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결과로 들어오는 두 화살표
저녁 온실의 제어판에 경보등 하나가 있습니다. 이 학습 모형에서는 온도가 30℃ 이상이거나 연기 센서가 켜지면 경보가 울립니다. 고온은 경보를 울리기에 충분하고, 연기 감지도 따로 충분합니다. 따라서 32℃이고 연기가 없어도 경보가 울리며, 26℃라도 연기가 감지되면 같은 경보가 울립니다. 두 조건을 모두 기다리는 규칙이 아닙니다.
관계도에서는 두 조건의 화살표가 작은 합류점에서 만나 경보 노드로 들어갑니다. 합류점의 ‘또는’은 적어도 하나를 뜻합니다. 둘이 동시에 참인 경우도 포함합니다. 일상에서 ‘A 또는 B’가 둘 중 하나만 고르라는 뜻으로 쓰일 때가 있지만, 이 규칙의 의미는 네 입력 조합을 모두 적어 명시했습니다. 32℃이면서 연기도 감지되면 경보는 여전히 한 번 울립니다.
Open Logic Project의 공개 교재는 복합 문장을 원자 문장과 연결어로 나누고, ‘또는’과 ‘만약…이면’을 구분해 표현합니다. 여기서는 ‘고온이면 경보’와 ‘연기면 경보’라는 두 조건문을 하나의 그림에 놓았습니다. 경보를 끄려면 두 충분조건을 모두 거짓으로 만들어야 하지만, 경보를 켜는 데에는 하나면 충분합니다.
참고 · P. D. 매그너스 · 팀 버튼 · 로버트 트루먼 · 리처드 자크 / Open Logic Project — ‘또는’과 조건문으로 여러 경로 읽기 ↗
결과에서 원인 하나를 고르는 순간
경보가 울렸다는 사실만 알게 되었다고 합시다. 여기서 곧바로 ‘온도가 30℃ 이상이었다’고 결론 내리면 연기 경로를 놓칩니다. 반대로 연기였다고 단정해도 고온 경로를 놓칩니다. 이 규칙과 기록이 완전하다는 조건 아래 확정할 수 있는 것은 ‘고온 또는 연기 중 적어도 하나가 참이었다’까지입니다. 어느 하나였는지 알려면 센서별 입력 기록이 더 필요합니다.
직접 확인하기에서 ‘고온만’과 ‘연기만’을 번갈아 누르세요. 입력은 다르지만 출력은 모두 ‘경보 울림’입니다. ‘두 경로 모두’에서도 출력은 같습니다. 결과 한 칸은 지나온 경로의 수와 종류를 보존하지 않습니다. 이처럼 여러 원인이 같은 관찰값을 만들 수 있으면, 관찰값에서 원인 하나를 역으로 고르는 추론은 추가 근거를 요구합니다.
또 하나의 조건이 있습니다. 실제 장치에 수동 점검 버튼이나 배선 오류가 있다면 경보가 울리는 경로는 둘보다 많습니다. 지금의 결론은 화면에 적힌 두 경로가 전부라는 닫힌 규칙에서만 성립합니다. 규칙표가 불완전하면 ‘고온 또는 연기’라는 결론조차 보장되지 않습니다. 활동은 공개된 계산 규칙을 실행할 뿐 실제 고장의 원인을 진단하지 않습니다.
여러 충분조건을 규정과 설명에 옮기기
장학금 선발 규정에 ‘성적 기준을 충족하거나 공인 대회에서 입상하면 면접 대상’이라고 적혀 있다고 합시다. 면접 대상이라는 결과만 보고 성적 기준을 충족했다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입상 경로가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 면접 대상이 아니고 규정이 완전하게 적용되었다면 두 경로 모두 성립하지 않았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결과의 참과 거짓에서 돌아가는 방식이 서로 다릅니다.
인공지능의 분류 결과에도 같은 질문을 적용할 수 있습니다. 경고 표시를 만든 특징이 하나뿐이라고 가정하기 전에, 서로 다른 입력이 같은 출력을 만드는지 바꾸어 보아야 합니다. 다만 단순한 논리 회로와 학습된 모델은 같지 않습니다. 이 페이지처럼 규칙을 직접 정의한 모형에서는 경로를 정확히 열거할 수 있지만, 실제 모델의 내부 원인은 관찰과 개입을 통해 제한적으로 검토합니다.
다른 상황으로 옮길 때는 결과 하나, 결과를 만드는 충분조건들, 모든 경로가 열거되었다는 조건을 따로 쓰세요. 그리고 결과만 보았을 때 확정되는 문장과 센서 기록을 더 보았을 때 확정되는 문장을 구분해 보세요. ‘왜 그랬을까?’라는 질문은 가능한 경로를 먼저 펼쳐 놓을 때 더 정확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