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TCT KOREA인류가 증명하려 했던 것들
14 / 20   ·   모형이론과 1차 논리

THE PROOFS HUMANKIND PURSUED · 14

같은 논리 규칙을
따르는 두 세계는
크기도 같을까?

같은 1차 논리 문장들을 만족하는 모형의 크기가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유리수와 실수의 예에서 확인하고, 하향·상향 뢰벤하임–스콜렘 정리를 차례로 증명합니다.

어떤 조건에서 무한한 모형 하나로부터 가산 무한 모형을 얻을 수 있을까요?
1930년대 노르웨이 수학자 토랄프 스콜렘의 흑백 초상, 오슬로박물관 소장 기록
토랄프 스콜렘
Thoralf Skolem · 1887–1963
수리논리학 · 집합론
노르웨이 산스베르 출생 · 오슬로대학교 연구
뢰벤하임의 연구를 발전시켜 모형의 크기와 집합론의 공리화 문제를 함께 다뤘습니다.
초상: 1930년대 · Oslo Museum / Wikimedia Commons.
출처·노르웨이 퍼블릭 도메인 표시 확인 ↗

01 · THE QUESTION AND THE PERSON

같은 규칙을 만족하는
서로 다른 크기의 세계

언어와 모형, 자연수로 셀 수 있는 무한의 뜻을 정하고 두 연구자의 역사적 배경을 살펴봅니다.

01 · 읽어 보기

1. 토론 동아리 두 곳이 같은 규칙을 만족한다는 말

토론 동아리에서 학생 두 사람 사이에 'x가 y보다 먼저 발표한다'는 관계가 있다고 합시다. 이 관계를 x<y로 적겠습니다. 한 동아리의 학생이 서른 명이고 다른 동아리의 학생이 삼천 명이어도, 서로 다른 두 학생의 발표 순서를 비교할 수 있다는 규칙은 둘 다 만족할 수 있습니다. 같은 규칙이 서로 다른 규모의 집단에서 참이 된다는 뜻입니다.

이번에는 학생 명단이 무한히 길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학생에게 뒤에 발표하는 학생이 또 있으며, 서로 다른 두 발표 순서 사이에도 다른 학생이 들어갈 수 있다는 규칙을 붙여 봅시다. 일상적인 동아리에는 끝없는 발표자가 없지만, 수학에서는 이런 관계를 만족하는 무한한 대상을 정확하게 정의하고 연구할 수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실제 학교 운영에 대한 기록이 아니라 수학적 모형이 무엇인지 이해하기 위한 가상 사례입니다.

규칙이 적용되는 대상 전체를 논의 영역, 그 영역에 들어 있는 사람이나 수를 원소라고 부릅니다. 한 번 정한 규칙이 어느 영역에서 참이 되는지 확인하는 작업을 논리학에서는 해석 또는 모형 평가라고 합니다. 영역이 달라도 같은 규칙이 참일 수 있습니다. 뢰벤하임–스콜렘 정리는 이 간단한 관찰을 아주 정밀하게 확장한 결과입니다.

02 · 읽어 보기

2. '언어', '이론', '모형'은 서로 어떤 관계인가요?

논리학자가 사용하는 언어 L에는 =, ∀, ∃, →처럼 논리의 기본 기호와 연구 대상에 맞춘 이름·관계 기호·함수 기호가 들어갑니다. '앞서 발표한다'는 관계를 표현하려면 <라는 관계 기호를 넣을 수 있습니다. 필요한 기호들로 문법에 맞게 식을 만들고, 변수에 특정한 원소를 지정하지 않아도 참과 거짓이 결정되는 완성된 식을 문장이라고 부릅니다.

예를 들어 ∀x∃y(x<y)는 '어떤 학생 x를 골라도 x보다 뒤에 발표하는 학생 y가 있다'는 뜻입니다. 앞의 ∀x는 모든 원소를 하나씩 고려하라는 뜻이고, 뒤의 ∃y는 해당 원소에 대해 조건에 맞는 y가 적어도 하나 있다는 뜻입니다. 이 규칙을 만족하는 영역에는 마지막 발표자가 없습니다. 반대로 ∃y∀x(x≤y)는 모든 사람보다 뒤에 있거나 같은 마지막 발표자 y가 있다는 뜻이므로 두 문장은 함께 참일 수 없습니다.

여러 문장을 모아 대상에 요구하는 규칙을 정해 놓은 것을 이론 T라고 부릅니다. 이론이 어떤 사실을 무조건 참이라고 선언하는 명령은 아닙니다. 우리는 먼저 규칙을 적어 놓고, 그 규칙이 실제로 참이 되는 해석이 있는지 조사합니다. 영역 M을 정하고 기호에 뜻을 주었을 때 T의 모든 문장이 참이면, M을 T의 모형이라고 합니다. 기호 M⊨T는 'M은 T를 만족한다'는 뜻입니다. 모형의 원소 수는 |M|로 씁니다.

1차 논리 언어 L · 질문에 사용하는 기호
=, <, ∀, ∃

어떤 성질을 묻는지 문법과 기호를 정합니다.

모형 M · 질문을 실제로 평가하는 세계
M ⊨ T

영역의 원소와 관계를 정하고, T의 모든 문장이 참인지 확인합니다.

03 · 읽어 보기

3. 1차 논리는 무엇을 셀 수 있고, 무엇을 직접 셀 수 없나요?

1차 논리에서는 ∀x와 ∃x가 주어진 논의 영역의 개별 원소를 대상으로 움직입니다. ∀x∃y(x<y)에서 x와 y는 학생 한 명, 수 한 개처럼 그 영역에 들어 있는 대상입니다. 반면 '이 영역에서 고를 수 있는 모든 부분집합에 대하여'라는 식으로 부분집합 자체를 양화하는 표현은 일반적인 1차 논리의 기본 양화가 아닙니다. 그런 표현을 곧바로 사용하면 더 풍부한 논리 언어를 다루게 됩니다.

오해하기 쉬운 대목이 있습니다. 1차 논리로 집합론을 연구할 때는 '집합' 자체가 논의 영역의 원소일 수 있습니다. 집합론의 언어에서는 x∈y라는 관계를 사용하며, x와 y는 모두 모형 안의 집합이라고 해석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 모형 밖에서 생각할 수 있는 모든 부분집합이 이미 모형 안에도 들어 있다고 보장되는 것은 아닙니다. 양화가 훑는 범위는 언제나 선택한 모형의 영역입니다.

이 차이는 뒤에서 '모형 안에서는 셀 수 없는 집합이지만 모형 전체는 밖에서 보면 셀 수 있다'는 말을 이해하는 열쇠가 됩니다. 무엇을 세는지와, 세는 도구를 어느 범위에서 사용할 수 있는지를 구분해야 합니다.

04 · 읽어 보기

4. '가산'과 '비가산'은 정확히 무엇을 비교하나요?

자연수 집합을 N={0,1,2,3,…}이라고 쓰겠습니다. 어느 무한집합 A의 원소에 0번, 1번, 2번, …의 번호를 빠짐없이, 중복 없이 붙일 수 있다면 A를 가산 무한집합이라고 합니다. 자연수와 A 사이에 일대일 대응이 있다는 뜻입니다. 원소가 유한한 집합까지 포함해 '가산 집합'이라고 부르는 문헌도 있으므로, 여기서는 가산 무한과 유한을 분명히 구분하겠습니다.

자연수나 정수, 유리수 전체는 가산 무한입니다. 유리수는 분수로 적을 수 있는 수입니다. 유리수를 크기순으로 늘어놓으면 1에 계속 가까워지는 수 등이 끼어들어 자연수 순서가 드러나지 않지만, 분자·분모를 적절한 규칙으로 배열하고 중복을 제거하면 번호를 붙일 수 있습니다. 반면 실수 전체에는 이런 번호를 붙일 수 없습니다. 제05회와 제13회에서 살핀 칸토어의 논증이 이 차이를 정확히 밝힙니다.

기수 |N|을 ℵ₀(알레프 영)이라고 적습니다. ℵ₀보다 큰 무한집합의 크기도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 '모형이 가산이다'라고 하면 그 모형의 논의 영역을 자연수와 일대일로 대응시킬 수 있다는 뜻입니다. 모형 안에 있는 어떤 개별 집합이 가산인지 묻는 질문은 별도로 다뤄야 합니다.

가산 무한 · 자연수로 번호 붙이기
0 ↦ a₀
1 ↦ a₁
2 ↦ a₂
···

모든 원소를 빠짐없이, 중복 없이 만나는 번호 매기기가 있습니다.

비가산 · 자연수로 모두 번호 붙이기 불가능
ℝ ↔ ℕ
전단사 없음

실수 집합에는 자연수 전체와 일대일 대응을 만들 수 없습니다.

05 · 읽어 보기

5. 뢰벤하임과 스콜렘은 어떤 문제를 연구했나요?

독일의 수학자 레오폴트 뢰벤하임(Leopold Löwenheim, 1878–1957)은 크레펠트에서 태어나 베를린에서 수학과 자연과학을 공부했습니다. 그는 학교에서 가르치면서 수리논리학을 연구했고, 1915년 「관계 계산에서의 가능성에 관하여」(Über Möglichkeiten im Relativkalkül)를 발표했습니다. 논리식에 모형이 존재한다면 더 작은 영역에서도 그 식을 만족시키는 모형을 찾을 수 있다는 방향의 결과가 여기서 나왔습니다. 1915년의 역사적 논문을 오늘날 교과서의 정확한 정리 문장과 동일한 형식으로 옮겨 적는 것은 조심해야 합니다. 당시 논리식의 형식과 후대 모형이론의 언어가 서로 다르기 때문입니다.

노르웨이의 수학자 토랄프 스콜렘(Thoralf Albert Skolem, 1887–1963)은 노르웨이 산스베르에서 태어나 크리스티아니아(오늘날 오슬로)의 대학에서 수학을 연구했습니다. 수리논리학·수론·집합론의 여러 분야에서 연구했으며 베르겐에서 활동한 뒤 오슬로대학교의 교수로 일했습니다. 그는 1920년 뢰벤하임의 결과를 새로운 방식으로 증명했고, 1922년 집합론의 공리화와 연결하면서 훗날 '스콜렘의 역설'이라고 불린 문제를 드러냈습니다. 뢰벤하임의 1915년 논문, 스콜렘의 1920년 증명, 1922년 집합론 논의를 하나의 연도로 뭉뚱그려 소개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이들의 연구는 수학적 원리를 적는 언어와, 그 원리를 참으로 만드는 수학적 세계를 어떻게 구별할지를 묻게 했습니다. 수학의 대상에 대한 설명이 매우 정밀하더라도, 설명이 보장하는 세계의 크기는 여러 가지일 수 있습니다.

1915

레오폴트 뢰벤하임

관계 계산에서 모형을 더 작은 영역으로 옮기는 방향의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1920

토랄프 스콜렘

뢰벤하임의 연구를 새로운 방식으로 증명했습니다.

1922

집합론과 연결

모형의 가산성과 집합론 내부의 비가산성이 만나는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현대

모형이론의 정식화

초등 부분구조·증인 확장·콤팩트성으로 상향·하향 정리를 구분합니다.

02 · THE ARGUMENT STEP BY STEP

큰 모형을 줄이고
다시 크게 만드는 이유

가산 언어와 무한모형의 존재를 조건으로 놓고, 논리식의 참을 보존하면서 필요한 증인을 남기는 절차를 따라갑니다.

L질문의 기호를 정한 1차 논리 언어
T언어 L로 쓴 규칙 문장들의 이론
M이론 T를 참으로 만드는 모형
ℵ₀자연수로 셀 수 있는 무한의 크기
01 · 논증1 / 5

같은 문장, 다른 크기의 모형

06 · 읽어 보기

6. 아래로 향하는 정리는 무엇을 주장하나요?

이제 조건을 붙여 정리를 읽어 봅시다. 사용하는 1차 논리 언어 L에 기호가 가산 개이고, 이 언어로 만든 이론 T에 무한한 모형이 하나라도 존재한다고 합시다. 그러면 T에는 가산 무한 모형도 존재합니다. 이를 하향 뢰벤하임–스콜렘 정리의 기본 형태라고 합니다. 기호가 가산 개라는 것은 관계·함수·상수 기호가 유한 개이거나 자연수로 번호를 매길 수 있을 만큼만 있다는 뜻입니다.

'무한한 모형이 하나라도 있다'는 조건을 확인해야 합니다. T의 유일한 모형이 정확히 학생 세 명으로 이루어진 경우에는 네 명 또는 무한 명의 모형을 강제로 만들 수 없습니다. 하향 정리는 원래 존재하지 않는 무한모형을 만들어 주는 규칙이 아닙니다. 이미 무한한 모형이 있다고 알고 있을 때, 그 이론을 만족하는 가산 무한 모형까지 찾을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정리에는 더 강한 형태도 있습니다. 원래 모형 M이 무한하고 언어 L이 가산이라면, M의 원소를 일부 골라 M의 1차 논리 문장을 모두 보존하는 가산 무한 부분모형 N을 만들 수 있습니다. 기호 N≺M을 'N은 M의 초등 부분구조'라고 읽습니다. 단순히 N이 M에 포함된다는 뜻을 넘어, N에 속하는 원소들을 이름 붙여 만든 1차 논리식도 N과 M에서 참과 거짓이 같다는 뜻입니다. 뒤에서 그 이유를 살펴보겠습니다.

07 · 읽어 보기

7. 아무 관계 기호도 없는 세계부터 비교해 봅시다

가장 단순한 언어로 출발하면 정리의 결론을 금방 확인할 수 있습니다. 언어에 =만 있고 별도의 <, +, ∈ 같은 기호가 없다고 합시다. 우리는 이 세계에서 '어떤 두 원소가 같은가', '서로 다른 원소가 있는가'만 질문할 수 있습니다. 자연수 전체를 영역으로 삼아도 되고, 실수 전체를 영역으로 삼아도 됩니다. 원소 수는 크게 다르지만 사용 가능한 질문의 종류는 같습니다.

이론 T∞를 생각합니다. T∞에는 '서로 다른 원소가 적어도 한 개 있다', '적어도 두 개 있다', '적어도 세 개 있다' 같은 문장이 끝없이 들어 있습니다. n을 임의의 양의 정수로 잡으면 다음과 같이 쓸 수 있습니다.

φₙ := ∃x₁ … ∃xₙ ∧₁≤i<j≤n (xᵢ≠xⱼ)

이 식은 '서로 다른 원소를 n개 골라낼 수 있다'는 뜻입니다. T∞는 모든 n에 대한 φₙ을 포함하므로, 원소가 유한한 집합은 T∞의 모형이 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자연수 전체도, 실수 전체도 이 문장들을 모두 만족합니다. 그래서 같은 이론에 가산 무한 모형과 비가산 모형이 함께 존재한다는 사실을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

더 강한 사실도 있습니다. =만 사용하는 언어에서 모든 무한한 순수 집합은 같은 1차 논리 문장들을 만족합니다. '어떤 원소가 누구와 같다'는 비교만으로는 무한 원소의 정확한 크기를 가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 결론을 언어에 다른 기호를 추가한 뒤에도 무조건 적용할 수는 없습니다. 언어와 해석을 정하지 않은 채 '자연수와 실수는 논리적으로 똑같다'고 말하면 설명의 범위를 넘어서게 됩니다.

08 · 읽어 보기

8. 유리수와 실수는 '순서'에 관해 어디까지 같을까요?

이제 =뿐 아니라 <도 허용하겠습니다. 유리수 집합 Q와 실수 집합 R에 통상적인 '작다' 관계를 부여하면 둘 다 다음 규칙을 만족합니다. 첫째, 서로 다른 두 수 가운데 어느 쪽이 작은지 비교할 수 있습니다. 둘째, 모든 수에는 더 작은 수도 있고 더 큰 수도 있습니다. 셋째, x<y인 두 수 사이에는 x<z<y인 또 다른 수 z가 있습니다. 이를 양 끝이 없고 조밀한 선형순서라고 부릅니다.

조밀하다는 말을 '모든 수 사이의 간격이 물리적으로 빽빽하다'는 뜻으로 읽을 필요는 없습니다. 정해진 서로 다른 두 수 사이에 또 다른 수가 있다는 관계의 규칙입니다. 예를 들어 1과 2 사이에 3/2가 있고, 1과 3/2 사이에 5/4가 있습니다. 유리수만으로도 이 규칙을 만족합니다. 실수 역시 그렇습니다.

흥미롭게도 이 순서 언어 {<}에서는 두 구조 (Q,<)와 (R,<)가 모든 같은 1차 논리 문장을 똑같이 참으로 만듭니다. 이를 '초등 동치'라고 합니다. 조밀한 선형순서 이론의 양화사 제거 결과가 이를 정당화합니다. 실수에 있는 √2가 유리수 영역에 없다는 사실은 문제가 되지 않을까요? 이 언어에는 +, ×, '√2'라는 이름이 없습니다. 순서 언어로 직접 지정할 수 있는 관계만 비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와 ×를 추가하여 두 구조를 순서체로 비교하면 √2 같은 수의 존재를 가르는 1차 논리 문장을 적을 수 있어 결론이 달라집니다. 모형 비교에는 언제나 '어떤 언어로 질문했는가'가 붙어야 합니다.

가산 무한의 예 · (ℚ, <)
… < 1 < 3/2 < 2 < …

유리수 전체: 양 끝이 없는 조밀한 순서입니다. 원소를 자연수로 열거할 수 있습니다.

비가산 무한의 예 · (ℝ, <)
… < 1 < √2 < 2 < …

실수 전체: 똑같은 순서 공리를 만족하지만 자연수 열거는 불가능합니다.

하향 정리의 기본형
L 가산, M ⊨ T, |M| 무한   ⇒   ∃N(N ⊨ T ∧ |N| = ℵ₀)
한국어로 읽기

가산 언어의 이론에 무한한 모형이 있으면, 그 이론을 만족하는 가산 무한 모형도 존재합니다.

원래 참이던 존재 조건을 남겨야 합니다
02 · 논증2 / 5

존재한다는 문장에 실제 증인 남기기

09 · 읽어 보기

9. 큰 모형에서 작은 모형을 만들려면 무엇을 남겨야 할까요?

예시를 확인했으니 이제 정리가 왜 성립하는지 살펴봅시다. 무한한 모형 M이 하나 있다고 합시다. M에서 가산 무한 개의 원소를 먼저 고른 집합 A₀를 만듭니다. 이때 '고른 원소만 그대로 남기면 되겠지'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게 줄이면 원래 참이던 문장이 거짓이 될 수 있습니다.

가령 M이 '모든 원소 x에는 x와 다른 친구 y가 있다'는 규칙 ∀x∃y(x≠y)을 만족한다고 생각합시다. M에서 학생 한 명만 남기면, 원래 세계에서는 친구가 있던 학생도 남겨 놓은 세계에서는 다른 학생을 찾을 수 없습니다. 또 함수 기호 s가 있다면 남긴 원소 a에 대해 s(a)가 밖으로 빠져나가서는 구조의 함수가 제대로 정의되지 않습니다. 원소를 고른 다음 존재를 보장하던 증인과 함수값도 함께 남겨야 합니다.

여기서 증인이라는 말은 어떤 존재 문장 ∃y φ(y,a)가 참일 때 조건 φ를 실제로 만족시키는 원소 y를 가리킵니다. 학생 a에게 질문할 상대가 있다는 규칙이 참이라면, 그 학생에 대해 실제 질문 상대 한 명을 남기는 식입니다. 한 원소만 예외적으로 처리해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모든 공식, 모든 현재 원소 매개변수에 대해 필요한 증인을 확보해야 합니다.

10 · 읽어 보기

10. 참인 '누군가 있다'에 필요한 증인을 차곡차곡 넣습니다

시작 집합 A₀를 확보했다면, A₀의 원소를 매개변수로 사용한 존재 문장들을 살펴봅니다. 예를 들어 M⊨∃y φ(y,a₁,…,aₖ)이고 a₁,…,aₖ가 모두 A₀에 속한다고 합시다. 이 말은 M 안에 그 조건을 만족하는 y가 적어도 하나 있다는 뜻입니다. 그러면 그런 y 가운데 하나를 골라 A₁에 넣습니다. 사용 중인 언어에 함수 기호가 있으면 A₀ 원소들을 함수에 대입한 결과도 A₁에 넣고, 상수 기호가 가리키는 대상 역시 포함합니다.

한 번 추가한 뒤 끝내면 부족합니다. 새로 들어온 증인 y를 매개변수로 한 존재 문장이 참일 수 있고, 그 문장에 필요한 다른 증인 z가 아직 없을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A₁의 매개변수들에 대해서도 같은 절차를 수행하여 A₂를 만듭니다. 그다음 A₃, A₄, …로 이어 갑니다. 이 작업의 목적은 '모든 원소를 다 저장하는 것'이 아닙니다. 남겨 둔 원소들에 대해 참이라고 말해야 할 존재 조건을 충족시키는 데 필요한 대상만 단계적으로 확보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관계 E가 'x의 후속 담당자는 y다'라고 해석되면, A₀의 a가 갖는 담당자 y를 A₁에 넣고, 새로 들어온 y의 담당자를 A₂에 넣는 식으로 확장할 수 있습니다. 이 작은 이야기는 존재 증인을 계속 추가하는 동작을 설명하는 사례입니다. 실제 정리의 증명에서는 이렇게 눈에 띄는 규칙 몇 개만 다루지 않고, 언어로 쓸 수 있는 모든 존재 공식을 대상으로 합니다.

A₀가산 무한의 시작 원소
→
A₁필요한 증인·함숫값 추가
A₁새로 들어온 원소의 존재 조건
→
A₂, A₃, …모든 유한 단계에서 반복
가산 단계들의 합집합으로 다음 단계로
03 · 논증3 / 5

모든 문장의 참을 보존하는 가산 부분모형

11 · 읽어 보기

11. 이렇게 계속 늘리는데 왜 여전히 셀 수 있을까요?

여기서 '모든 공식'이라는 말 때문에 집합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가산 언어의 기호들을 유한한 길이로 이어 만든 식 전체는 가산입니다. 길이가 한 개인 식, 길이가 두 개인 식, 길이가 세 개인 식, …을 길이별로 모으면, 각 길이의 가능한 문자열은 가산하고 그 전체 역시 가산하기 때문입니다. 실제 문법에 맞는 공식의 집합은 그 문자열 집합의 일부입니다.

A₀의 원소 수가 가산이면, A₀ 원소로 만든 유한한 매개변수 묶음도 가산 개입니다. 각 공식과 매개변수 묶음에 대해 증인을 한 개씩 선택하면, 추가해야 할 원소도 많아야 가산 개입니다. 따라서 A₁은 가산이고, 같은 이유로 A₂, A₃, …도 가산입니다. 함숫값과 상숫값을 보충해도 여전히 가산입니다.

모든 단계에서 골라낸 원소를 하나로 합칩니다.

N = A₀ ∪ A₁ ∪ A₂ ∪ A₃ ∪ ···

가산 개의 가산집합을 합친 집합은 표준적인 집합론의 배경 가정 아래에서 가산입니다. 처음에 A₀를 가산 무한 집합으로 잡았으므로 N 역시 가산 무한입니다. 중요한 점은 '무한히 많은 단계를 진행했으니 비가산이 된다'는 주장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한 단계씩 순번을 붙일 수 있고, 각 단계의 원소에도 순번을 붙일 수 있다면 단계 번호와 원소 번호의 쌍을 이용해 전체를 열거할 수 있습니다.

12 · 읽어 보기

12. 작은 세계에서도 모든 1차 논리 문장의 참을 보존할 수 있을까요?

이제 N의 역할을 확인해야 합니다. N은 M에서 고른 원소들로 만든 부분구조이므로 처음부터 모든 사실을 보존한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방금 만든 N은 존재 공식에 필요한 증인을 빠짐없이 갖추었습니다. N의 원소 a₁,…,aₖ에 대해 M에서 ∃y φ(y,a₁,…,aₖ)가 참이라면, 그 매개변수들은 어떤 유한 단계 Aₙ에 모두 들어 있습니다. 다음 단계 Aₙ₊₁을 만들 때 해당 존재 공식의 증인을 선택했으므로 N에도 그런 y가 들어 있습니다.

이 성질에 함수·관계 기호의 해석을 제대로 제한한다는 조건을 더하면 타르스키–보트(Tarski–Vaught) 판정 기준을 적용할 수 있습니다. 이 기준은 N에 있는 매개변수들로 만든 모든 1차 논리식의 참과 거짓이 N과 M에서 같다는 사실을 보장합니다. '작은 세계'에서 누군가가 존재한다고 말할 때 그 사람을 실제로 찾을 수 있도록 충분히 보충한 것입니다.

기호로는 다음과 같이 정리합니다.

N ≺ M, |N| = ℵ₀

여기서 왼쪽 식은 N이 M의 초등 부분구조라는 뜻이고, 오른쪽 식은 N의 원소를 자연수 순서대로 셀 수 있다는 뜻입니다. 특히 M이 이론 T를 만족하면 N도 T를 만족합니다. 여기서 역사적 스콜렘의 증명과 구분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우리가 방금 따라온 증인 확장과 초등 부분구조의 설명은 현대 모형이론의 표준적인 증명 개요이며, 1915년 또는 1920년 논문의 페이지를 그대로 번역한 것이 아닙니다.

하향 정리의 현대적 증명 개요
N = ⋃ₙ₌₀∞ Aₙ   ·   N ≺ M   ·   |N| = ℵ₀
한국어로 읽기

유한 단계에서 확보해야 할 증인이 다음 단계에 들어갑니다. 가산 개 단계를 합친 N은 가산 무한이며, 증인 보존 조건을 통해 초등 부분구조가 됩니다.

더 큰 모형의 존재로 넘어갑니다
04 · 논증4 / 5

콤팩트성으로 원하는 크기까지 확장하기

13 · 읽어 보기

13. 위로 향하는 정리는 모형을 얼마나 크게 만들 수 있나요?

하향 정리가 작은 모형의 존재를 말한다면, 상향 뢰벤하임–스콜렘 정리는 충분히 큰 모형들의 존재를 말합니다. 가산 언어의 1차 논리 이론 T에 무한한 모형이 있으면, 어떤 무한한 기수 κ를 정해도 원소 수가 정확히 κ개인 T의 모형이 존재합니다. ℵ₀처럼 자연수로 셀 수 있는 크기부터 더 큰 무한의 크기까지 모두 포함됩니다. 원래 모형이 비가산이었다고 해서 가산 모형이 사라지거나, 원래 모형이 가산이었다고 해서 비가산 모형이 불가능해지는 것이 아닙니다.

어떻게 그런 모형을 만들까요? 증명의 핵심 생각은 κ개만큼 새로운 이름 cᵢ를 도입하고, 서로 다른 두 이름은 서로 다른 원소를 가리키게 한다는 요구 cᵢ≠cⱼ를 추가하는 것입니다. 요구를 유한 개만 선택하면, 이미 무한한 모형이 있으므로 서로 다른 원소를 충분히 골라 만족시킬 수 있습니다. 콤팩트성 정리에 따라 이러한 유한한 요구들이 모두 만족 가능하면 전체 요구를 만족하는 모형도 존재합니다. 이렇게 만든 모형의 크기는 적어도 κ입니다. 언어의 기호 수가 κ 이하라는 조건에서 하향 정리를 다시 이용하면 원소 수가 정확히 κ인 모형을 얻을 수 있습니다.

콤팩트성은 제09회 괴델 완전성 정리와도 연결됩니다. 여기서 '콤팩트하다'는 말은 그림이나 자료를 압축한다는 뜻이 아니라, 문장 집합 전체의 만족 가능성을 모든 유한 부분집합의 만족 가능성과 연결하는 논리적 성질입니다. 상향 정리와 하향 정리의 증명 전략이 다른 이유도 이 지점에서 드러납니다.

상향 정리의 기본형
L 가산, T의 무한모형 존재   ⇒   ∀κ ≥ ℵ₀ ∃Mκ (|Mκ| = κ ∧ Mκ ⊨ T)
한국어로 읽기

이론을 만족하는 무한모형이 하나 있다면, 가산 언어에서는 원하는 모든 무한 기수의 모형이 존재합니다.

정리의 적용 범위를 확인합니다
05 · 검토5 / 5

이 정리를 적용하기 전에 확인할 조건

14 · 읽어 보기

14. 정리의 조건을 지우면 어떤 말이 잘못될까요?

첫째, '언어의 기호가 가산 개'라는 조건이 빠지면 가산 무한 모형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 서로 다른 대상들을 가리키는 상수 기호를 비가산 개 준비하고, 두 상수가 가리키는 대상은 항상 서로 다르다는 문장을 이론에 넣으면, 그 이론을 만족하는 모형에는 처음부터 비가산 개의 원소가 필요합니다. 따라서 하향 정리의 일반적인 형태에서는 얻을 부분모형의 크기를 언어의 기호 수와 함께 계산합니다.

둘째, 유한 모형만 있는 이론에 무한 모형을 강요할 수 없습니다. ∃x∃y(x≠y ∧ ∀z(z=x∨z=y))라는 문장은 영역의 원소가 정확히 두 개라는 뜻입니다. 이 문장의 모형을 셋이나 무한히 많은 원소로 늘리면 원래 문장은 거짓이 됩니다. 상향 정리에 무한 모형의 존재를 조건으로 붙이는 까닭입니다.

셋째, '작은 모형과 큰 모형이 같다'는 표현은 주의해서 사용해야 합니다. 이 정리는 모든 모형이 서로 동형이라는 주장이 아닙니다. 가산 모형과 비가산 모형은 원소 수부터 다르므로 일대일 대응으로 구조를 완전히 일치시킬 수 없습니다. 그러나 같은 1차 논리 이론의 문장들을 모두 만족할 수 있습니다. '같은 문장들이 참이다'와 '두 구조가 동형이다'를 구별해야 결과가 정확해집니다.

넷째, 1차 논리의 정리를 모든 고차 논리와 모든 수학적 기술 방식에 그대로 옮길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 실수의 순서에 대해 '상계가 있는 비어 있지 않은 모든 부분집합에는 최소상계가 있다'는 성질은 부분집합 전체를 양화하는 표준적인 2차 논리 표현으로 나타낼 수 있습니다. 이 표현은 실수의 순서와 유리수의 순서를 가르는 중요한 특성을 담습니다. 어떤 대상과 어떤 집합들을 양화 범위에 포함했는지를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적용 조건 점검
1차 논리 · 언어의 크기 · 무한모형의 존재
한국어로 읽기

가산 언어라는 조건과 무한모형의 존재를 확인합니다. 같은 이론을 만족하는 모형들이 반드시 동형일 필요는 없습니다.

뢰벤하임–스콜렘 정리의 핵심

무한모형 존재 ⇒ 가산 무한모형 존재
그리고 모든 무한 크기의 모형 존재

이 결론은 가산 언어의 1차 이론이라는 조건 아래에서 성립합니다. 모형의 수가 달라져도 이론의 문장들이 참이라는 사실은 유지될 수 있습니다.

03 · CONSEQUENCES, OBJECTIONS, AND PRACTICE

가산 모형 속의
비가산 집합은 가능할까?

스콜렘의 역설에서 내부의 양화 범위와 외부의 관찰을 구분하고, 칸토어·괴델의 정리와의 관계를 살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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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그렇다면 집합론에는 가산 모형이 생기나요?

이제 유명한 스콜렘의 역설로 가 보겠습니다. 현대의 표준적인 1차 집합론인 체르멜로–프렝켈 집합론과 선택공리(ZFC)는 집합과 집합의 원소 관계 ∈를 사용하여 공리들을 기술합니다. 그 공리들의 언어는 가산입니다. ZFC에는 무한집합의 존재를 요구하는 공리가 있습니다. 따라서 ZFC에 모형이 하나라도 존재한다고 가정하면, 하향 뢰벤하임–스콜렘 정리에 따라 가산 모형 M도 존재합니다.

그런데 ZFC에서는 칸토어의 정리를 증명할 수 있습니다. 자연수 집합의 멱집합에는 자연수로 전부 번호를 붙일 수 없다는 결과입니다. 다시 말해 ZFC를 만족하는 모든 모형은 모형 내부의 관점에서 '비가산 집합이 존재한다'는 집합론 문장을 참으로 만듭니다. 모형 M이 가산이라면, M 안에서 비가산이라고 말하는 집합까지 합쳐 M의 원소 전체를 외부에서 차례로 셀 수 있습니다. 여기서 '가산인 모형 안에 비가산 집합이 있다'는 말이 모순처럼 들립니다.

정확한 질문은 이것입니다. M 전체의 원소에 외부에서 번호를 붙일 수 있는데, 왜 M은 자기 안의 어떤 집합에 번호를 붙일 수 없다고 판단할까요? 답은 번호를 붙이는 함수를 어디까지 허용하는지에 있습니다. 역설의 두 진술은 서로 다른 범위에서 함수를 찾고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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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모형 안에서'와 '모형 밖에서'는 무엇이 다른가요?

M을 하나의 수학적 구조로 봅시다. 그 구조의 영역을 |M|이라고 적겠습니다. 집합론 기호 ∈ 역시 M 안에서는 ∈ᴹ라는 관계로 해석됩니다. M 안에 어떤 원소 a가 있으며 M⊨'a는 비가산 집합이다'라고 합시다. 이 뜻은 M 안에서 생각하는 자연수 집합 ωᴹ과 a 사이에 전단사를 이루는 M의 원소인 함수를 찾을 수 없다는 말입니다. 수학적 공식에서는 함수를 순서쌍들의 집합으로 표현하고, 그런 함수가 존재한다는 양화도 M의 영역 안에서 진행됩니다.

한편 모형의 밖에서 M의 영역이 가산임을 아는 연구자는 자연수 n에 M의 원소 하나를 대응시키는 외부의 열거 함수 e를 만들 수 있습니다. 이 e는 일반적으로 M의 원소일 필요가 없습니다. M 내부에서 허용하는 함수의 목록에 e가 없을 수 있으므로, 외부 열거의 존재만으로 M 내부의 '그런 함수가 없다'는 판단이 거짓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여기서 두 문장의 핵심 대상은 서로 다릅니다.

모형의 내부 진술: M⊨ 'ωᴹ에서 a로 가는 전단사가 없다.'

모형의 외부 관찰: |M|의 원소 전체는 자연수 순서로 열거할 수 있다.

또한 집합 a에 '속한다'는 말 자체도 M에서 해석된 원소 관계를 따라야 합니다. 따라서 외부에서 볼 때 a에 해당하는 것들을 센다는 뜻은 일반적으로 {b∈|M| : M⊨b∈a}를 센다는 뜻입니다. 이 집합은 가산인 |M|의 일부라서 외부적으로 가산입니다. 하지만 그 집합을 열거하는 함수가 M 내부에 있어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어떤 세계 안에서 존재한다고 양화한 것과 그 세계 밖에서 구성할 수 있는 것을 섞지 않으면 모순은 사라집니다.

모형 M 내부에서
M ⊨ "ωᴹ에서 a로 가는
전단사가 없다"

양화가 찾는 함수는 M의 영역 안에 있어야 합니다.

모형 M 외부에서
e : ℕ → |M|
외부의 열거 함수

외부 연구자가 구성한 e가 M 안에도 있다고 보장되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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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칸토어의 정리와 스콜렘의 정리는 충돌하나요?

제13회의 칸토어 멱집합 정리는 집합 A가 주어지면 P(A)를 그 원소들로 빠짐없이 열거하는 전사 함수 A→P(A)가 존재할 수 없다고 증명했습니다. 그 정리는 ZFC의 각 모형 안에서도 집합론의 언어로 참이 됩니다. 스콜렘의 역설이 이 증명을 반박하는 것은 아닙니다. 모형 안에서 고려한 모든 함수를 대상으로 칸토어의 결론이 성립하고, 모형 바깥에서 따로 구성한 함수는 모형 안의 양화 범위에 들지 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외부에서 모든 부분집합을 모아 보면 어떻게 될까요? 어떤 원소 a에 대해 M이 'a의 멱집합'이라고 해석하는 대상에는, 바깥의 수학자가 볼 때 a에 해당하는 원소들로 구성할 수 있는 모든 외부 부분집합이 들어 있다고 보장되지 않습니다. M이 만족하는 멱집합 공리는 M 안에서 양화할 수 있는 부분집합과 소속 관계를 다룹니다. 바깥에서 새로 생각할 수 있는 부분집합 전체와 그 범위가 일치한다는 요구는 없습니다.

이 점을 이해하면 '가산 모형에 비가산 집합이 있다는 말'은 모순된 수량 계산이 아니라 양화 범위가 다른 두 판단이라는 사실이 드러납니다. 칸토어의 무한 크기 구분은 여전히 옳고, 뢰벤하임–스콜렘 정리 역시 여전히 옳습니다. 두 결과가 같은 대상에 동일한 뜻의 '가산'을 동시에 적용한다고 오해할 때만 충돌처럼 보입니다.

칸토어 멱집합 정리

한 모형 안에서 전사 함수가 없다는 결론이 성립합니다. 고려하는 함수는 모형 안에 있는 대상입니다.

스콜렘의 역설

모형 바깥의 열거 함수는 모형 안에 존재한다고 보장되지 않습니다. 내부·외부의 양화 범위를 구별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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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괴델의 완전성·불완전성 정리와는 어떻게 연결되나요?

제09회에서 다룬 1차 논리의 완전성 정리는 '모든 모형에서 참인 1차 논리적 결론은 형식적으로 증명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기호로는 T⊨φ이면 T⊢φ입니다. 반면 뢰벤하임–스콜렘 정리는 한 이론이 어떤 크기의 모형들에서 참이 될 수 있는가를 묻습니다. 완전성은 의미상 귀결과 형식적 증명의 관계를, 뢰벤하임–스콜렘 정리는 모형의 존재와 원소 수를 다룹니다. 두 정리는 함께 성립합니다.

제11회 괴델의 불완전성 정리와도 구별해야 합니다. 불완전성 정리는 일정 조건을 만족하는 산술 이론에서 참과 증명 가능성을 완전히 일치시킬 수 없다는 구조적 한계를 연구합니다. '같은 1차 논리 이론의 모형 크기가 달라진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괴델의 불완전성이 증명되는 것은 아닙니다. 두 정리 모두 형식 언어가 수학적 세계를 기술하는 방식의 깊은 한계를 보여 주지만, 전제와 결론은 다릅니다.

또 '1차 논리 이론 T가 완전하다'는 표현과 '1차 논리의 증명체계가 완전하다'는 표현도 구분해야 합니다. 전자는 T가 모든 문장 φ에 대해 φ 또는 ¬φ 중 하나를 결정한다는 뜻으로 쓰입니다. 후자는 의미상 귀결을 빠짐없이 증명한다는 메타수학적 성질입니다. 순서 언어에서 유리수와 실수가 같은 문장들을 만족하는 사례는 완전한 이론의 서로 다른 크기 모형을 보여 주는 좋은 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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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이제 실제로 판단해 봅시다 — 문제와 풀이

문제 1. '모든 학생에게 뒤에 발표하는 사람이 적어도 한 명 있다'는 규칙을 ∀x∃y(x<y)라고 썼습니다. 학생 수가 정확히 네 명이고 <가 일반적인 선후 관계라면 이 규칙을 만족할 수 있을까요? 그 이유를 설명해 보세요.

풀이 1. 네 학생의 발표 순서가 선형순서라면 마지막 학생이 있습니다. 마지막 학생에게는 그보다 뒤에 발표하는 사람이 없으므로 ∀x∃y(x<y)는 거짓입니다. 이 규칙은 양 끝이 없는 순서 구조의 예에서 사용해야 합니다. 유한 집단에 존재 조건을 옮길 때는 마지막 원소가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문제 2. 언어가 =만으로 이루어졌을 때 T∞의 모든 문장 φₙ을 만족하는 모형의 크기가 정확히 다섯일 수 있을까요? 자연수 전체는 모형이 될까요?

풀이 2. n=6인 문장 φ₆는 서로 다른 원소 여섯 개가 존재한다고 요구하므로 원소가 다섯 개인 구조는 T∞의 모형이 될 수 없습니다. 자연수 전체에는 n이 얼마든 서로 다른 원소 n개를 고를 수 있으므로 모든 φₙ을 만족합니다. T∞는 무한집합의 존재를 요구하지만 하나의 특정한 무한 크기를 정하지는 않습니다.

문제 3. 친구가 원래 큰 학교의 동아리에서는 누구에게나 있었다고 합시다. 학생을 몇 명 남겨 작은 동아리를 만들었더니 어떤 학생의 친구가 모두 빠졌습니다. 이 학생이 '큰 동아리에서 거짓말을 했다'고 결론 내려도 될까요?

풀이 3. 큰 동아리와 작은 동아리에서 존재 양화가 훑는 범위가 달라졌습니다. 원래 큰 동아리에서 ∃y가 참이었더라도 작은 동아리에서는 증인이 빠질 수 있습니다. 작은 모형을 만들 때는 남긴 원소에 필요한 존재 증인을 추가하여 기존 1차 논리식의 참을 보존해야 합니다.

문제 4. 가산 모형 M 안에 있는 집합 a를 M이 '비가산'이라고 판단합니다. 밖의 수학자가 M의 원소 전체에 자연수 번호를 붙였습니다. 두 주장의 양화 범위를 각각 적어 보세요.

풀이 4. 첫 주장은 M 안에 존재하는 함수만 고려해 ωᴹ에서 a로 가는 전단사가 없다고 말합니다. 두 번째 주장은 모형 바깥의 수학자가 |M| 전체를 열거하는 함수를 구성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바깥 함수가 M의 원소라는 조건은 없으므로 두 주장 사이에는 논리적 모순이 없습니다.

문제 5. 가산 언어로 만든 1차 이론 T가 무한한 모형 하나를 갖습니다. 이 사실만으로 T의 모든 모형이 가산이라고 결론 낼 수 있을까요? 반대로 T가 유한모형만 갖는다면 상향 정리로 비가산모형을 얻을 수 있을까요?

풀이 5. 첫 질문의 답은 아니요입니다. T가 무한한 모형을 하나 가지면 상향 정리에 따라 비가산 크기를 포함하여 원하는 무한 기수의 모형이 존재합니다. 두 번째 질문도 아니요입니다. 상향 정리에는 이미 무한한 모형이 있다는 조건이 필수입니다.

① 범위를 정한 다음 존재 증인을 확인합니다. ② 가산 언어와 무한모형이라는 가정이 필요한 지점에서 사용되었는지 살핍니다. ③ 외부에서 구성한 함수가 내부 모형의 원소인지 다시 확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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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이 정리가 우리에게 남기는 질문

우리가 대상에 관해 정확한 문장을 많이 썼다면, 그 문장들만으로 대상을 하나의 모형으로 완전히 고정할 수 있을까요? 가산 언어의 1차 논리 이론에 무한한 모형이 존재하는 한, 모형의 원소 수는 하나의 크기로 고정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 결과가 모든 수학적 대상이 불분명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무엇을 정의하고 어떤 기호를 사용하는지, 어떤 논리의 범위에서 질문하는지에 따라 확정되는 성질과 확정되지 않는 성질을 구별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뢰벤하임과 스콜렘은 형식 언어가 얼마나 많이 표현할 수 있는지 조사하면서, 그 언어가 혼자서는 결정하지 못하는 것도 밝혔습니다. 가장 큰 성과는 '어떤 수학적 세계가 진짜인가'라는 철학적 논쟁을 한 번에 끝낸 데 있지 않습니다. 주어진 규칙으로 판단할 수 있는 것, 그 규칙을 참으로 만드는 모형, 그리고 모형 바깥의 관찰을 각각 분명하게 다룰 방법을 열었다는 데 있습니다. 다음 회차에서는 이런 논리적 한계가 '모든 문제를 결정하는 절차'를 만들려는 시도와 어떻게 이어지는지 처치의 결정불가능성 연구를 따라가겠습니다.

SOURCES & EDITORIAL NOTES

학술 자료와 확인 범위

학술백과와 대학교 수학사 자료를 바탕으로 역사와 정리의 일반적 정식화를 대조했습니다. 원논문의 전문을 직접 열람했다고 주장하지 않습니다.

  1. Timothy Bays, 「Skolem’s Paradox」, Stanford Encyclopedia of Philosophy, 2009년 최초 게시, 2025년 2월 5일 개정. 뢰벤하임의 1915년 연구, 스콜렘의 1922년 일반화, 상향·하향 정리, 집합론 가산모형의 내부·외부 해석을 확인했습니다. 자료 보기 ↗
  2. 「The Emergence of First-Order Logic」, Stanford Encyclopedia of Philosophy. 스콜렘의 연구가 1차 논리와 집합론의 공리화에 기여한 맥락을 확인했습니다. 자료 보기 ↗
  3. 「Classical Logic」, Stanford Encyclopedia of Philosophy. 상향·하향 뢰벤하임–스콜렘 정리가 가산 언어에서 모형의 크기에 주는 제약과 1차 논리의 표현력을 확인했습니다. 자료 보기 ↗
  4. Thoralf Skolem, MacTutor History of Mathematics, 세인트앤드루스대학교. 생몰 연도, 연구·활동지, 1920년·1922년·1928년 증명의 구분을 확인했습니다. 자료 보기 ↗
  5. Leopold Löwenheim, MacTutor History of Mathematics, 세인트앤드루스대학교. 뢰벤하임의 생애·활동지와 1915년 연구 제목을 확인했습니다. 자료 보기 ↗
  6. 「Skolem paradox」, Encyclopedia of Mathematics. 가산 모형과 내부에서의 비가산 집합이 양립하는 모형론적 설명을 대조했습니다. 자료 보기 ↗
  7. 「ThoralfSkolem-OB.F06426c.jpg」, Wikimedia Commons 및 오슬로박물관 소장 정보. 스콜렘의 1930년대 초상으로 설명되며, 원자료는 Oslo Museum 기록번호 OB.F06426c입니다. 작자 미상. Commons는 노르웨이에서 퍼블릭 도메인이라는 근거를 표시하지만 미국 등 다른 나라에서의 권리관계와 원격 로딩은 별도 확인 대상입니다. 자료 보기 ↗
초상: Oslo Museum 소장 기록 OB.F06426c의 1930년대 사진, Wikimedia Commons. Commons에 노르웨이 퍼블릭 도메인으로 표시되지만 다른 관할권의 권리 상태와 운영 브라우저 로딩은 별도로 확인해야 합니다. 제01회 괴델 최종 승인 CSS 원본(19,028자)을 수정하지 않았습니다. 로컬 화면 확인과 Next.js 통합·실사이트 검수는 별도의 절차입니다.