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분을 향해 점점 빨라지는 스위치
처음에는 꺼져 있는 전등이 하나 있다. 1분이 지나면 스위치를 눌러 켜고, 30초 뒤에는 다시 눌러 끈다. 그다음에는 15초 뒤, 7.5초 뒤처럼 앞 간격의 절반마다 상태를 바꾼다. 누르는 시각은 1분, 1분 30초, 1분 45초, 1분 52.5초, …로 이어지며 2분에 가까워진다. 2분 전까지 스위치를 무한히 많이 눌렀다고 가정할 때, 정확히 2분의 전등은 켜져 있을까, 꺼져 있을까. 이 질문은 끝없이 많은 동작을 유한한 시간에 마친다는 ‘초과업’의 대표 사례다.

톰슨이 1954년에 붙인 이름, 초과업
영국 철학자 제임스 F. 톰슨은 1954년 10월 《Analysis》에 발표한 「Tasks and Super-Tasks」에서 유한한 시간 안에 무한히 많은 과제를 수행하는 일을 ‘초과업’이라고 불렀다. 그는 아킬레우스가 달리는 문제, 셈하기, 기계 조작 같은 사례를 검토하면서 개념 자체가 모순을 낳는다고 논증하려 했다. 오늘날 널리 쓰이는 ‘톰슨의 램프’라는 이름은 이 논문 속 전등 사례에서 왔다. 따라서 이 이야기는 고대의 일화가 아니라 20세기 분석철학에서 제시된 사고실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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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치를 누르는 시각을 식으로 고정한다
n번째 스위치를 누르는 시각을 분 단위로 tₙ=2−2¹⁻ⁿ이라고 두자. n=1이면 t₁=1, n=2이면 t₂=1.5, n=3이면 t₃=1.75다. 인접한 두 시각의 간격은 1/2ⁿ분으로 절반씩 줄어든다. 첫 1분과 이어지는 간격을 모두 더하면 1+1/2+1/4+1/8+⋯=2분이므로, 스위치를 누르는 모든 시각은 2분보다 이르고 2분에 한없이 가까워진다. 여기서 합이 2라는 계산은 작동 시각을 정할 뿐, 2분의 전등 상태까지 자동으로 정하지는 않는다.
문단 자료[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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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한 단계에서는 상태가 정확히 정해진다
처음 상태를 꺼짐 0으로 정하면 첫 번째 누름 뒤에는 켜짐 1, 두 번째 뒤에는 다시 0이다. 일반적으로 n번째 누름 직후의 상태 sₙ은 n이 홀수일 때 1, 짝수일 때 0이다. 어느 유한한 n을 골라도 누른 시각과 그 직후 상태를 계산할 수 있다. 예를 들어 1.875분의 네 번째 누름 뒤에는 꺼져 있다. 역설은 유한 단계가 흐릿해서 생기지 않는다. 모든 유한 단계는 명확하지만, 그 정보가 2분이라는 경계 시각의 값을 정하는지가 쟁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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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누름은 없다
누름 횟수 1, 2, 3, …에는 마지막 자연수가 없다. 어떤 n번째 누름을 골라도 n+1번째 누름이 2분 전에 더 남아 있다. 그러므로 “마지막으로 누른 뒤의 상태를 보면 된다”는 해법은 적용할 수 없다. 무한히 많은 누름이 있다는 말과 무한번째 누름이 있다는 말도 다르다. 이 순서의 형식은 1, 2, 3, …으로 이어지는 ω형이며, 모든 유한번째 항은 있지만 그 목록 안에 ‘ω번째’라는 마지막 항은 없다. 2분은 누름 시각들의 극한점이지 목록 속 다음 누름 시각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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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은 2분 전과 정확히 2분을 가른다
절차는 2분보다 이른 모든 누름을 빠짐없이 지시한다. 그러나 “정확히 2분에 무엇이 일어나는가”라는 문장은 별도의 경계 조건이다. 어떤 물리량이 경계에 가까워질 때 한 값으로 수렴한다면 그 극한을 경계값으로 정하는 규칙이 자연스러울 수 있다. 반대로 경계로 가는 값이 수렴하지 않거나, 모형이 경계값을 따로 정하지 않았다면 앞선 값만으로는 답이 나오지 않는다. 톰슨의 질문을 풀려면 먼저 절차가 2분의 상태까지 정의했는지 확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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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수 단계와 짝수 단계는 서로 다른 값을 향한다
상태열은 1, 0, 1, 0, …이다. 홀수 번호만 뽑은 부분열 s₁, s₃, s₅, …은 줄곧 1이고, 짝수 번호만 뽑은 부분열 s₂, s₄, s₆, …은 줄곧 0이다. 하나의 수열이 수렴하려면 모든 부분열도 같은 극한을 가져야 한다. 그런데 두 부분열의 극한이 각각 1과 0으로 다르므로 전체 상태열은 수렴하지 않는다. “무한히 진행했으니 어느 한쪽으로 가까워질 것”이라는 직감은 이 번갈아 가는 열에는 맞지 않는다.
문단 자료[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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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의 수렴과 상태의 수렴은 별개다
누름 시각 tₙ은 2로 수렴하지만 전등 상태 sₙ은 수렴하지 않는다. 입력 시각이 한 점에 모인다는 사실만으로 출력 상태도 한 값에 모이지는 않는다. 함수가 극한점에서 불연속하거나, 그 점의 값이 정의되지 않았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구별은 제논 역설에서 거리 조각의 합을 계산한 것과도 다르다. 이동 거리나 시간의 양이 수렴한다는 계산은 중요하지만, 톰슨 램프에서는 같은 시각열 위에 놓인 상태열이 따로 수렴하는지를 물어야 한다.
문단 자료[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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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슨은 켜짐과 꺼짐을 모두 막으려 했다
톰슨의 원 논증은 다음처럼 진행된다. 2분에 전등이 켜져 있다고 가정하면, 어느 켜기 누름 뒤에도 다시 끄는 누름이 있었으므로 켜짐일 수 없다고 말한다. 꺼져 있다고 가정해도 어느 끄기 누름 뒤에 다시 켜는 누름이 있으므로 같은 방식으로 배제한다. 그런데 전등은 켜짐 또는 꺼짐이어야 하므로 모순이라는 결론을 낸다. 이 논증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2분의 상태가 앞선 누름들의 ‘최종 결과’로 반드시 결정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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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은 반쯤 켜진 전등도 확률도 아니다
1, 0, 1, 0, …의 처음 N개 평균은 N이 커질수록 1/2에 가까워진다. 이를 체사로 평균이라 부를 수 있다. 톰슨도 관련된 1−1+1−1+⋯에 1/2을 대응시키는 계산을 언급했지만, 전등이 “반쯤 켜진다”는 뜻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모형의 상태 공간은 {0,1}이므로 1/2은 허용된 상태가 아니다. 또한 무작위로 누르는 규칙이나 확률분포를 정하지 않았으므로 켜질 확률이 1/2이라는 결론도 나오지 않는다. 평균값과 최종 상태와 확률은 서로 다른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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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나세라프는 빠진 경계 조건을 지적했다
폴 베나세라프는 1962년 「Tasks, Super-Tasks, and the Modern Eleatics」에서 톰슨의 전등 지시가 2분보다 이른 상태만 정한다고 비판했다. 각 누름 뒤의 상태가 번갈아 간다는 정보는 정확하지만, 그 목록에는 2분의 값을 주는 문장이 없다. 베나세라프의 요지는 “2분에 어떤 상태여야 한다”는 전제를 몰래 넣은 뒤 그 전제로 모순을 만들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 비판은 초과업이 물리적으로 가능하다고 증명하지 않는다. 톰슨의 논증만으로 논리적 불가능성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범위를 한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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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과거와 양립하는 두 경계값
수학적 기술을 완성하는 한 방법은 2분의 상태를 별도로 지정하는 것이다. 모형 A는 모든 t<2에서 톰슨의 누름 규칙을 따르고 t≥2에서는 켜짐으로 둔다. 모형 B도 t<2에서는 완전히 같은 규칙을 따르지만 t≥2에서는 꺼짐으로 둔다. 두 모형은 2분 전의 모든 유한 단계에서 일치하면서 2분의 값만 다르다. 따라서 앞선 절차만으로 경계값이 논리적으로 하나로 결정되지는 않는다. 무엇이 실제 전등에 가능한지는 물리 법칙과 장치 모형을 더한 뒤에 따로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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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 조건은 ω번째 누름이 아니다
2분에 켜짐 또는 꺼짐을 지정한다고 해서 목록 끝에 새로운 스위치 동작을 덧붙이는 것은 아니다. ω번째 누름을 상정하면 모든 유한번째 누름 뒤에 마지막 누름이 하나 더 있다고 오해하게 된다. 경계 조건은 누름 횟수의 다음 항이 아니라, 시간축의 극한점에 상태값을 부여하는 규칙이다. 연속함수라면 주변 값과 경계값이 연결되지만, 이 상태열은 경계에서 수렴하지 않으므로 연속 연장도 없다. 별도 규칙을 넣었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아야 한다.
문단 자료[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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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리적 기술과 물리적 장치는 다시 나뉜다
수학적 시간표를 적을 수 있다는 것과 실제 전등이 그 시간표대로 작동한다는 것은 다른 주장이다. 누름 간격은 1/2ⁿ분으로 줄어들어 단위 시간당 작동 횟수가 제한 없이 커진다. 현실의 스위치에는 반응 시간, 접점 운동, 발열, 신호 전달 같은 제약이 있다. 다만 이런 공학적 한계는 논리 모형의 내부 모순을 곧바로 증명하지도 않는다. 수학적 모형의 완결성, 고전역학이나 상대론 같은 물리 이론이 허용하는지, 실제 제작 가능한지를 단계별로 구분해야 한다.
문단 자료[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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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베르트 호텔과 닮았지만 같은 문제는 아니다
앞 회차의 힐베르트 호텔은 자연수 번호의 손님과 방 사이에 충돌 없는 대응 함수를 세우는 정적 문제였다. 톰슨 램프는 자연수 단계가 유한한 시간 구간에 배열될 때 경계 시각의 동적 상태가 정해지는지를 묻는다. 두 사례 모두 마지막 자연수가 없다는 점은 같지만, 호텔의 배정은 각 자연수에 목적지가 주어지면 완성된다. 램프에는 모든 유한 단계의 배정 외에 경계값 문제가 남는다. “무한”이라는 한 단어만으로 두 사고실험의 결론을 서로 옮겨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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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차의 완성과 종료 상태의 결정은 다르다
톰슨 램프가 남기는 핵심은 간단하다. 2분 전에 실행할 모든 누름을 정확히 지정하는 일과 2분의 전등 상태를 지정하는 일은 서로 다르다. 시각열은 2분으로 수렴하지만 상태열은 1과 0 사이를 오가며 수렴하지 않는다. 그래서 1/2을 상태나 확률로 읽을 근거도 없다. 톰슨은 이를 초과업의 모순으로 보았고, 베나세라프는 경계값이 빠진 기술로 보았다. 다음 회차에서는 검은 까마귀가 아닌 사과가 왜 까마귀 가설과 관련된 증거로 보이는지, 확증의 조건을 살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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