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수학자는 그림으로 어떻게 설명했을까?
『구장산술』과 유휘, 바꾸어도 남아 있는 관계
밭을 잘라 옮기고, 곡식의 조건을 나란히 놓고, 원을 더 잘게 나눕니다. 『구장산술』의 세 장면을 따라 모양과 숫자를 바꾸면서도 지켜야 하는 관계를 읽습니다.
뾰족한 삼각형 밭을 직사각형으로 바꾸어 놓을 수 있다면, 넓이를 설명하는 일도 달라질까요? 숫자가 길게 이어지는 곡식 문제를 같은 종류끼리 나란히 놓으면 무엇이 보일까요? 모양과 자리를 바꾸는 일은 계산을 시작하기 전에 관계를 살피는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첫 글에서 점토판과 그리스의 기하학을 살펴보았다면, 이번에는 중국의 수학 전통으로 시선을 옮깁니다. 서로 다른 지역에서 전해진 자료를 오늘의 Visual Logic, 곧 시각적으로 관계를 읽는 사고의 관점에서 살펴보는 두 번째 여정입니다.
밭을 잘라 옮기면 공식의 이유가 보인다
『구장산술』은 토지 측량과 곡식, 분배 등 생활의 문제를 다루는 수학서입니다. 3세기의 수학자 유휘는 이 책에 풀이의 이유를 설명하는 주석을 붙였습니다. 제1장 「방전」에는 밑변이 12보, 높이가 21보인 삼각형 밭의 넓이를 묻는 문제가 나옵니다. 답은 126입니다. 여기서는 길이의 ‘보’와 구분하여 넓이를 126제곱보라고 쓰겠습니다.[1][2]
주석에 등장하는 이영보허(以盈補虛)는 남는 부분으로 빈 곳을 채운다는 뜻입니다. 삼각형의 넓이 계산을 이런 옮김으로 설명해 보겠습니다. 아래에서는 높이의 절반에서 삼각형을 가르고, 위쪽의 작은 삼각형을 다시 둘로 나눕니다. 두 조각을 각각 반 바퀴 돌려 아래쪽 양옆의 빈 곳에 놓으면 직사각형이 됩니다.[2]
새 직사각형의 밑변은 12, 높이는 10.5이므로 넓이는 12 × 10.5 = 126입니다. 조각의 크기는 그대로이고, 겹치거나 빠진 곳도 없습니다. 따라서 원래 삼각형의 넓이도 같습니다. 삼각형의 넓이에 왜 ‘절반’이 들어가는지, 옮겨 놓은 도형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확인할 것은 네모처럼 보이는 겉모양만이 아닙니다. 옮기기 전후에 조각이 일대일로 대응하는지, 회전하면서 길이가 유지되는지, 빈틈과 겹침이 없는지까지 살펴야 합니다. 그림의 변화를 따라가면서 변하지 않은 양을 확인하는 것이 이 풀이의 핵심입니다.
곡식 문제를 나란히 놓고 읽다
제8장 「방정」의 첫 문제는 세 종류의 곡식을 서로 다른 수의 묶음으로 모았을 때의 수확량을 제시합니다. 원문은 이 조건들을 세로 열에 놓고, 대응하는 자리의 수를 곱하고 빼는 절차를 설명합니다. 아래 표는 같은 자료를 오늘의 독자가 읽기 쉽도록 가로 행으로 옮긴 것입니다.[2]
상등·중등·하등 곡식 한 묶음의 수확량을 각각 x, y, z로 적겠습니다. x, y, z는 설명을 위해 붙인 현대의 문자입니다. 수확량의 단위 두(斗)는 원문의 부피 단위이며, 현대의 리터로 환산하지 않고 그대로 사용합니다.
| 조건 | 상등 묶음 | 중등 묶음 | 하등 묶음 | 수확량 |
|---|---|---|---|---|
| ① | 3 | 2 | 1 | 39두 |
| ② | 2 | 3 | 1 | 34두 |
| ③ | 1 | 2 | 3 | 26두 |
조건 ①은 3x + 2y + z = 39, 조건 ②는 2x + 3y + z = 34입니다. 이제 ② 전체를 세 배, ① 전체를 두 배 해 보세요. 두 조건의 상등 곡식이 모두 여섯 묶음이 됩니다. 하나에서 다른 하나를 빼면 상등 곡식에 해당하는 항이 없어지고, 5y + z = 24라는 관계가 남습니다.
숫자를 놓는 위치는 어떤 항목끼리 비교해야 하는지 알려 줍니다. 중등 곡식의 자리와 하등 곡식의 자리를 섞으면 전혀 다른 계산이 됩니다. 묶음 수를 세 배 했다면 수확량도 세 배 해야 합니다. 표현을 바꾸는 동안 대상의 대응과 등식의 균형을 함께 지켜야 합니다.
또 한 가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새 관계 하나만으로 세 종류의 수확량을 모두 알 수는 없습니다. 조건 ①과 ③을 유지하면서 ②를 이 새 관계로 바꾸면, 원래 세 조건을 만족하는 해를 그대로 보존할 수 있습니다. 무엇을 빼고 무엇을 남기는지가 계산의 의미를 결정합니다.
같은 항을 지워도 조건은 남는다
아래 그림에서 E₁은 조건 ①, E₂는 조건 ②입니다. 위의 두 줄을 뺄 때 각 열은 같은 종류의 곡식을 가리킵니다. 마지막 열의 수확량도 같은 연산을 거칩니다. x 앞의 0은 상등 곡식에 해당하는 항이 두 줄의 차이에서 소거되었다는 표시입니다.
끝까지 계산하면 한 묶음의 수확량은 상등 9.25두, 중등 4.25두, 하등 2.75두가 됩니다. 이 값들을 원래 세 조건에 각각 넣으면 39, 34, 26을 얻습니다. 원문의 분수로 제시된 답과도 일치합니다.[2]
그림을 읽는 연습에서는 답을 얻은 뒤에도 한 번 더 돌아옵니다. 연산한 줄과 남겨 둔 줄을 함께 보며 원래 조건을 복원할 수 있는지 살피는 것입니다. 식을 표로 바꾸고, 표를 다시 문장으로 설명할 수 있을 때 관계를 제대로 이해했는지 확인하기가 쉬워집니다.
원에 가까워진다는 것은 무엇일까?
「방전」의 원 넓이 주석에서 유휘는 원 안의 정다각형을 더 잘게 나누어 원에 접근하는 방법을 설명합니다. 변의 수를 늘리며 다각형이 채우지 못한 부분을 줄여 가는 것입니다. 아래 그림은 그 생각을 정육각형·정십이각형·정이십사각형으로 다시 살펴본 예입니다.[2]
세 원의 반지름은 모두 1입니다. 각 도형을 같은 반지름의 원에 그려야 변의 수가 늘어날 때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 비교할 수 있습니다. 이전 다각형의 꼭짓점을 유지하면서 그 사이에 새 꼭짓점을 넣으면, 안쪽에서 채워지는 넓이가 커지고 원과의 차이는 줄어듭니다.
정육각형의 넓이는 약 2.59808, 정십이각형은 3, 정이십사각형은 약 3.10583입니다. 반지름 1인 원의 넓이 π(약 3.14159)와 비교하면 차이가 줄어드는 방향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유한한 수의 변으로 만든 다각형은 여전히 원의 안쪽에 놓입니다. 화면에서 거의 원처럼 보이는 것과 수학적으로 같아지는 것은 구별해야 합니다.
여기서 좋은 질문은 ‘얼마나 닮았는가?’에 이어 ‘얼마나 차이가 남는가?’입니다. 필요한 정확도에 도달했는지는 오차를 따져 판단해야 합니다. 정밀해 보이는 그림에도 그 그림이 실제로 보장하는 범위를 적어 두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무엇을 바꾸고, 무엇을 지켰는가?
세 장면을 우리 자신의 생각그림으로 옮겨 보겠습니다. 아래 질문은 원문 해설을 바탕으로 생각그림연구소가 새로 구성한 연습입니다. 먼저 보이는 관계를 읽고, 조건을 바꾸어 추론하고, 마지막에는 다른 표현으로 설명해 보세요.
| 살펴볼 변화 | 유지하거나 확인할 것 | 직접 해볼 질문 |
|---|---|---|
| 도형을 잘라 옮김 | 조각의 넓이와 전체의 대응 | 밑변 18, 높이 14인 삼각형도 넓이 126일까? 그림으로 설명해 보세요. |
| 조건을 곱하고 뺌 | 대상의 자리와 등식의 균형 | 묶음 수만 세 배하고 수확량을 그대로 두면 어떤 조건이 달라질까요? |
| 다각형의 변을 늘림 | 같은 원, 안쪽 넓이, 남은 오차 | 변이 48개라면 넓이는 24개일 때보다 커질까요? 그 이유를 말해 보세요. |
첫 질문에서는 18 × 7 = 126인 직사각형으로 옮겨 볼 수 있습니다. 두 번째에서는 같은 상황을 나타내던 묶음 수와 수확량의 비례가 깨집니다. 세 번째에서는 24개 꼭짓점을 유지하고 각 호의 중간에 꼭짓점을 추가하면 넓이가 커지지만, 여전히 원보다 작습니다. 답에 이르는 동안 유지한 조건을 함께 말해 보는 것이 이 연습의 목적입니다.
생각을 펼쳐 놓았을 때 무엇이 달라졌는지 표시해 보세요. 그 옆에는 끝까지 유지되어야 할 관계를 적습니다. 모양이 달라져도 같은 넓이, 숫자가 달라져도 같은 조건의 해, 더 정밀해져도 남아 있는 오차. 이런 구별이 쌓이면 그림은 자신의 판단을 다시 확인하는 작업 공간이 됩니다.
출처와 도해 안내
도해 3점은 이 글을 위해 직접 제작했습니다. 삼각형 조각의 넓이·대응, 곡식 문제의 연산과 해, 내접 다각형의 넓이를 별도로 계산해 확인했습니다. 그림의 색·번호·문자·소수 표기와 마지막 연습 질문은 현대의 설명을 위해 덧붙인 것입니다. 자료 확인일:
- 『구장산술』 영어 번역·주석서 서지와 소개 Shen Kangshen · John N. Crossley · Anthony W.-C. Lun, The Nine Chapters on the Mathematical Art: Companion and Commentary, Oxford University Press, 1999
공개된 소개와 목차에서 책의 주제, 유휘의 3세기 주석, 번역·주석서의 구성을 확인했습니다. 아래의 개별 계산은 원문 전사본과 대조했습니다.
- 『구장산술』 및 주석 원문 『九章算術』·유휘 등의 주석 · 위키문헌 공개 원문 전사본
제1장 「방전」 25~26번과 넓이 주석, 원 넓이의 다각형 주석, 제8장 「방정」 첫 문제의 수·배치·계산 절차·답을 확인했습니다. 원문에 섞여 있는 후대 주석과 현대의 설명용 재구성을 구분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