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TCT KOREA인류가 증명하려 했던 것들05 · 게오르크 칸토어
인류가 증명하려 했던 것들 · 05

무한에도 더 큰
무한이 있을까?

1, 2, 3, …처럼 수를 셀 때 쓰는 수를 자연수라고 합니다. 자연수에는 마지막 수가 없습니다. 아무리 큰 수를 말해도 거기에 1을 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에는 0과 1 사이에 있는 수들을 생각해 봅시다. 0.5도 있고, 0.25도 있고, 0.333…도 있습니다. 수직선 위에 나타낼 수 있는 수를 실수라고 합니다. 분수로 나타낼 수 있는 수와 무리수가 모두 여기에 속합니다. 0과 1 사이에도 실수는 무한히 많습니다.

칸토어가 탐구한 질문은 이것입니다. 자연수 하나에 실수 하나씩을 짝지어, 0과 1 사이의 실수들을 빠짐없이 연결할 수 있을까요? 자연수도 무한히 많으니 가능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는 어떤 방법으로 짝지으려 해도 빠지는 실수가 생긴다는 사실을 증명했습니다.

자연수 전체와 0과 1 사이의 실수 전체,
어느 쪽에 수가 더 많을까요?
위키미디어 공용에 수록된 1894년경 게오르크 칸토어의 초상 사진
게오르크 칸토어Georg Cantor · 1845–1918
무한 집합의 크기를 연구한 수학자
상트페테르부르크 출생
독일 할레에서 연구
1894년경 사진 · 촬영자 미상사진 출처·이용 조건
01 · 같은 개수라는 뜻

다 세지 않고도
개수를 비교할 수 있을까요?

교실에 학생 다섯 명과 의자 다섯 개가 있다고 해 봅시다. 학생마다 의자를 하나씩 정해 주었더니 모든 학생이 앉았고, 남는 의자도 없습니다. 그러면 학생 수와 의자 수가 같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학생과 의자를 따로 세는 대신 하나씩 짝지어 비교한 것입니다.

이때 한 의자에 학생 두 명을 앉히거나 어떤 학생을 세지 않고 넘어가면 제대로 비교할 수 없습니다. 양쪽 모두 빠짐없이, 하나에 하나씩 연결되어야 합니다. 수학에서는 이런 관계를 일대일대응이라고 부릅니다.

자연수와 짝수를 짝지어 봅시다.

양의 짝수는 2, 4, 6, 8, …입니다. 자연수에서 홀수를 뺀 수들이니, 짝수의 개수가 더 적을 것처럼 느껴집니다. 이제 각 자연수를 두 배 한 짝수와 연결해 봅시다.

위의 자연수 하나와 바로 아래의 짝수 하나를 연결합니다.
자연수12345…
짝수246810…
n ↔ 2n
자연수 n을 그 수의 두 배인 짝수 2n과 짝짓습니다. 예를 들어 100은 200과, 1,000은 2,000과 연결합니다.

이 규칙으로 모든 자연수에 짝을 정할 수 있습니다. 어떤 짝수를 골라도 그 절반인 자연수가 있으므로, 짝수 쪽에서도 빠지는 수가 없습니다. 서로 다른 자연수가 같은 짝수에 연결되는 일도 없습니다. 따라서 자연수 전체와 양의 짝수 전체는 일대일대응을 이룹니다.

집합의 원소 개수를 일대일대응으로 비교하면, 자연수와 양의 짝수는 같은 크기의 무한 집합입니다. 여기서 집합은 수학적으로 한데 모아 생각하는 대상들의 모음이고, 원소는 그 모음에 속하는 각각의 대상입니다. 이 글에서 원소는 주로 수입니다.

‘절반인데 어떻게 같은 개수일까?’

1부터 100까지만 살피면 자연수는 100개, 짝수는 50개입니다. 이 비교는 범위를 100 이하로 제한합니다. 위의 대응은 모든 자연수와 모든 양의 짝수를 비교하므로 100의 짝인 200도 사용합니다. 어디까지의 수를 비교하는지에 따라 질문이 달라집니다. 유한한 범위의 비율과 무한 집합 전체의 크기를 구별해야 합니다.

이제 처음 질문이 조금 달라 보입니다. 두 종류의 수가 모두 끝없이 많다는 사실만으로 개수가 같다고 결론지을 수는 없습니다. 양쪽을 빠짐없이 연결할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짝수와 자연수에는 그런 규칙이 있었습니다. 실수와 자연수에도 있을까요?

02 · 질문을 붙잡은 사람

칸토어는 왜
무한의 개수를 비교했을까요?

칸토어는 1845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태어났습니다. 베를린에서 수학을 공부했고, 1869년부터 독일 할레에서 가르치며 연구했습니다. 할레에서 이루어진 그의 연구는 집합론의 발전에 중요한 토대가 되었습니다. [1]

그가 처음부터 ‘여러 크기의 무한’을 찾아 나선 것은 아닙니다. 초기에는 함수를 삼각함수들의 합으로 나타내는 삼각급수를 연구했습니다. 같은 함수를 서로 다른 삼각급수로 나타낼 수 있는지 따지는 과정에서, 수직선의 점들이 이루는 집합을 세밀하게 살펴야 했습니다. 실수의 집합에 관한 연구가 무한을 비교하는 질문으로 이어진 것입니다. [2]

1873

데데킨트에게 보낸 편지

11월 29일, 칸토어는 수학자 리하르트 데데킨트에게 양의 정수 전체와 양의 실수 전체를 하나씩 짝지을 수 있는지 물었습니다. 편지에는 자연수가 서로 떨어져 있고 실수는 연속적으로 이어진다는 설명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분수들도 수직선에 촘촘히 놓이지만 자연수로 셀 수 있기 때문입니다. [3]

1874 → 1891

같은 질문에 대한 새로운 증명

칸토어는 1874년 실수 전체를 자연수 번호로 나열할 수 없음을 증명한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1891년 논문에서는 이전 결과를 언급한 뒤, 서로 다른 두 기호로 이루어진 무한 배열을 이용하는 새로운 논증을 제시합니다. 오늘날 ‘대각선 논법’으로 불리는 방법입니다. [4]

이 두 시기는 구별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칸토어가 1891년에 처음으로 실수가 더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아닙니다. 이미 밝혀낸 결과를, 다른 문제에도 응용할 수 있는 새로운 증명 방법으로 보여 준 것입니다.

아래에서는 실수의 소수점 표기를 이용해 대각선 논법을 따라갑니다. 1891년 원전에 등장하는 두 기호의 배열도 뒤에서 함께 살펴봅니다. 소수점 표기를 이용한 설명과 원전의 표기는 서로 다르지만, 각 항목과 달라지는 값을 하나씩 정한다는 논리는 같습니다.

03 · 비교할 수와 번호의 의미

‘실수에 번호를 붙인다’는 말은
무엇을 하겠다는 뜻일까요?

자연수 1, 2, 3, …은 이번에 번호로 사용합니다. 그리고 각 번호 옆에 0보다 크고 1보다 작은 실수를 하나씩 적습니다. 1번 옆에 어떤 실수를, 2번 옆에 어떤 실수를 적는지는 자유입니다. 번호가 수의 크기 순서를 뜻하지는 않습니다.

예를 들어 1번에 0.5를, 2번에 0.25를, 3번에 0.333…을 적을 수 있습니다. 0.333…은 3이 끝없이 반복되는 값이며 1/3과 같습니다. 이 범위에는 √2/2처럼 분수로 나타낼 수 없는 무리수도 있습니다. 이번에 빠짐없이 번호를 붙여 보려는 것은 이런 실수들 전부입니다.

번호로 사용하는 수자연수 전체

1, 2, 3, 4, …

번호를 붙이려는 수0보다 크고 1보다 작은 실수 전체

0.5, 0.25, 1/3, √2/2 등

각 실수에 서로 다른 자연수 번호를 하나씩 붙일 수 있다면 두 집합의 일대일대응을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러려면 선택한 몇몇 실수만 적는 데서 그치지 않고, 어떤 실수를 골라도 그 수의 번호가 있어야 합니다. 이 조건이 충족되는지 살피는 것입니다.

번호의 개수와 소수점 아래 자리 수는 다릅니다.

한 줄에는 실수 하나를 적습니다. 그 실수를 나타내는 소수점 아래 숫자는 끝없이 이어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1/3을 나타내는 0.333…은 숫자 3이 아무리 많이 반복되어도 실수 하나입니다. 그 실수 하나에 번호 하나를 붙입니다.

아래로는 1번 실수, 2번 실수, 3번 실수가 이어지고, 오른쪽으로는 각 실수의 소수점 아래 첫째 자리, 둘째 자리, 셋째 자리가 이어집니다. 앞으로 등장하는 표의 행과 열은 각각 이 두 가지를 뜻합니다.

I = (0, 1)
I는 0보다 크고 1보다 작은 실수들을 모은 집합입니다. 괄호 (0, 1)은 이 범위를 나타내며, 양 끝의 0과 1은 제외합니다.

자연수의 집합은 ℕ으로 씁니다. 이 글에서는 ℕ을 1, 2, 3, …으로 정합니다. 이제 비교 대상은 ℕ과 I로 분명해졌습니다. 두 집합의 원소를 하나씩 짝지을 수 있는지가 질문입니다.

04 · 대각선 논법

어느 번호에도 적혀 있지 않은
실수를 하나 만들어 봅시다.

증명의 출발은 잠정적인 가정입니다. 누군가 I의 모든 실수에 1, 2, 3, … 번호를 붙이는 방법을 찾았다고 가정합니다. 그러면 그 사람이 정한 실수들을 번호 순서대로 적을 수 있습니다. 이 배열을 앞으로 실수 목록이라고 부르겠습니다.

우리가 종이에 무한한 목록을 실제로 완성했다는 뜻은 아닙니다. 그런 번호 매기기가 수학적으로 가능하다고 가정하고, 그 가정에서 어떤 결과가 따라오는지 살피는 것입니다.

1 · 가정모든 실수에 번호가 있다

n번 옆에 적힌 실수를 rₙ이라고 부릅니다.

1번의 실수는 r₁, 2번의 실수는 r₂, n번의 실수는 rₙ입니다. 아래첨자는 그 실수의 번호입니다. rₙ의 소수점 아래 k번째 숫자는 aₙ,ₖ로 적습니다. a의 아래첨자 두 개는 차례로 실수의 번호와 소수점 아래 자리를 뜻합니다.

rn = 0.an,1an,2an,3…
n번 실수의 소수점 아래 숫자를 차례로 적은 것입니다. 예를 들어 a₂,₃은 2번 실수의 소수점 아래 셋째 자리 숫자입니다.
∀x ∈ I, ∃n ∈ ℕ : x = rn
0과 1 사이에서 어떤 실수 x를 골라도, 목록의 어떤 번호 n에는 바로 그 수가 적혀 있다고 가정합니다. ∀는 ‘모든’, ∃는 ‘적어도 하나가 있다’, ∈는 ‘그 집합에 속한다’라는 뜻입니다.
각 줄의 번호와 같은 자리의 숫자를 고릅니다.
2 · 관찰한 실수에서 한 자리씩

1번에서는 첫째 자리, 2번에서는 둘째 자리를 봅니다.

아래 표는 목록의 일부가 어떻게 생겼을지 보여 주는 예시입니다. 여섯 실수의 소수점 아래 여섯 자리까지만 적었습니다. 각 줄 앞에는 모두 ‘0.’이 있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강조한 칸은 1번의 첫째 자리, 2번의 둘째 자리, …, 6번의 여섯째 자리입니다.

세로는 실수의 번호, 가로는 소수점 아래 자리입니다.
번호123456
r₁314159
r₂272727
r₃503030
r₄128400
r₅910060
r₆446211

강조한 숫자를 차례로 읽으면 3, 7, 3, 4, 6, 1입니다. 실제 목록에는 7번, 8번, …도 있다고 가정했으므로 같은 규칙으로 계속 고를 수 있습니다.

a1,1, a2,2, a3,3, …, an,n, …
각 실수에서 그 번호와 같은 자리의 숫자를 하나씩 고릅니다. n번 실수에서는 소수점 아래 n번째 숫자인 aₙ,ₙ을 고릅니다.

선택한 칸들이 표에서 대각선으로 놓입니다. 그래서 이 방법을 대각선 논법이라고 부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림의 모양보다 모든 번호의 실수에서 한 자리씩 골랐다는 사실입니다.

고른 숫자를 반드시 다른 숫자로 바꿉니다.
3 · 구성새 실수 y를 만든다

고른 숫자가 3이면 7로, 나머지는 3으로 바꿉니다.

이 규칙은 언제나 원래 숫자와 다른 숫자를 만듭니다. 3을 골랐다면 7로 바꿉니다. 0, 1, 2, 4, 5, 6, 7, 8, 9 가운데 하나를 골랐다면 3으로 바꿉니다. 그렇게 얻은 숫자들을 새 실수 y의 소수점 아래에 차례로 적습니다.

dn =7 aₙ,ₙ = 3일 때3 aₙ,ₙ ≠ 3일 때
dₙ은 새로 만드는 실수의 소수점 아래 n번째 숫자입니다. 그 숫자를 n번 실수의 n번째 숫자와 반드시 다르게 정합니다.
앞의 표에 이 규칙을 적용하면 처음 여섯 자리는 이렇게 됩니다.
고른 숫자373461
새 숫자737333
y = 0.d₁d₂d₃… = 0.737333…
이 예에서 y는 0.737333…으로 시작합니다. 일곱째 자리 이후도 같은 규칙으로 정합니다. 여기의 ‘…’는 이후 숫자가 모두 3이라는 뜻이 아닙니다. 이후 값은 7번, 8번, … 실수의 대각선 숫자에 따라 결정됩니다.

y에는 소수점 아래에 3과 7만 등장하므로 0보다 크고 1보다 작습니다. 따라서 우리가 처음부터 번호를 붙이려던 실수의 범위 안에 있습니다. 각 자리의 값을 정했으므로 y는 하나의 실수로 정의됩니다.

y가 원래 목록에 있는 수인지 하나씩 따져 봅니다.
4 · 검증어느 번호와도 일치하지 않는다

y는 1번 실수와도, 2번 실수와도 다릅니다.

위의 예에서 1번 실수는 첫째 자리가 3이고 y의 첫째 자리는 7입니다. 두 수는 첫째 자리에서 다릅니다. 2번 실수는 둘째 자리가 7이고 y의 둘째 자리는 3입니다. 이번에는 둘째 자리에서 다릅니다. 3번 실수와 비교하면 셋째 자리에서 차이가 납니다.

여기서 이런 의문이 생길 수 있습니다. “앞의 몇 개와 다른 것은 알겠습니다. 그런데 100번이나 1,000번에 y가 이미 있으면 어떡하죠?”

100번 실수를 살펴보면 됩니다. y의 100번째 숫자는 바로 그 실수의 100번째 숫자와 다르게 정했습니다. 1,000번도 마찬가지로 1,000번째 자리에서 다릅니다. 어떤 자연수 번호를 골라도 그 번호와 같은 자리에서 차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n ∈ ℕ, dn ≠ an,n
어느 자연수 n을 골라도 y의 n번째 숫자는 n번 실수의 n번째 숫자와 다릅니다. 이 한 자리의 차이가 y와 rₙ을 구별해 줍니다.
∀n ∈ ℕ, y ≠ rn
따라서 y는 원래 목록의 어느 번호에 적힌 실수와도 같지 않습니다. 앞에서 소수점 표기의 중복을 처리했고, y는 3과 7만 쓰므로 표기만 달라서 같은 수가 되는 예외도 없습니다.

모든 자리를 바꿀 필요는 없습니다. 두 실수가 같으려면 같은 표기 아래 모든 자리가 같아야 합니다. 한 자리에서라도 확실히 다르면 서로 다른 수입니다. 칸토어의 방법은 각 번호의 실수에 대해, 다른 자리 하나를 빠짐없이 확보합니다.

모든 실수가 있다고 가정했는데, 번호 없는 실수가 생겼습니다.
5 · 결론전체를 나열한다는 가정의 모순

y도 0과 1 사이의 실수인데, 그 수의 번호가 없습니다.

출발할 때는 I의 모든 실수가 목록에 있다고 가정했습니다. 그런데 방금 만든 y는 I에 속하면서도 목록의 어떤 실수와도 같지 않습니다. y에 붙일 번호가 목록 안에 없으므로 처음의 가정과 모순됩니다.

대각선 논법의 결론

I = {r₁, r₂, r₃, …}
라는 나열은 불가능합니다.

0과 1 사이의 실수 전부를 자연수 번호에 하나씩 배정하는 방법은 없습니다. 어떤 실수 목록을 제시하더라도, 그 목록에 없는 실수를 만들 수 있습니다.

이 논증은 앞에서 예시로 든 여섯 실수에만 적용되는 요령이 아닙니다. 원래 목록의 각 숫자가 무엇인지와 상관없이, n번의 n번째 숫자를 다르게 정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어떤 순서를 택하든 모든 실수를 나열하려는 시도에 적용됩니다.

05 · 증명을 읽으며 생기는 질문

새 수를 끼워 넣거나
순서를 바꾸면 해결될까요?

“빠진 y를 1번에 넣고 나머지를 한 칸씩 미루면 되지 않나요?”

그렇게 새 목록을 만들 수 있습니다. y를 1번에 쓰고 원래의 1번은 2번으로, 2번은 3번으로 옮기면 됩니다. 그러면 이전 목록에서 빠졌던 y는 새 목록에 들어갑니다.

이제 새 목록에 대각선 규칙을 적용합니다. 새 1번의 첫째 자리, 새 2번의 둘째 자리, 새 3번의 셋째 자리를 골라 숫자를 바꾸면, 새 목록에도 없는 또 다른 실수가 생깁니다. 따라서 수 하나를 추가하는 것으로 ‘모든 실수를 포함한다’는 조건을 충족할 수 없습니다.

이 사실을 수없이 반복해서 관찰해야 증명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처음부터 어떤 목록에나 적용되는 논증을 마련했기 때문에, 목록을 바꾸어도 결론이 성립하는 것입니다.

“무한하니 어차피 다 셀 수 없는 것 아닌가요?”

일상에서 ‘다 센다’는 말은 마지막 수를 말하고 세기를 끝낸다는 뜻입니다. 자연수는 그 의미에서는 끝까지 셀 수 없습니다. 수학에서 말하는 가산성은 각 원소에 자연수 번호를 배정하는 대응이 있는가를 묻습니다. 사람이 시간을 들여 실제로 세기를 끝내는지는 묻지 않습니다.

짝수에는 n과 2n의 대응이 있었습니다. 따라서 짝수 전체는 자연수로 번호를 붙여 나열할 수 있습니다. 반면 0과 1 사이의 실수 전체에는 그런 대응이 없습니다. 두 경우 모두 세는 과정이 끝나지 않지만, 번호를 붙일 수 있는지는 서로 다릅니다.

“소수점 아래 자리가 무한히 많아서 문제가 생기나요?”

자리 수가 끝없이 이어진다는 사실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1/3과 1/7도 소수점 아래 숫자가 끝없이 이어지지만 두 수에는 얼마든지 다른 번호를 붙일 수 있습니다. 분수로 나타낼 수 있는 유리수 전체에도 자연수 번호를 붙일 수 있습니다.

양의 분수 p/q를 생각해 봅시다. 분자와 분모의 합 p+q가 2인 것, 3인 것, 4인 것, … 순서로 확인하면 됩니다. 각 단계에는 확인할 분수가 유한하게 있고, 모든 양의 분수는 언젠가 자기 단계에서 등장합니다. 1/2와 2/4처럼 같은 수가 다시 나오면 건너뜁니다. 이렇게 중복을 제거하며 번호를 붙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촘촘하다’, ‘소수점 아래가 끝없이 이어진다’ 같은 특징만으로 비가산성을 결론지으면 안 됩니다. 모든 실수를 나열했다는 가정에서, 어느 번호에도 없는 실수를 만들어 낸 논증이 필요합니다.

“혹시 무한 번째 번호에 y가 있지 않을까요?”

자연수 번호에는 1, 2, 3, … 각각의 번호가 있습니다. ‘무한 번째’라는 마지막 자연수는 없습니다. 모든 자연수보다 뒤에 새 번호 하나를 붙이는 것은 처음 정한 자연수 번호 체계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자연수로 번호를 붙일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답하려면 y에 어떤 자연수 n이 배정되는지 설명해야 합니다. 그 번호를 하나 골라 제시하면 n번째 자리에서 차이가 드러납니다.

06 · 1891년 원전과 연결하기

칸토어는 원래
두 기호만으로 이 논증을 썼습니다.

1891년 논문의 핵심 부분에서는 서로 다른 두 기호 m과 w를 사용합니다. 각 자리에 둘 중 하나가 놓인 무한 배열을 생각합니다. 모두 m인 배열도 있고, 모두 w인 배열도 있고, m과 w가 번갈아 나오는 배열도 있습니다. 원문은 이런 배열들을 예로 든 뒤, 어떤 배열 목록이 주어져도 그 목록에 없는 배열을 만드는 방법을 제시합니다. [4]

이제 m을 0, w를 1로 바꾸어 적어 봅시다. 여기서 한 배열 전체가 원소 하나입니다. 예를 들어 (0, 0, 0, …) 전체가 하나, (0, 1, 0, 1, …) 전체가 또 하나입니다. 이 배열들을 자연수 번호에 하나씩 배정했다고 가정하면, 앞의 증명과 같은 대각선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sn = (an,1, an,2, …),
an,k ∈ {0, 1}
sₙ은 n번 배열입니다. aₙ,ₖ는 그 배열의 k번째 값이며 0과 1 가운데 하나입니다. 앞에서 사용한 실수의 번호와 자리 표기와 같은 방식입니다.
bn = 1 − an,n
n번 배열의 n번째 값이 0이면 새 배열의 n번째 값은 1, 원래 값이 1이면 0으로 정합니다. 그 결과 새 배열 b는 n번 배열과 n번째 자리에서 다릅니다.

어느 번호를 골라도 그 번호의 배열과 다른 자리가 있으므로, 새 배열 b는 목록에 없습니다. 동시에 b도 0과 1로만 이루어진 무한 배열이므로 처음 고려하던 배열 전체의 집합에 속합니다. 원전의 논증도 이 두 사실을 연결하여 전체를 자연수로 나열할 수 없음을 보입니다.

소수점 표기를 이용한 설명에서는 숫자를 3과 7 중에서 골랐고, 이 설명에서는 0과 1을 서로 바꿨습니다. 두 증명에서 공통으로 하는 일은 n번 원소의 n번째 값과 다른 값을 새 원소에 지정하는 것입니다. 바로 이 구조가 대각선 논법입니다.

두 기호로 만든 배열이 실수와는 어떻게 연결될까요?

각 배열의 0을 3으로, 1을 7로 바꾸고 앞에 ‘0.’을 붙여 보세요. (0, 1, 0, 1, …)은 0.3737…이라는 실수에 대응합니다. 서로 다른 두 배열은 적어도 한 자리에서 다르므로, 바꿔 적은 두 실수도 그 자리에서 다릅니다. 3과 7만 쓰므로 끝없는 9 때문에 같은 실수가 되는 예외도 없습니다.

따라서 무한 배열 전체를 서로 다른 실수들에 연결할 수 있습니다. 실수 전체에 자연수 번호를 붙일 수 있다면 그 가운데 이런 실수들만 골라 배열 전체에도 번호를 붙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배열 전체를 나열할 수 없음을 방금 증명했습니다. 두 기호의 배열에 관한 원전의 결론은 실수의 비가산성과 이어집니다.

07 · 무엇을 알게 되었을까?

자연수보다 실수가 더 많다는 말을
이제 정확히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0과 1 사이의 실수 전체와 자연수 전체 사이에 일대일대응이 없다는 것을 보였습니다. 이것만으로 어느 쪽이 더 큰지까지 말하려면 한 가지를 더 확인해야 합니다. 자연수는 0과 1 사이의 서로 다른 실수들에 모두 연결할 수 있을까요?

n ↦ 1/(n + 1)
1은 1/2에, 2는 1/3에, 3은 1/4에 연결합니다. 모든 자연수에 짝을 정할 수 있고, 서로 다른 자연수는 서로 다른 실수에 연결됩니다. 이 분수들은 모두 0보다 크고 1보다 작습니다.

이 연결에서는 자연수 쪽의 모든 원소를 사용합니다. 실수 쪽에서는 일부만 사용해도 충분합니다. 반면 양쪽 전체를 하나씩 빠짐없이 짝짓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이것이 0과 1 사이의 실수 집합이 자연수 집합보다 크다는 정확한 뜻입니다.

무한 집합의 크기 비교

|ℕ| < |(0, 1)|

세로줄 | |은 집합의 원소 개수, 곧 집합의 크기를 나타냅니다. 자연수 전체의 크기보다 0과 1 사이 실수 전체의 크기가 더 큽니다. 따라서 이 실수들을 포함하는 실수 전체도 자연수보다 큰 집합입니다.

여기서 ‘크다’는 말은 수 하나의 값이 크다는 뜻이 아닙니다. 0.5라는 수는 5보다 작습니다. 지금 비교하는 것은 그런 값의 대소가 아니라 각 집합에 속하는 수들이 얼마나 많은가입니다. 작은 구간 안에 있는 수들의 개수가 자연수 전체의 개수보다 클 수 있습니다.

이름을 붙이면 가산과 비가산입니다.

자연수와 일대일대응을 이룰 수 있는 무한 집합을 가산 무한 집합이라고 합니다. 양의 짝수 전체가 그 예입니다. 자연수로 빠짐없이 나열할 수 없는 집합은 비가산 집합이라고 합니다. 0과 1 사이의 실수 전체가 그 예입니다. 용어를 먼저 외우기보다, 어느 쪽에 번호를 붙일 수 있었고 어느 쪽에는 불가능했는지 떠올리면 됩니다.

증명은 무엇에 기대고 있을까요?

이 논증은 실수 전체와 무한 배열 전체를 수학적 대상으로 다루며, 각 자리의 값을 정하면 하나의 무한 배열을 정의할 수 있다는 통상적인 수학의 틀에서 이루어집니다. 종이가 얼마나 긴지, 사람이 얼마나 오래 살 수 있는지는 전제가 아닙니다. 완성된 무한 집합을 어떻게 이해할지에 관한 철학적 질문은 따로 논의할 수 있습니다.

앞의 철학적 신 존재 논증에서는 어떤 개념과 비교 기준을 받아들일지가 주요 쟁점이었습니다. 여기서는 집합과 실수를 다루는 수학적 정의 아래에서 도출되는 정리를 읽었습니다. 논증이 무엇을 전제로 삼고 어떤 결론을 내리는지 구분하는 읽기는 두 경우에 모두 필요합니다.

칸토어의 발견을 ‘무한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크다’는 말로 요약하면 중요한 내용이 사라집니다. 그는 자연수로 셀 수 있는 무한과 그렇게 셀 수 없는 무한을 구별하는 방법을 제시했습니다. 무한을 막연하게 말하는 데서 나아가, 서로 다른 집합의 크기를 실제로 논증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08 · 직접 확인하기

두 가지 질문에 답하면
증명의 핵심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1. 대각선에서 고른 숫자가 3, 2, 7, 3, 0이라면?

원래 숫자가 3이면 7을 쓰고, 나머지 경우에는 3을 쓴다는 규칙을 적용해 보세요. 새 실수의 소수점 아래 처음 다섯 자리는 무엇일까요? 그리고 새 실수는 왜 4번 실수와 다를까요?

풀이 확인

새 숫자는 차례로 7, 3, 3, 7, 3입니다. 따라서 새 실수는 0.73373…으로 시작합니다. 대각선에서 네 번째로 고른 숫자는 4번 실수의 넷째 자리인 3입니다. 새 실수의 넷째 자리는 7이므로 두 실수는 다릅니다. 같은 방식으로 1번부터 5번까지 각각 어느 자리에서 다른지도 설명할 수 있습니다.

2. 0.1, 0.01, 0.001, …을 계속 적으면 모든 실수가 나올까요?

이 수들은 1번, 2번, 3번, …으로 빠짐없이 번호를 붙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0과 1 사이의 실수를 전부 적은 것일까요?

풀이 확인

0.5는 이 배열의 어느 번호에도 나오지 않습니다. 이 예는 무한히 많은 실수를 나열할 수 있다는 사실과, 모든 실수를 나열할 수 있다는 주장이 다름을 보여 줍니다. 칸토어의 증명은 한 예의 누락을 지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어떤 실수 목록에도 누락이 생긴다는 사실을 보였습니다.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 봅시다. 자연수도 끝없이 많고 0과 1 사이의 실수도 끝없이 많습니다. 그러나 두 집합을 하나씩 빠짐없이 짝지을 수는 없습니다. 모든 실수에 번호를 붙였다고 가정하면, 각 번호의 실수와 한 자리씩 다른 실수를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무한에도 더 큰 무한이 있습니다. 이제 이 말은 크기를 짐작하는 비유가 아니라, 무엇과 무엇을 어떤 기준으로 비교했는지 설명할 수 있는 수학적 결론입니다.

09 · 원전과 자료

자료와 출처

  1. 할레대학교 수학연구소, 칸토어 생애 자료. 출생, 학업, 할레에서의 활동을 확인했습니다. 대학 기록
  2. 할레대학교 수학연구소, 하이네의 삼각급수 연구와 칸토어의 초기 집합론. 연구 문제의 배경을 확인했습니다. 연구사 자료
  3. 칸토어가 데데킨트에게 보낸 1873년 11월 29일 편지. 델프트공과대학교 클라스 피터 하르트가 소개한 편지의 번역 발췌를 대조했습니다. 편지 발췌와 해설
  4. 게오르크 칸토어, 「집합론의 한 기초적인 질문에 관하여」, 1891년 대각선 논증. 『독일 수학자협회 연감』 제1권, 75–78쪽. 로직 뮤지엄에 전사된 독일어 핵심 논증과 번역, 파비우 마이아 베르타투의 2023년 원문 전사·번역 연구의 서지를 함께 확인했습니다. 원전의 두 기호 배열과 본문의 현대적 소수점 설명을 구분했습니다. 원전 핵심 부분 · 원문 전사·번역 연구 · 괴팅겐 소장본
  5. 인물 사진. 위키미디어 공용의 「Georg Cantor 1894.jpg」. 1894년경, 촬영자 미상. 원본 페이지에 퍼블릭 도메인 및 Public Domain Mark가 표시되어 있습니다. 사진과 이용 조건

소수점 예시의 숫자, 3과 7을 사용하는 규칙, 현대 기호와 연습 문제는 이 글의 설명을 위해 구성했습니다. 1891년 원전의 기호는 m과 w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