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의 순서와 논증의 구조는 같지 않다
한 칼럼이 “점심시간 20분을 자율 독서에 쓰자. 조용히 읽을 공간을 원하는 학생이 많고, 짧은 독서라도 꾸준히 이어지면 책을 끝까지 읽을 가능성이 높아진다”라고 시작한다고 하자. 글에서는 제안이 먼저 나오지만, 검토할 때는 결론과 그 결론을 뒷받침하는 이유를 구분해야 한다. 문단 순서만 따라 밑줄을 그으면 어느 문장이 핵심 결론이고 어느 문장이 배경인지 흐려진다.
논증도는 검토할 주장들을 노드로 만들고 “이 이유가 저 결론을 지지한다”처럼 관계를 선에 적는다. 주장은 참·거짓을 따질 수 있는 완결된 문장이고, 근거는 다른 주장을 받아들일 이유를 주는 주장이다. 제목이나 감탄문을 그대로 노드로 쓰기보다 누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언제·어디에 적용되는지를 문장으로 복원한다.
먼저 문장을 주장 단위로 자른다
“학생들이 원하고 도움이 되므로 점심 독서를 늘리자”에는 적어도 세 주장이 있다. 수요가 있다는 사실, 반복 독서가 도움이 된다는 일반화, 학교가 시간을 마련해야 한다는 제안이다. 이를 하나의 큰 상자에 넣으면 어떤 근거가 부족한지 검사할 수 없다. 반대로 “학생”, “점심”, “독서”처럼 낱말만 떼면 명제가 아니어서 지지 관계를 읽을 수 없다.
좋은 노드에는 주체, 판단 또는 행동, 필요한 범위가 있다. “응답자 120명 중 78명이 조용한 독서 공간을 원했다”는 확인 가능한 자료 주장이다. “모든 학생이 독서를 원한다”로 넓히면 원문 범위를 넘어선다. 숫자·시점·표본이 있는 문장은 그 조건을 노드에 남겨 두어야 출처와 다시 연결할 수 있다.
| 원문 조각 | 논증도 노드 | 판정 |
|---|---|---|
| 학생들이 원한다 | 응답자 120명 중 78명이 공간을 원했다 | 범위 보존 |
| 도움이 된다 | 주 4회 20분 읽기가 준비 사례의 완독률을 높였다 | 조건 명시 |
| 늘리자 | 점심 20분 자율 독서 시간을 마련한다 | 행동 결론 |
독립 지지와 결합 지지를 구분한다
두 이유가 각각 결론을 지지할 수 있으면 독립 지지다. “독서 공간 수요가 크다”와 “학생회가 시범 운영을 제안했다”는 하나씩만 남아도 정책 필요성에 어느 정도 힘을 보탠다. 결합 지지는 두 전제가 함께 있어야 한다. “점심시간에 빈 교실이 있다”와 “감독 교사가 배정된다”가 함께 있어야 안전하게 공간을 운영할 수 있다는 식이다.
결합 지지를 두 개의 독립 화살표로 그리면 한 전제가 빠져도 결론이 유지되는 것처럼 보인다. 쉬운 검사는 전제 하나를 가렸을 때 남은 이유만으로 같은 추론이 성립하는지 묻는 것이다. 성립하지 않으면 두 전제를 한 묶음으로 표시하고 결론으로 향하는 선은 묶음에서 하나만 낸다.
설명과 근거를 섞지 않는다
“학생들이 책을 잘 안 읽는 이유는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는 현상을 설명하는 주장일 수 있다. 하지만 그 문장만으로 학교가 반드시 점심 독서를 시행해야 한다는 결론은 나오지 않는다. 정책 결론에는 점심시간이 실제 원인을 완화하는지, 다른 활동의 비용은 감당할 수 있는지, 제안이 가능한 대안 중 적절한지에 관한 전제가 필요하다.
논증도에는 “왜 그런가”를 답하는 설명선과 “왜 받아들여야 하는가”를 답하는 지지선을 구분해 적을 수 있다. 같은 문장이 맥락에 따라 설명과 근거 역할을 모두 할 수도 있으므로 선의 라벨을 생략하지 않는다. 독자가 선 하나를 “때문에”라고 읽었을 때 그 뜻이 인과인지 정당화인지 확인한다.
| 앞 주장 | 관계 | 뒤 주장 |
|---|---|---|
| 수업·과제 일정 | 원인을 설명 | 평일 독서 시간이 부족하다 |
| 평일 독서 시간이 부족하다 | 정책 필요성을 지지 | 점심 독서 시간을 마련한다 |
| 빈 교실과 담당자 | 실행 가능성을 지지 | 점심 독서 시간을 마련한다 |
서로 다른 사례에도 같은 문법을 쓴다
제품 구매 제안에서는 “고장 신고가 월 18건이다”와 “새 장비 유지 비용이 기존보다 낮다”가 교체 결론을 지지한다. 연구 요약에서는 “표본에서 차이가 관찰됐다”가 곧바로 “모든 사람에게 효과가 있다”를 지지하지 못하며, 표본 대표성과 측정 조건이 추가 전제로 필요하다. 회의 안건에서는 법적 의무, 비용, 구성원 선호가 각각 독립 근거가 될 수 있다.
사례가 바뀌어도 노드는 완결된 주장, 선은 관계, 묶음은 함께 필요한 전제라는 읽기법은 유지된다. 다만 도표만 보고 근거의 진실성까지 판단할 수는 없다. 논증도는 “이 전제들을 받아들이면 어떤 결론을 지지하는가”를 드러내고, 전제의 사실 여부는 출처와 원문에서 따로 확인한다.
| 사례 | 결론 | 찾을 것 |
|---|---|---|
| 학교 | 점심 독서 시범 운영 | 수요·효과·실행 조건 |
| 장비 | 노트북 20대 교체 | 고장률·총비용·대안 |
| 연구 | 효과가 관찰되었다 | 표본·측정·일반화 범위 |
LLM에는 원문 보존 규칙부터 준다
LLM에게 “논증도를 만들어 줘”만 요청하면 제목을 결론으로 추정하거나 빠진 전제를 자연스러운 문장으로 채울 수 있다. 원문 문장에 S1, S2 같은 번호를 붙이고 각 노드가 어느 문장에서 왔는지 표시하도록 한다. 원문에 없는 전제는 “숨은 전제 후보”로 따로 두고 채택하지 않는다.
결과 형식도 먼저 정한다. 노드ID, 주장 문장, 출처 문장ID, 관계 유형, 연결 대상, 확인 상태를 표로 받은 뒤 그림을 만든다. 출처 문장ID가 비어 있거나 “일반적으로”처럼 새 표현이 들어간 노드는 사람이 검토한다. 실제 모델을 실행하지 않았다면 결과를 준비된 예시라고 명시한다.
준비된 결과에서 넓어진 주장을 찾는다
교육용 예시 결과는 S2의 “설문 응답자 65%가 조용한 공간을 원했다”를 “학생 대부분이 점심 독서를 원한다”로 바꾸었다. 조용한 공간 선호와 독서 참여 의향은 같은 주장이 아니다. 또 응답자 범위를 전체 학생으로 넓혔다. 도표 모양은 그럴듯하지만 노드 문장이 원문보다 강해진 오류다.
수정할 때는 “응답자 중 65%가 조용한 공간을 원했다”로 되돌리고, 이것이 운영 제안에 얼마나 관련되는지 별도 전제로 검토한다. 참여 의향이 필요하면 새로운 설문이나 신청 자료를 확인한다. 근거 없는 넓은 표현을 약화하거나 보류하는 것이 빈 상자를 억지로 채우는 것보다 정확하다.
전제 제거 검사로 빠진 연결을 찾는다
“빈 교실이 있다”만 남기고 감독 교사 전제를 가리면 운영 가능 결론이 유지되는가? 아니다. 반대로 수요 설문을 가려도 공간과 담당자만으로 운영 가능성은 말할 수 있지만 정책 필요성은 약해진다. 이렇게 하나씩 가리면 독립·결합 지지를 구분하고 결론이 여러 하위 결론을 거치는지도 찾을 수 있다.
제거 검사는 논증의 타당성을 자동 판정하는 공식이 아니다. 숨은 전제가 있는지, 선을 잘못 묶었는지 묻는 조작 활동이다. 제거 후 추론이 성립한다고 판단한 이유를 한 문장으로 쓰고, 다른 독자가 동의하지 않으면 보증 전제를 명시한다. 의견 차이가 도표 수정의 자료가 된다.
| 가린 전제 | 남은 결론 | 판정 |
|---|---|---|
| 감독 담당자 | 안전한 운영 가능 | 성립하지 않음 → 결합 |
| 수요 설문 | 공간 운영 가능 | 가능하지만 필요성은 약화 |
| 완독 도움 자료 | 학생 수요가 있다 | 별도 하위 결론 유지 |
완료 기준은 원문 왕복과 반례다
마지막에는 모든 노드가 원문 문장 또는 명시된 숨은 전제 후보로 돌아가는지 확인한다. 모든 선에 지지·반박·설명 가운데 관계 이름이 있는지, 결합 지지를 독립 선으로 잘못 그리지 않았는지 검사한다. 결론의 주체와 적용 범위도 원문보다 넓어지지 않아야 한다.
반례는 “이 근거가 참이어도 결론이 흔들리는 경우”를 찾는다. 빈 교실과 담당자가 있어도 점심시간 소음 규정 때문에 운영할 수 없다면 실행 가능 결론의 예외다. 반례를 찾았다고 전체 논증을 즉시 폐기하지 않고, 적용 조건을 좁히거나 반박 노드를 연결해 도표를 고친다.
| 검사 | 질문 | 수정 |
|---|---|---|
| 원문 복귀 | 노드마다 문장ID가 있는가 | 출처 표시 |
| 관계 이름 | 선은 무엇을 뜻하나 | 지지·설명 구분 |
| 결합 전제 | 하나를 빼도 성립하나 | 묶음 표시 |
| 반례 | 근거가 참이어도 실패하나 | 조건·반박 추가 |
복사해서 쓸 수 있는 LLM 요청문
아래 요청문은 교육용 예시다. 원문을 함께 제공하고, 모델이 빈칸을 추측하지 않도록 금지 조건을 넣었다. 결과를 받으면 원문 문장과 노드·선의 대응을 사람이 다시 확인한다.
다음 칼럼 원문을 논증도 작성용 목록으로 바꿔 줘. ① 원문 문장마다 S1, S2 번호를 붙인다. ② 노드는 주체·행동·범위를 포함한 완결된 문장으로 쓴다. ③ 각 노드에 근거 문장ID를 표시하고 원문에 없는 내용은 추가하지 않는다. ④ 최종 결론, 중간 결론, 이유, 반박을 구분한다. ⑤ 이유 둘이 각각 지지하는지 함께 있어야 지지하는지 전제 제거 검사로 설명한다. ⑥ 설명 관계와 정당화 관계를 구분한다. ⑦ 숨은 전제는 채우지 말고 확인 후보로 둔다. ⑧ 범위가 넓어진 노드와 근거 없는 노드를 보고한다. [칼럼 원문] …
직접 실습하고 결과를 읽기
이 실습은 브라우저 안에 준비한 교육용 자료만 사용한다. 외부 LLM을 호출하거나 실제 기관 자료를 조회하지 않는다. 입력을 바꾸어 결과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보고, 설명과 맞지 않는 결과가 나오면 어떤 정보가 빠졌는지 적어 본다.
자료와 출처
아래 자료는 이번 글의 정의와 표기법을 확인하는 데 사용했다. 생각그림과 사례 문장은 원자료를 복제하지 않고 이 글의 교육 목적에 맞게 새로 구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