유지되었는지만으로 판정할 수 없다. 그가 무엇을 만들 줄 알고, 작업의 결과를 어떻게 살피며, 새로 알게 된 것을 다음 선택에 어떻게 반영하는지에서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 생각이음 논술연구원
08
여러분은 어떤 근거로 결론을 고치나요?
연습문제 1
연습문제 1. 다음 주장의 근거가 왜 부족한지 쓰고, 시인의 선택과 독자의 해석을 구별할 수 있는 예를 하나 덧붙여 보세요. “시인은 자신이 어떤 말을 썼는지 알기 때문에 그 시가 모든 독자에게 무슨 뜻인지 안다.”
해설. 시인이 고른 단어를 안다는 사실에서 독자의 해석을 모두 안다는 결론은 나오지 않습니다. 단어를 선택한 이유와 작품의 의미를 해석할 근거를 나누어 적어야 합니다. 예를 들면 “시인은 특정한 낱말을 고른 의도를 설명할 수 있다. 그 시가 어떤 해석을 허용하는지는 주변 표현과 작품 전체를 더 살펴야 한다”라고 고칠 수 있습니다. 예를 보탤 때에도 독자의 개인적인 느낌을 적는 데 그치지 말고, 해석의 근거가 되는 표현을 함께 제시하세요.
연습문제 2
연습문제 2. 한 학생이 종이 조형물을 만들다가 뜻밖에 접힌 모양을 보고, 그 형태가 마음에 들어 다른 부분도 어울리게 고쳤습니다. 처음 계획에 없던 모양을 사용했다는 사실은 “예술가는 자신이 하는 일을 전혀 모른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나요?
해설. 예상하지 못한 접힘은 우연한 변화이지만, 그 형태를 살리고 다른 부분을 조정하는 행동에는 학생의 판단이 들어갑니다. 완성될 모습을 미리 예상하지 못했다는 사실과 작업 중 아무 판단도 하지 않았다는 주장은 다릅니다. 학생이 어떤 형태를 고르고 무엇을 조절했는지 살펴야 작업에 관한 앎을 평가할 수 있습니다.
직접 고쳐 보기
지금의 결론을 두세 문장으로 적고, 무엇을 안다고 주장하는지 밑줄로 표시하세요. 그 뜻을 유지한 채 결론에 맞지 않을 법한 사례를 하나 찾아보세요. 새 사례에도 주장이 성립하는지 검토하고, 적용 범위를 분명히 하여 결론을 다시 쓰세요. 마지막으로 무엇을 고쳤고 그 근거가 무엇인지 설명하세요. ‘안다’의 뜻을 바꾸어 답하는 것과 같은 주장에 반례를 드는 것을 구별하는 연습입니다.
첫 판단 확인
어떤 설명이 가장 타당할까요?
선택한 설명의 근거를 살펴보세요.
수정 기록
판단을 쓰고 새 사례로 검토해 보세요.
무엇에 관한 앎인지 밝혀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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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과 참고 자료
5개 자료
공식 기출과 연구문헌을 확인했습니다. 열 가지 접근, 대담, 사례, 수정 방법과 완성 논술은 편집부가 구성한 학습 자료입니다.
01공식 기출 · 2026년 북아메리카 일반계 철학
프랑스 교육부, 시험 코드 26-PHGEAN1, 2쪽, 제2논술 문제. 원문: L’artiste sait-il ce qu’il fait ? 자료 확인 →
02듀이의 미학 · 제작과 경험
Tom Leddy·Kalle Puolakka, “Dewey’s Aesthetics,” Stanford Encyclopedia of Philosophy, 2025년 겨울 보존판, 제2.3절. 만드는 활동과 그 결과를 경험하는 과정, 선택과 수정의 관계를 참고했습니다. 자료 확인 →
03비어즐리의 미학 · 의도와 작품 해석
Michael Wreen, “Beardsley’s Aesthetics,” Stanford Encyclopedia of Philosophy, 2024년 가을 보존판, 제9절. 비어즐리의 반의도주의와 의도를 다른 해석 자료와 함께 고려하는 입장을 구별했습니다. 자료 확인 →
04톰 레디 · 공식 교수 소개
San José State University, Thomas W. Leddy 공식 소개. 철학 교수라는 직함과 미학·예술철학 전문분야를 확인했습니다. 대담의 대사는 편집부가 구성했습니다. 자료 확인 →
05일상의 미학 · 관련 저서
Tom Leddy, The Extraordinary in the Ordinary: The Aesthetics of Everyday Life (2012). San José State University ScholarWorks에서 저서명과 발행 연도를 확인했습니다. 자료 확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