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TCT KOREA 생각그림 연구소 · 생각그림으로 읽는 역설

아는 사람인데 누구인지 모른다

역설 11회 · 가려진 사람과 엘렉트라, 같은 사람을 다른 설명 아래 아는 일

초상 메달을 든 엘렉트라가 망토로 얼굴을 가린 여행자를 바라보는 성인용 상상 삽화

제목 그림: 인공지능으로 제작한 상상 삽화.

사진으로 아는 사람을 눈앞에서 몰라볼 때

기차역에서 한 사람이 동생의 사진을 들고 기다린다. 사진 속 얼굴과 이름, 어린 시절의 기억까지 잘 안다. 그런데 모자와 마스크를 쓴 여행자가 다가오자 그가 동생인지 알아보지 못한다. 실제로는 같은 사람이다. 그렇다면 “나는 동생을 안다”와 “나는 다가오는 사람을 모른다”는 말은 서로 모순일까? 기억은 남아 있다. 한 사람을 어떤 모습과 설명 아래에서는 알지만, 다른 모습과 설명 아래에서는 식별하지 못하는 경우다. 가려진 사람의 역설은 바로 이 틈을 파고든다.

생각그림 1. 사진 속 동생과 마스크를 쓴 여행자는 같은 사람이지만, 기다리는 이는 아직 그 동일성을 알아보지 못한다. 현대의 인지 상황을 설명하기 위한 생성 상상 삽화이며 역사적 장면이 아니다.
생각그림 1. 사진 속 동생과 마스크를 쓴 여행자는 같은 사람이지만, 기다리는 이는 아직 그 동일성을 알아보지 못한다. 현대의 인지 상황을 설명하기 위한 생성 상상 삽화이며 역사적 장면이 아니다.크게 보기 (새 탭) ↗

한 사람, 두 가지 제시 방식

문제의 핵심은 그 사람이 제시되는 방식이다. “사진 속 동생”은 이름과 기억이 붙은 익숙한 설명이고, “저기 다가오는 마스크 쓴 사람”은 정체를 아직 모르는 눈앞의 설명이다. 두 표현이 현실에서 같은 사람을 가리킨다는 사실만으로, 관찰자가 두 표현의 연결까지 안다고 할 수는 없다. 대상의 동일성과 그 동일성에 관한 사람의 지식은 별개의 사실이다. 이 구별을 놓치면 현실의 관점과 인식자의 관점을 한 문장 안에서 섞게 된다.

문단 자료[3]

생각그림 02

한 사람, 두 설명

01

익숙한 설명

사진 속 동생이라는 이름과 기억으로 그 사람을 안다.

02

눈앞의 설명

마스크 쓴 여행자의 모습만 보고는 그가 동생인지 판단할 정보가 부족하다.

대상이 같다는 현실의 사실과 두 설명을 연결하는 지식을 구분한다.

생각그림 2. 서로 다른 두 설명이 현실에서는 한 사람을 가리키지만, 인식자는 가운데의 동일성 연결을 아직 모를 수 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기록한 코리스코스의 사례

현존하는 고대의 구체적 논의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소피스트적 논박』 24장에서 확인된다. 그는 “코리스코스를 안다”면서도 “다가오는 사람”이나 “가면을 쓴 사람”을 모르는 사례를 든다. 그리고 이것을 우연적 속성에 기대는 오류의 갈래로 다룬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를 우연적 속성의 문제로 설명했다. 뒤에서 살펴볼 “내포적 맥락”은 지식 문장에서 이름 바꾸기가 왜 까다로운지 밝히는 현대 논리학의 설명 도구다. 두 설명을 섞지 않아야 고대 원전의 진단과 후대의 분석을 각각 정확히 읽을 수 있다.

문단 자료[1]

생각그림 03

원전에서 확인되는 구조

01

코리스코스를 안다

인물에 대한 지식

02

다가오는 사람을 모른다

현재 모습의 미식별

03

가면 쓴 사람을 모른다

가려진 모습의 미식별

아리스토텔레스의 진단: 우연적 속성에 기대는 논박

생각그림 3. 원전의 세 요소—코리스코스를 앎, 다가오거나 가면 쓴 사람을 식별하지 못함, 우연적 속성에 기대는 논박—를 구분했다.

잘못된 추론은 어디에서 뛰어넘는가

유혹적인 추론은 이렇다. 첫째, 나는 코리스코스를 안다. 둘째, 다가오는 사람은 코리스코스다. 셋째, 그러므로 나는 다가오는 사람이 누구인지 안다. 앞의 두 문장이 참이어도 결론은 곧바로 따라오지 않는다. 둘째 문장은 상황을 바깥에서 보는 서술자의 사실일 수 있지만, 인식자가 그 사실을 알고 있다는 전제는 없기 때문이다. 결론을 얻으려면 “나는 다가오는 사람이 코리스코스라는 것을 안다”라는 다리 전제가 더 필요하다. 역설처럼 보이는 힘은 이 빠진 다리를 조용히 건너뛰는 데서 생긴다.

문단 자료[1][4]

생각그림 04

생략된 다리 전제

01

① 코리스코스를 안다

인물에 대한 친분·기억

02

② 다가오는 사람 = 코리스코스

바깥의 사실

03

빠진 전제

그 동일성을 안다

04

③ 다가오는 사람이 누구인지 안다

전제가 있어야 결론

②가 참이라는 것과 ②를 안다는 것은 다르다

생각그림 4. 사실인 동일성 문장과 그 동일성을 인식자가 안다는 문장을 구별하면, 생략된 다리 전제가 드러난다.

보통 문장에서는 같은 것을 바꾸어 써도 된다

“다가오는 사람은 코리스코스다”가 참이라면, 대상의 키나 위치처럼 바깥에서 확인하는 보통 속성은 이름을 바꾸어 써도 대체로 그대로 보존된다. 다가오는 사람이 문 앞에 있다면 코리스코스도 문 앞에 있다. 이런 문맥에서는 같은 대상을 가리키는 표현끼리 바꾸어도 문장의 참·거짓이 유지된다. 이를 외연적인 문맥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누가 무엇을 안다”가 들어가면 대상만 같다고 끝나지 않는다. 그 대상이 인식자에게 어떤 정보로 주어졌는지도 따져야 한다.

문단 자료[3]

생각그림 05

외연적 문맥의 치환

01

다가오는 사람은 문 앞에 있다

위치에 관한 문장

02

다가오는 사람 = 코리스코스

동일성

03

코리스코스는 문 앞에 있다

참이 보존됨

대상의 위치는 부르는 이름에 따라 달라지지 않는다

생각그림 5. 위치처럼 외연적인 속성은 동일한 대상을 가리키는 표현 사이에서 치환해도 참이 보존된다.

“안다” 안에서는 이름 바꾸기가 실패할 수 있다

지식·믿음·보고를 나타내는 문장은 인식자의 관점을 포함한다. 그래서 같은 대상을 가리키는 표현을 바꾸었을 때 문장의 진릿값이 달라질 수 있다. 누군가 “사진 속 동생이 돌아왔다”고 믿으면서도 “마스크 쓴 여행자가 돌아왔다”고는 믿지 않을 수 있다. 현대 논리학은 이런 자리를 내포적 맥락이라고 설명한다. 따라서 표현을 바꾸기 전에 인식자가 두 표현의 동일성을 알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문단 자료[3]

생각그림 06

지식 문맥의 치환

01

동생이 돌아왔다고 안다

익숙한 설명

02

동생 = 마스크 쓴 여행자

현실의 동일성

03

여행자가 돌아왔다고 안다?

자동으로 따라오지 않음

“안다” 안에서는 인식자의 정보가 함께 평가된다

생각그림 6. 현실의 지시 대상은 같아도, “안다”라는 인식 맥락 안에서는 서로 다른 정보가 문장의 평가에 들어간다.

현실의 사실과 인식자의 정보 상태를 나누어 보기

바깥의 사실표에는 “마스크 쓴 사람 = 동생”이라고 적혀 있다. 그러나 기다리는 이의 정보표에는 “마스크 쓴 사람은 동생일 수도, 낯선 사람일 수도 있다”고 적혀 있을 수 있다. 여기서 여러 가능성은 관찰자가 가진 정보의 범위를 나타낸다. 현실은 하나이지만, 현재 가진 단서만으로 배제하지 못한 가능성이 여러 개라는 뜻이다. 이처럼 사실의 층과 정보의 층을 나누면 “같은 사람을 알면서 모른다”는 문장이 한 층 안의 모순이 아님을 볼 수 있다.

문단 자료[4]

생각그림 07

사실과 정보 상태

01

현실

여행자 = 동생

02

인식자의 정보

동생일 수 있음

03

인식자의 정보

낯선 사람일 수 있음

현실은 하나지만 배제하지 못한 가능성은 둘이다

생각그림 7. 실제 세계의 동일성은 확정되어 있지만, 인식자의 정보 상태에는 아직 여러 가능성이 남아 있다.

“안다”가 가리키는 일을 더 세밀하게 나누기

일상어의 “안다”는 여러 일을 한꺼번에 가리킨다. 사람과 오래 알고 지낸다는 뜻, 이름이나 특징을 안다는 뜻, 눈앞의 사람을 알아본다는 뜻, 두 설명이 같은 대상을 가리킨다는 사실을 안다는 뜻이 서로 다르다. 가려진 사람의 사례에서 첫째와 둘째는 충족되지만 셋째와 넷째는 아직 충족되지 않을 수 있다. 이것을 하나의 완결된 지식 이론으로 단정할 필요는 없다. 다만 어느 뜻을 쓰는지 밝히면 겉모순을 만드는 말의 미끄러짐을 막을 수 있다.

문단 자료[1][4]

생각그림 08

“안다”의 여러 쓰임

01

친분

오래 알고 지냄

02

정보

이름·특징을 앎

03

재인

눈앞에서 알아봄

04

동일성 지식

두 설명의 연결을 앎

서로 관련되지만 언제나 함께 성립하지는 않는다

생각그림 8. 친분, 정보, 재인, 동일성 지식은 서로 관련되지만 언제나 함께 성립하지는 않는다.

엘렉트라와 가려진 사람은 어떻게 전해졌나

후대의 디오게네스 라에르티오스는 에우불리데스와 관련된 논변의 이름으로 “엘렉트라”, “가려진 사람” 등을 나란히 열거한다. 그 대목은 논변의 이름을 열거한 목록이다. 오늘날 익숙한 엘렉트라와 오레스테스의 문답은 별도의 재구성으로 읽어야 한다. 비교용 변형에서는 누이 엘렉트라가 동생 오레스테스를 알면서도, 눈앞의 여행자가 바로 그 동생임을 알아보지 못한다. 반면 아리스토텔레스의 기록에는 코리스코스와 다가오는 사람·가면 쓴 사람의 구조가 구체적으로 나온다. 두 전승은 가까운 인식 문제로 비교하되, 그리스 비극의 재회 장면을 곧바로 논리 퍼즐의 원문이라고 소개해서는 안 된다.

문단 자료[1][2]

생각그림 09

고대 자료의 층위

01

아리스토텔레스

코리스코스·다가오는 사람·가면

02

디오게네스 라에르티오스

엘렉트라·가려진 사람 명칭 목록

03

후대의 비교

구조가 가까운 변형으로 설명

비극의 장면을 논리 퍼즐 원문으로 바꾸어 말하지 않는다

생각그림 9. 아리스토텔레스의 구체적 사례와 디오게네스 라에르티오스의 후대 명칭 목록을 같은 자료처럼 합치지 않고 나누어 표시했다.

기호로 쓰면 빠진 전제가 더 잘 보인다

현대의 간단한 표기로 “엘렉트라는 오레스테스가 돌아온 것을 안다”를 Kₑ(R(o))라고 쓰자. 여기서 o는 오레스테스를 가리키고, a는 “가려진 여행자”라는 기술표현을 줄여 쓴 기호다. 이 기술표현은 엘렉트라의 정보와 양립하는 경우마다 다른 사람을 가리킬 수 있다. 실제 상황에서는 a=o이지만, 그 사실만으로 Kₑ(R(o))에서 Kₑ(R(a))가 따라오지는 않는다. Kₑ(a=o)를 추가하고 그 사실을 기존 지식에 적용할 수 있다고 가정하면 Kₑ(R(a))를 얻을 수 있다. 이 표기는 빠진 인식 전제를 드러내기 위한 현대의 간단한 교육 모형이다.

문단 자료[4][3]

생각그림 10

현대 기호로 본 빠진 전제

01

Kₑ(R(o))

오레스테스의 귀환을 앎

02

a = o

여행자와 오레스테스는 실제로 같음

03

Kₑ(a = o)

엘렉트라가 동일성을 앎

04

Kₑ(R(a))

여행자의 귀환을 앎

세 번째 전제를 추가해 앞의 지식에 적용하면 마지막 문장을 얻는다

생각그림 10. 실제 동일성 a=o와 그 동일성을 안다는 Kₑ(a=o)는 다른 전제다. 세 번째 전제를 앞의 지식에 적용하는 이상화된 추론을 나타낸 현대적 설명 도구다.

동일성과 표현을 바꾸는 범위

같은 것은 같은 속성을 가진다는 원리는 여전히 중요하다. 다만 “엘렉트라가 ___를 안다”라는 표현 전체는 빈칸의 대상에게 단순한 색깔이나 위치를 붙이는 방식과 다르다. 이 문장은 엘렉트라라는 주체, 대상, 그리고 대상을 파악하는 정보가 함께 얽힌 관계를 나타낸다. 그래서 대상 수준의 동일성을 인정하면서도, 지식 문장 안의 표현을 바꿀 때에는 인식자가 그 동일성을 알고 있는지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같은 표현으로 바꾸어 쓸 수 있는 범위를 확인해야 한다.

문단 자료[3]

생각그림 11

동일성과 치환 범위

01

대상 수준

a = o

02

보통 속성

위치·키·색

03

인식 관계

누가 어떤 설명 아래 아는가

동일성은 유지된다. 제한되는 것은 지식 문장 안의 자유로운 치환이다

생각그림 11. 대상 수준의 동일성과 지식 문장 안에서 허용되는 치환의 범위를 분리했다.

가능한 정보 세계로 그려 보기

인식 논리에서는 어떤 사람이 가진 정보와 양립하는 경우들을 모아 지식을 설명하기도 한다. 엘렉트라의 단서와 양립하는 경우가 둘이라고 해 보자. 한 경우에는 가려진 여행자가 오레스테스이고, 다른 경우에는 낯선 사람이다. “가려진 여행자가 오레스테스다”가 모든 경우에서 참이 아니므로 엘렉트라는 아직 그것을 안다고 할 수 없다. 반대로 현실에서 여행자가 오레스테스라는 사실은 그대로다. 이 모형은 인식자가 현재 가진 정보의 한계를 나타낸다.

문단 자료[4]

생각그림 12

정보와 양립하는 두 경우

01

경우 A

여행자 = 오레스테스

02

경우 B

여행자 = 낯선 사람

두 경우 모두 현재 단서와 양립하면 동일성을 아직 안다고 할 수 없다

생각그림 12. 인식자의 정보와 양립하는 두 경우 가운데 하나를 배제하지 못하면 동일성을 아직 안다고 판정하지 않는다.

얼굴이 드러나면 무엇이 바뀌는가

여행자가 얼굴을 드러내고, 목소리와 오래된 표식 같은 신뢰할 만한 단서가 더해지면 엘렉트라의 정보 상태가 갱신된다. “낯선 사람일 수 있다”는 경우가 배제되고, 남은 경우들에서 여행자와 오레스테스의 동일성이 성립한다. 이때 그 사람을 두 설명 아래 연결하는 지식이 생긴다. 그를 알아보는 과정에서 정보가 바뀐다. 따라서 알아보는 과정은 단서에 따라 가능한 경우가 줄어드는 그림으로 나타낼 수 있다.

문단 자료[4]

생각그림 13

추가 단서와 정보 갱신

01

처음의 정보

여행자가 동생일 가능성과 낯선 사람일 가능성이 함께 남아 있다.

02

새 단서

얼굴·목소리·오래된 표식을 확인한다.

03

갱신된 정보

신뢰할 만한 단서로 다른 가능성을 배제하고 동생임을 알아본다.

달라진 것은 그 사람에 관해 관찰자가 가진 정보다.

생각그림 13. 추가 단서가 들어오면서 낯선 사람인 경우가 배제되고, 동일성 지식이 성립하는 정보 갱신을 나타냈다.

“안다”와 “모른다”가 함께 참일 수 있는 이유

모순은 같은 주체가 같은 때, 같은 대상에 관해, 같은 뜻과 같은 관점에서 P와 P가 아님을 동시에 주장할 때 생긴다. 그러나 이 사례의 두 문장은 관점이 다르다. 엘렉트라는 “오레스테스”라는 익숙한 설명 아래 그 사람을 알지만, “가려진 여행자”라는 눈앞의 설명 아래에서는 그를 식별하지 못한다. 설명을 모두 지우고 “같은 사람을 알고 동시에 모른다”고만 요약하면 필요한 차이가 사라진다. 설명의 자리를 되살리면 논리적 부정은 보존되면서 겉모순만 풀린다.

문단 자료[1][3]

생각그림 14

같은 조건의 모순인가

01

오레스테스를 안다

익숙한 이름 아래

02

가려진 여행자를 못 알아본다

눈앞의 모습 아래

대상은 같지만 설명과 인식 과제가 다르므로 P와 비P의 직접 충돌이 아니다

생각그림 14. 대상은 같지만 설명과 인식 과제가 달라, 같은 조건에서 P와 비P를 주장하는 모순이 아니다.

재판·기록·계정에서도 같은 문제가 돌아온다

가려진 사람의 문제는 이름 놀이에 그치지 않는다. 목격자는 사진 속 용의자를 알면서도 현장의 모자 쓴 인물이 그 사람임을 모를 수 있다. 병원은 같은 환자의 두 기록을 서로 다른 사람의 기록으로 처리할 수 있고, 온라인 서비스는 한 사람이 운영하는 두 계정을 연결하지 못할 수 있다. 이런 사례에서 “실제로 같다”는 사실과 “증거에 따라 같다고 식별했다”는 판단을 구분해야 한다. 다만 고대 논변이 오늘날의 법률·의료 절차를 직접 해결한다고 과장하지 말고, 동일성 판단의 전제를 점검하는 틀로 써야 한다.

문단 자료[3][4]

생각그림 15

오늘날의 동일성 판단

01

목격

사진과 현장 인물

02

기록

두 기록이 가리키는 환자

03

계정

두 계정의 운영자

실제 동일성과 증거로 확인한 동일성을 구분한다

생각그림 15. 목격, 기록 연결, 계정 식별에서 실제 동일성과 확인된 동일성을 구분해야 한다.

지식 문장의 이름을 바꾸기 전 네 가지 질문

첫째, 두 이름이나 설명이 실제로 같은 대상을 가리키는가. 둘째, 지금 다루는 문장이 위치·크기 같은 보통 속성 문장인가, 아니면 앎·믿음·보고가 들어간 인식 문장인가. 셋째, 인식자는 두 표현의 동일성을 아는가. 넷째, 그 지식은 어떤 단서와 추론으로 뒷받침되는가. 이 네 질문을 통과하기 전에는 “같은 사람이니 바꾸어 써도 된다”고 서두르지 말아야 한다. 가려진 사람과 엘렉트라의 역설은 사람을 아는 일이 대상 하나를 가리키는 데서 끝나지 않고, 그 대상을 어떤 정보 아래 식별하는지까지 포함한다는 점을 보여 준다.

문단 자료[1][3][4]

생각그림 16

치환 전 네 가지 질문

01

1. 동일 대상인가

지시 확인

02

2. 어떤 문맥인가

보통 속성 / 지식·믿음

03

3. 동일성을 아는가

인식자의 정보

04

4. 근거가 있는가

단서와 추론

네 질문으로 치환의 전제와 근거를 점검한다

생각그림 16. 동일성, 문맥, 동일성 지식, 근거를 차례로 확인하는 치환 점검표다.

한 걸음 더 생각하기

사실을 아는 사람의 자리에 서 보기

민지는 작가의 필명으로 된 책을 여러 권 읽었지만, 옆집 이웃이 그 작가라는 사실은 아직 모른다고 하자. 독자는 이야기의 서술을 통해 두 이름이 같은 사람을 가리킨다는 것을 안다. 민지에게 주어진 정보는 그보다 적다. 민지가 무엇을 아는지 판단하려면 독자의 정보를 잠시 분리해야 한다.

“그 작가는 이웃집에 산다”는 사실에서 “민지는 그 작가가 이웃집에 산다는 것을 안다”로 넘어가려면 민지가 그 사실을 알게 된 근거가 필요하다. 같은 대상을 가리키는 이름이라도 지식 문장 안에서는 제시 방식이 중요하다. 실제 동일성, 동일성을 보여 주는 증거, 그 증거를 받은 사람의 이해를 각각 적어 보면 생략된 전제가 드러난다.

직접 생각해 볼 문제

이웃이 신뢰할 만한 출판 기록을 보여 주어 민지가 필명과 본명의 관계를 알게 되었다. 무엇이 바뀌었는가?

생각을 정리한 뒤 해설 보기

민지가 가진 정보와 두 이름을 연결하는 지식이 바뀌었다. 이웃과 작가가 같은 사람이라는 현실의 사실은 처음부터 성립했다. 이제 민지가 그 동일성을 알게 되었으므로, 관련 지식을 연결할 추가 근거가 생긴다.

자료와 그림 출처

  1. 아리스토텔레스, 『소피스트적 논박』 24장 (새 탭) ↗

    코리스코스, 다가오는 사람, 가면 쓴 사람의 사례와 우연적 속성에 기대는 논박을 확인했다.

  2. 디오게네스 라에르티오스, 『저명한 철학자들의 생애와 사상』 2권 108절 (새 탭) ↗

    에우불리데스와 관련된 논변의 명칭으로 엘렉트라·가려진 사람 등이 열거된다는 점만 사용했다.

  3. Stanford Encyclopedia of Philosophy, “Intensional Logic” (새 탭) ↗

    같은 지시 대상을 가진 표현의 치환과 지식·믿음 문맥의 내포성을 설명하는 현대 해설로 사용했다.

  4. Stanford Encyclopedia of Philosophy, “Epistemic Logic” (새 탭) ↗

    지식 연산자와 정보와 양립하는 가능 세계를 이용한 현대 설명 모형을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