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보지 못한 두 사람이 동시에 고른다
두 사람이 서로의 선택을 볼 수 없는 방에서 ‘협력’과 ‘배신’ 가운데 하나를 동시에 고른다고 하자. 둘 다 협력하면 각자 3점을 받는다. 한 사람만 배신하면 배신자는 5점, 협력자는 0점을 받는다. 둘 다 배신하면 각자 1점이다. 이 수치는 실제 형벌이나 실험 결과가 아니라 구조를 분명히 보이기 위한 교육용 효용 점수다. 현대적 상상 장면도 실제 수감자나 특정 실험 참가자를 재현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상대의 선택을 미리 알 수 없고, 선택을 강제할 합의가 없으며, 각자가 자기 점수를 높이려 한다는 조건이다.
문단 자료[1]

게임의 구조와 수감자 이야기는 서로 다른 이력에서 왔다
메릴 플러드와 멜빈 드레셔는 1950년 랜드 연구소에서 비협조적이고 합이 일정하지 않은 게임을 연구했고, 같은 보수 구조를 여러 차례 플레이하는 실험도 진행했다. 앨버트 터커는 같은 해 스탠퍼드의 청중에게 이 구조를 설명하려고 수감자와 형량의 이야기를 붙였다. 오늘날의 ‘죄수의 딜레마’라는 명칭이 당시 터커의 원본 유인물 제목에 있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존 내시의 1950년 학위논문과 1951년 논문은 비협조 게임의 균형 개념을 일반화했고, 그 논문에 이 구조를 지닌 예가 포함되었다. 게임, 이야기, 명칭, 균형 개념의 역사를 한 사람의 단일 발명으로 합치지 않는 편이 정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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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칸의 보수와 순서가 딜레마를 만든다
행 참가자 A와 열 참가자 B가 각각 협력 C 또는 배신 D를 고른다. 보수행렬의 네 칸은 (C,C)=(3,3), (C,D)=(0,5), (D,C)=(5,0), (D,D)=(1,1)이다. 첫 숫자는 A, 둘째 숫자는 B의 점수다. 일반 기호로는 배신의 유혹 T=5, 상호 협력의 보상 R=3, 상호 배신의 벌 P=1, 혼자 협력한 이의 손실 S=0이라 쓴다. 죄수의 딜레마를 이루는 핵심 순서는 T>R>P>S, 곧 5>3>1>0이다. 숫자가 이 순서를 벗어나면 사슴사냥이나 매-비둘기처럼 다른 게임이 될 수 있으므로, 이름보다 먼저 보수의 순서를 확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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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가 협력하면 A는 배신으로 2점을 더 얻는다
상대 B가 협력을 고른 경우만 세로로 고정해 보자. A가 협력하면 A의 점수는 3이고, A가 배신하면 5다. 따라서 이 경우 A에게는 배신이 2점 더 유리하다. 이 비교는 ‘둘이 함께 얻는 점수’가 아니라 A 자신의 점수만 본다. 함께 협력하면 총점은 6이고 A가 혼자 배신하면 총점은 5지만, 자기 보수를 최대화하는 A의 비교에서는 5와 3이 놓인다. 개인 최적화와 두 사람의 합계를 같은 칸에서 섞어 읽지 않아야 첫 단계가 선명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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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가 배신해도 A는 배신으로 1점을 더 지킨다
이번에는 B가 배신을 고른 경우를 고정한다. A가 협력하면 A는 0점, A도 배신하면 1점이다. 나쁜 결과를 완전히 피할 수는 없지만, A는 배신을 골라 1점을 얻는 편이 0점보다 낫다. 상대가 협력할 때에도 배신이 유리했고, 상대가 배신할 때에도 배신이 유리하다. 상대의 선택이 무엇이든 같은 선택이 더 높은 보수를 주므로 A에게 배신은 엄격 우월전략이다. ‘엄격’은 두 경우 모두 부등식이 엄격하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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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추론이 B에게도 적용되어 둘 다 배신한다
행과 열이 대칭이므로 B도 똑같이 계산한다. A가 협력하면 B는 협력의 3점보다 배신의 5점을 선호한다. A가 배신하면 B는 협력의 0점보다 배신의 1점을 선호한다. 둘 다 상대의 선택과 무관하게 배신을 엄격 우월전략으로 갖는다. 따라서 서로의 실제 선택을 모르더라도 각자는 배신을 고르고 결과는 (D,D)=(1,1)에 이른다. 이 결론은 상대가 악의적이라고 믿어서 나오지 않는다. 정해진 보수와 자기 점수 최대화라는 모형의 조건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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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호 배신은 혼자 선택을 바꿔 이득을 얻을 수 없는 균형이다
내시균형은 다른 참가자의 선택을 그대로 둔 채 어느 한 사람만 선택을 바꾸어 자기 보수를 높일 수 없는 선택 묶음이다. (D,D)에서 A 혼자 협력으로 바꾸면 1점에서 0점으로 내려가고, B 혼자 바꾸어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상호 배신은 내시균형이다. 반면 (C,C)에서 A 혼자 배신으로 바꾸면 3점에서 5점으로 오르므로 상호 협력은 이 일회 게임의 내시균형이 아니다. ‘균형’은 모두가 만족하거나 사회적으로 가장 좋다는 뜻이 아니라, 일방적 이탈의 유인이 없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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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형보다 둘에게 더 좋은 결과가 따로 있다
(D,D)의 1점·1점과 (C,C)의 3점·3점을 비교하면 상호 협력은 두 사람의 점수를 모두 높인다. 누구의 점수도 낮추지 않으면서 적어도 한 사람의 점수를 높일 수 있을 때 앞의 결과는 파레토 효율적이지 않다고 말한다. 그러므로 (D,D)는 내시균형이면서 (C,C)에 파레토 지배된다. 여기서 역설적 긴장이 생긴다. 각자가 두 경우를 빠짐없이 비교해 자기에게 더 높은 선택을 골랐는데, 그렇게 모인 결과는 두 사람이 함께 선호하는 결과보다 나쁘다. 계산의 모순이 아니라 개인 유인과 공동 비교의 기준이 어긋난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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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의 게임을 말하려면 숨은 조건까지 고정해야 한다
고전적 일회 모형은 두 사람이 동시에 한 번 선택하고, 선택 전후에 강제 가능한 계약이 없으며, 상대의 선택을 미리 관찰하지 못한다고 가정한다. 보수의 의미와 순서도 서로 알고 있고, 각자는 행렬에 표시된 자기 효용을 최대화한다. 실제 사람은 죄책감, 공정성, 우정, 평판을 효용에 포함할 수 있다. 그런 선호가 점수에 반영되면 행렬 자체가 달라진다. 대화, 처벌, 계약, 신뢰 관계가 추가되어도 다른 게임이 된다. 따라서 현실의 협력을 보고 ‘합리성의 반례’라고 하거나 현실의 배신을 보고 ‘인간 본성의 증명’이라고 말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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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를 바꾸면 선택의 유인을 바꿀 수 있다
딜레마가 보여 주는 것은 협력이 불가능하다는 숙명이 아니라 현재 규칙에서 협력을 지지하는 유인이 부족하다는 사실이다. 약속을 강제하는 계약, 배신의 외부 비용을 부담시키는 책임 규칙, 협력 기여를 보상하는 제도는 네 칸의 보수를 바꾼다. 예를 들어 배신의 보수가 5에서 2로 낮아져 R=3보다 작아지면 배신은 더 이상 상대가 협력할 때의 최선이 아니다. 다만 이렇게 해결된 상황은 원래 행렬을 그대로 둔 채 말로만 협력을 권한 것이 아니다. 게임의 규칙과 보수가 바뀐 새 모형이다. 분석할 때에는 가치 판단과 모형 변경을 분리해서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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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면 오늘의 선택이 내일의 반응을 부른다
같은 상대와 다시 만날 가능성이 있으면 현재의 배신은 미래 협력을 잃는 비용을 만든다. 무기한 반복 게임에서는 각 라운드 뒤 다음 라운드가 이어질 확률 또는 미래 보수의 할인계수 δ를 둔다. δ가 0에 가까우면 미래가 거의 중요하지 않아 일회 게임과 비슷하고, δ가 1에 가까우면 장기 보수가 크게 작용한다. 반복 그 자체가 자동으로 협력을 만들지는 않는다. 참가자가 과거 행동을 관찰하고 그에 반응할 수 있어야 하며, 미래의 가치가 충분히 커야 한다. 일회 게임의 결론과 반복 게임의 조건부 협력 가능성을 한 문장으로 섞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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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전략에서는 미래의 가치가 절반 이상이면 협력을 지킬 수 있다
‘그림 방아쇠’ 전략은 먼저 협력하고 상대가 한 번이라도 배신하면 이후 계속 배신한다. 둘이 계속 협력할 때 현재가치는 R/(1−δ)=3/(1−δ)다. 한 번 배신하면 당장 T=5를 받고 그 뒤에는 P=1이 이어져 5+δ/(1−δ)다. 협력을 깨지 않을 조건은 3/(1−δ)≥5+δ/(1−δ)이며, 정리하면 δ≥(T−R)/(T−P)=(5−3)/(5−1)=1/2이다. 이 계산은 특정 보수와 특정 전략에 대한 충분한 조건을 보여 줄 뿐, 실제 관계에서 협력이 반드시 일어난다는 예측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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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이 알려진 유한 반복은 마지막 판에서 거꾸로 풀린다
정확히 N번 하고 끝난다는 사실과 합리성이 공통지식이라고 하자. 마지막 N번째 판에는 이후 보복이 없으므로 일회 게임처럼 둘 다 배신한다. 그러면 N−1번째 판의 선택도 마지막 판을 바꿀 수 없으므로 둘 다 배신한다. 이 추론을 처음 판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모든 판에서 배신이 나온다. 이를 후진귀납이라 한다. 실제 실험에서 사람들이 오래 협력하는 현상은 이 정리가 틀렸다는 뜻이 아니다. 제한된 계산 능력, 다른 사람의 유형에 대한 불확실성, 종료 시점의 불확실성처럼 표준 가정이 현실에서 성립하지 않을 수 있음을 보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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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대응은 유명하지만 어느 환경에서나 최선은 아니다
로버트 액설로드의 반복 게임 대회에서 아나톨 라포포트가 제출한 ‘맞대응’은 첫 판에 협력하고 다음 판부터 상대의 직전 선택을 그대로 따라 하는 간단한 전략이었다. 초기 대회에서 높은 성적을 거두었고, 먼저 배신하지 않음·배신에 대응함·다시 협력할 수 있음이라는 특징이 주목받았다. 그러나 상대 전략의 구성, 보수, 반복 길이, 행동 오류가 달라지면 순위도 달라진다. 특히 두 맞대응 참가자 사이에 실수 한 번이 생기면 번갈아 보복하는 연쇄가 이어질 수 있다. 맞대응은 협력의 보편 공식이 아니라 특정 환경에서 효과를 보인 비교 기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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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사례를 붙이기 전에 같은 게임인지부터 확인한다
공공재, 가격 경쟁, 군비 경쟁, 환경 협약을 죄수의 딜레마로 설명하려면 각 참가자의 선택과 네 결과의 선호 순서를 실제로 확인해야 한다. 상호 협력보다 혼자 배신하는 결과를 더 선호하고, 상호 배신보다 혼자 협력해 당하는 결과를 더 싫어하는지, 곧 T>R>P>S가 성립해야 한다. 참가자가 많거나 선택이 순차적이고, 상대를 관찰하거나 협정을 집행할 수 있다면 2인 일회 게임과 구조가 다르다. 비슷한 갈등이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행렬을 정하지 말고, 누가 무엇을 언제 선택하며 어떤 보수를 얻는지부터 적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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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최선과 공동의 최선을 서로 다른 질문으로 읽는다
죄수의 딜레마를 읽는 순서는 다섯 단계면 충분하다. 첫째 네 칸의 보수와 T>R>P>S를 확인한다. 둘째 상대가 협력할 때와 배신할 때 내 선택을 각각 비교한다. 셋째 상대에게도 같은 계산을 적용해 우월전략과 내시균형을 찾는다. 넷째 균형 결과와 모두가 더 선호하는 결과를 파레토 기준으로 비교한다. 다섯째 일회·반복, 계약·평판·오류처럼 게임을 바꾸는 조건을 구분한다. 이 역설은 개인의 합리성이 언제나 공동의 좋음을 보장한다는 생각에 제동을 건다. 다음 회차에서는 다수결의 쌍대결이 원을 그리며 도는 콩도르세 역설을 살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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