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을 나무처럼 펼치다
분류도와 포르피리오스의 나무, 가지 하나에 담긴 생각의 규칙
넓은 개념에서 좁은 개념으로 가지를 뻗으면 무엇을 알 수 있을까요? 포르피리오스의 분류 전통을 따라 종류와 개체, 포함과 부분을 구별하고, 하나의 나무에 여러 기준을 담을 때 생기는 문제를 살펴봅니다.
노트 한가운데에 ‘내가 아는 것’이라고 쓰고 가지를 뻗어 봅니다. 한쪽에는 수학, 다른 쪽에는 읽은 책, 또 다른 쪽에는 앞으로 해결할 질문을 적습니다. 종이는 금세 생각으로 가득 찹니다. 그런데 잠시 멈추어 선 하나를 짚어 보면 의외로 어려운 질문이 생깁니다. ‘이 두 항목은 정확히 어떤 관계일까?’
지난 글에서는 반복과 대칭이 문양의 질서를 만드는 방식을 살펴보았습니다. 이번에는 고대 후기에서 중세로 전해진 분류의 전통으로 시선을 옮깁니다. 도형의 모양을 배열하던 자리에서 개념의 범위를 정리하는 자리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이 글의 중심 질문은 ‘가지 하나가 무엇을 뜻하는가?’입니다.
짧은 입문서가 남긴 긴 가지
포르피리오스(Porphyry)는 서기 3세기에 활동한 철학자입니다. 그의 『이사고게』(Isagoge, ‘입문’)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논리학을 공부하는 데 필요한 개념을 다룹니다. 이 책은 비잔티움과 아랍어권에서 읽혔고, 라틴어권에서는 보에티우스의 번역과 주석을 통해 오랫동안 철학 입문의 자리를 차지했습니다.[3]
우리가 오늘 만나는 ‘포르피리오스의 나무’에는 이 전승의 시간이 담겨 있습니다. 제임스 프랭클린의 연구는 포르피리오스의 분류 설명이 중세 논리학자들에 의해 나무 도식으로 발전했음을 짚습니다. 윌리엄 셔우드와 페트루스 히스파누스의 논리학 교재도 그 전통의 사례로 언급합니다. 따라서 저자의 원문 설명과 후대의 도식화를 구별해서 읽을 필요가 있습니다.[2]
나무의 장점은 한 항목의 자리를 그 주변과 함께 보여 준다는 데 있습니다. 어떤 개념이 더 넓은 범위에 속하는지, 같은 자리에서 무엇과 나뉘는지, 아래로 내려갈 때 어떤 조건이 더해지는지를 한 화면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다만 그 선을 문장으로 바꾸어 읽을 수 있어야 그림도 제대로 작동합니다.
한 갈래 내려갈 때 조건이 더해진다
『이사고게』는 ‘동물’을 넓은 종류인 속(屬, genus)의 예로, ‘인간’을 그 아래의 종(種, species)의 예로 듭니다. 여기서 속과 종은 오늘의 생물학 분류표에 고정된 계급명이 아니라, 더 넓고 좁은 개념 사이의 관계를 설명하는 말입니다. 종류를 구별하여 정의에 기여하는 차이는 종차(種差, differentia)라고 합니다.[1]
원문은 동물을 이성의 유무로 구별하고, 이성 있는 동물에서 죽는 것과 죽지 않는 것을 구별합니다. 그 예에서 인간은 이성이 있고 죽는 동물이며, 신은 이성이 있고 죽지 않는 존재입니다. 아래 그림은 이 대목의 관계만 추려 오늘의 독자를 위해 다시 그린 것입니다.[1]
이 분류의 ‘동물’과 ‘이성’, ‘신’은 당시 철학의 문맥에 놓여 있습니다. 현대 생물학이나 동물의 인지 능력을 판정하는 기준으로 그대로 옮겨 쓸 수는 없습니다. 여기서 살필 것은 같은 바탕에 구별 조건을 더하여 정의를 좁혀 가는 구조입니다.
아래로 내려갈수록 조건이 쌓입니다. 인간에 도달하려면 ‘동물’이라는 바탕과 ‘이성이 있음’, ‘죽음에 이르는 존재임’이라는 조건을 함께 읽어야 합니다. 반대로 위로 올라가면 구별 조건을 덜어 내고 더 넓은 범위를 보게 됩니다. 나무의 높이는 이 그림에서 개념의 범위를 표시합니다.
맨 아래의 소크라테스에서 선의 뜻이 달라집니다. 원문은 인간이라는 종과 소크라테스·플라톤 같은 개체를 구별합니다. 소크라테스는 인간을 다시 나눈 하위 종류가 아니라 한 사람입니다. 이 차이를 보이기 위해 도해에서는 마지막 연결만 점선으로 표시했습니다.[1]
정사각형에서 사각형까지, 무엇이 따라올까?
같은 읽기 방식을 익숙한 도형으로 옮겨 보겠습니다. 여기서는 평면의 단순한 사각형을 대상으로, 직사각형은 네 각이 모두 직각인 사각형, 정사각형은 거기에 네 변의 길이도 같다는 조건을 더한 도형으로 정합니다. 이 정의에서는 모든 정사각형이 직사각형에 포함됩니다.
왼쪽 그림은 넓은 종류에서 좁은 종류로 가는 길을 보여 줍니다. 오른쪽은 각 종류에 속하는 대상들의 범위를 영역으로 둘러쌉니다. 정사각형 영역 전체가 직사각형 안에, 직사각형 영역 전체가 사각형 안에 들어 있습니다. 가지와 영역이라는 서로 다른 표현이 같은 포함 관계를 드러냅니다.
이제 이름을 가린 도형 A가 정사각형이라는 사실을 알았다고 합시다. A가 직사각형이며 사각형이라는 결론도 따라옵니다. 정사각형을 정하는 조건 안에 위 단계의 조건이 모두 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나무를 따라 읽는 일은 이처럼 여러 문장 사이의 연결을 확인하는 일이 될 수 있습니다.
반대 방향은 어떨까요? A가 직사각형이라는 사실만으로 정사각형이라고 결론 내릴 수는 없습니다. 가로 4, 세로 2인 직사각형이 반례입니다. 위의 범주에 속한다는 정보만으로 아래 갈래의 추가 조건까지 채웠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또 하나 구별할 것이 있습니다. 분류도가 정사각형의 조건을 잘 정리해 주더라도, 손에 든 실제 도형이 그 조건을 만족하는지는 따로 확인해야 합니다. 네 각과 네 변을 조사하는 일이 필요합니다. 정의에 따른 추론과 대상을 관찰하여 분류하는 판단이 만나는 지점입니다.
모든 연결선을 ‘포함’이라고 읽어도 될까?
‘정사각형은 직사각형에 포함된다’와 ‘바퀴는 자전거에 포함된다’는 일상어에서 비슷하게 들립니다. 그러나 첫 문장은 종류의 관계이고, 둘째는 물건을 이루는 부분의 관계입니다. 둘을 같은 선으로 그리면 서로 다른 추론이 뒤섞이기 쉽습니다.
| 관계 | 선 대신 적어 볼 문장 | 확인할 점 |
|---|---|---|
| 종류의 포함 | 모든 정사각형은 직사각형이다. | 아래 종류에 속하는 대상은 위 종류의 조건도 만족한다. |
| 전체와 부분 | 이 바퀴는 이 자전거의 부품이다. | 부품이 전체와 같은 종류의 물건이라는 뜻은 아니다. |
| 종류와 개체 | 소크라테스는 인간이다. | 특정 개체가 어떤 종류에 속하는지를 말한다. |
| 원인과 결과 | 이 충격 때문에 이 유리가 깨졌다. | 인과를 주장하므로, 단순한 분류와 다른 근거가 필요하다. |
가령 ‘이 자전거는 탈것이다’와 ‘이 바퀴는 이 자전거의 부품이다’를 연결해도, 그 바퀴가 곧 탈것이라는 결론은 나오지 않습니다. 도해 2에서 종류 사이에 적용했던 추론을 부품 관계에 그대로 적용했기 때문입니다.
생각그림을 점검하는 간단한 방법은 선마다 짧은 문장을 써 보는 것입니다. ‘…의 한 종류다’, ‘…의 부분이다’, ‘…에 속하는 한 개체다’, ‘…때문에 일어났다’처럼 관계를 밝혀 적습니다. 문장으로 바꾸기 어려운 선이 있다면, 바로 그곳이 더 생각해야 할 자리일 수 있습니다.
‘수학’과 ‘에세이’는 같은 자리에서 나뉠까?
이번에는 서재의 읽기 자료를 정리해 봅시다. ‘자료’라는 큰 항목 아래에 ‘수학’과 ‘에세이’를 서로 겹치지 않는 두 갈래로 놓으면 어떤 일이 생길까요? 수학은 주제이고 에세이는 글의 형식이어서, 수학을 다룬 에세이는 두 갈래에 모두 들어갑니다.
하나의 대상을 한 갈래에만 배정하려면 갈림길마다 기준을 분명히 해야 합니다. 그 기준으로 나눈 갈래들이 서로 겹치는지, 어느 갈래에도 들어가지 않는 대상이 남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모든 기준을 반드시 둘로만 나눌 필요도 없습니다.
아래는 주제와 형식을 따로 놓은 표입니다. 비교를 위해 가상의 자료 네 편을 만들고, 각 자료에는 주제 하나와 형식 하나를 정했습니다. 수학 에세이 B는 ‘수학’과 ‘에세이’가 만나는 한 칸에 놓입니다. 같은 자료의 두 속성을 동시에 볼 수 있습니다.
이 네 자료도 나무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먼저 주제로 나눈 뒤 각 가지에서 형식을 나누거나, 먼저 형식으로 나눈 뒤 주제를 나누면 됩니다. 어느 기준을 앞에 놓느냐에 따라 찾아가는 길과 먼저 눈에 들어오는 묶음이 달라집니다. 두 기준을 한눈에 비교하려는 목적에는 위와 같은 표가 도움이 됩니다.
이 대목에서 오래된 분류의 이야기는 오늘의 서재와 만납니다. 정리하는 사람이 선택한 기준은 무엇을 가까이 놓고 무엇을 멀리 떨어뜨릴지 결정합니다. 좋은 분류를 만들려면 ‘이 자료들은 원래 어떻게 나뉘는가?’와 함께 ‘읽는 사람이 무엇을 찾으려 하는가?’도 물어야 합니다. 이 적용은 역사적 원문의 주장과 구별되는 연구소의 제안입니다.
가지의 뜻을 확인하는 세 가지 연습
아래 질문은 이 글을 위해 새로 구성했습니다. 선의 뜻을 읽고, 주어진 관계에서 결론을 이끌고, 표현이 달라져도 같은 정보를 유지할 수 있는지 확인해 보세요.
| 읽기의 단계 | 직접 해볼 질문 | 판단의 기준 |
|---|---|---|
| 관계 읽기 | 도해 1에서 인간과 소크라테스를 잇는 선은 왜 점선일까요? | 종류의 세분과 개체의 예를 구별하기 |
| 관계로 추론 | 도해 2의 정의에서 어떤 도형이 직사각형이고 네 변도 같다면 정사각형일까요? 반대로 직사각형이라는 정보만 있으면 어떨까요? | 위 단계의 조건과 추가 조건을 함께 확인하기 |
| 공통 관계와 추론 원리 식별 | 도해 3의 자료 B를 ‘주제 먼저’인 나무와 ‘형식 먼저’인 나무에 각각 놓아 보세요. 무엇이 바뀌고 무엇이 유지되나요? | 찾아가는 순서와 자료의 속성을 구별하기 |
첫 번째에서 소크라테스는 새로운 인간의 종류가 아니라 특정한 한 사람입니다. 점선은 이 연결이 위쪽의 종류 구분과 다르다는 표시입니다. 선의 모양을 달리하는 것과 함께 범례를 제공해야 독자도 그 약속을 알 수 있습니다.
두 번째에서는 정사각형이라고 결론 내릴 수 있습니다. 직사각형이라는 정보가 네 직각을 보장하고, 여기에 네 변이 같다는 조건까지 주어졌기 때문입니다. 직사각형이라는 정보만 있다면 가로 4, 세로 2인 경우도 가능하므로 정사각형 여부를 확정할 수 없습니다.
세 번째에서 B는 ‘수학 → 에세이’의 경로에도, ‘에세이 → 수학’의 경로에도 놓입니다. 달라지는 것은 분류 기준을 적용하는 순서입니다. B의 주제와 형식은 유지됩니다. 두 나무에서 같은 자료에 도달하는지 대조하면, 표현을 바꾸는 동안 정보가 빠지거나 다른 뜻으로 옮겨지지 않았는지 점검할 수 있습니다.
내 생각을 그림처럼 펼쳐 놓은 다음에는 상자 안의 단어만큼 상자 사이의 선도 읽어 보세요. 어떤 기준으로 묶었는지, 그 관계에서 무엇이 따라오는지, 무엇은 아직 말할 수 없는지를 적는 순간, 분류도는 생각을 다시 살피는 도구가 됩니다.
출처와 도해 안내
도해 3점과 연습 질문은 이 글을 위해 직접 제작했습니다. 도해 1은 원문 번역에서 확인한 관계의 일부를 현대식으로 다시 그렸으며, 도해 2·3은 연구소가 구성한 적용 예시입니다. 종류의 포함과 개체 소속, 화살표의 시작·도착점, 도형의 정의와 반례, 자료의 두 분류 기준을 검토했습니다. 자료 확인일:
- 포르피리오스 『이사고게』 — 공개 영어 번역 전문 포르피리오스 · 옥타비어스 프리어 오언(Octavius Freire Owen) 번역, 1853 · 로저 피어스(Roger Pearse) 전자 전사, 2007
제2장의 속·종·개체 구별과 제3장의 종차 설명을 중심으로 확인했습니다. 동물·이성·죽음·인간·신의 예는 당시 논리학의 맥락으로 소개했습니다. 도해 1의 배치·색·화살표·점선은 원전 번역의 관계를 설명하려고 새로 설계한 것입니다. 해당 전자 텍스트는 퍼블릭 도메인으로 공개되어 있습니다.
- 「종의 변이에 관한 아리스토텔레스」 — Aristotle on Species Variation 제임스 프랭클린(James Franklin) · Philosophy 61(236), 1986, 245–252쪽
저자의 뉴사우스웨일스대학교 공개 논문 파일에서 251–252쪽을 확인했습니다. 포르피리오스의 설명과 중세 교재의 나무 도식을 구별하는 데 참고했습니다. 논문의 생물학사 전체 주장을 이 글의 결론으로 채택한 것은 아닙니다.
- 「포르피리오스」 — Stanford Encyclopedia of Philosophy 에이욜푸르 에밀손(Eyjólfur Emilsson) · 2021년 개정
생애 개관과 제3.4절에서 논리학 저술의 성격, 비잔티움·아랍어권·라틴어권의 수용, 보에티우스 번역과 주석의 역할을 확인했습니다. 현대의 분류 설계와 학습 활동은 이 해설의 연구 결과와 구별하여 제안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